(울진 9) 582
등기산 스카이워크



울진(영덕)을 올해 두 번이나 찾게 되었다. 서울에서 4시간 족히 넘는 거리를 두 번씩이나 찾은 이유는 울진, 영덕의 바다 때문이다. 같은 동해안이지만 속초, 양양의 바다와는 또 다른 아주 색다른 매력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속초, 양양의 바다가 상남자의 시퍼런 기상을 품고 있는 바다라면 울진, 영덕의 바다는 어머니 같은 포근함이 느껴지는 바다다. 물론 내가 느끼는 감정이어서 누군가에게 그렇다고 강요할 수는 없어도 누구나 차분히 바라보고 있으면 그런 느낌이 들지 않을까 싶다.
파도 또한 강원도의 바다와는 다르게 부드럽고 해산물도 대게를 키울 만큼 넉넉함을 자랑한다. 울진의 첫 인상은 청정함 그 자체이다. 산과 바다 그리고 하늘까지 푸른빛으로 수놓은 모습을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되는 그런 고장으로 내게는 단단히 각인되어 있기에 그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찾게 되는가보다. 후포 항에서 멀지 않은 등기산 스카이워크가 위치한 지형이 아주 탁월했다. 뒤로 낮은 등기산이 함께 자리 잡고 있어 외롭지 않았다. 해안가에서 바다를 향해 똑바로 뻗은 구조물 형상이 경상도 사나이의 마음을 닮았다. 말을 돌리지 않고 돌 직구를 날리는 경상도 사내의 마음을 은연 중 암시하고 있는 듯했다.
높이도 제법 높아 발아래를 내려다보는 조망이 아찔하면서도 틱월했다. 미끄러운 바닥과 유리데크를 보호하기 위해 울진군에서 준비한 덧신을 신고 천천히 바다를 향해 걷는 기분이 좋았다. 거대한 바다가 품을 열고 따뜻하게 우리를 맞아 주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스카이워크 중간부터는 바닥이 바다를 내려다 볼 수 있는 유리로 되어 있어 이를 본 아내는 움찔하더니 고소공포증을 호소했다. 더 이상 나아가지 못하고 머뭇거렸다. 잠시 무서움을 가라앉히려고 기다려주었으나 더 이상 갈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도리질 했다. 아내에게 아래를 보지 말고 정면을 보고 걸어가면 두려움을 잠시 잊을 수도 있다고 웃는 얼굴로 애써 말하며 팔짱을 단단히 끼고 나아갔다.
10M도 채 가기 전에 아내는 사색이 되어 도저히 갈 수 없다고 해 할 수 없이 아내를 나무 데크 있는 곳까지 다시 데려다주고 나만 다시 걸었다. 나 역시 아래를 보고 걸으면 공포감이 솟아올랐지만 정면을 응시하고 애써 의연한 척하며 스카이워크 끝까지 걸어갔다. 끝부분은 조각 조형물이 있어 다소 위안이 되었다. 의상대사를 사모했던 선묘낭자의 상이라고 한다. 스카이워크 앞 바다는 그야말로 망망대해, 이런 바다를 보고 있으면 대한민국이 결코 작은 나라라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다. 거대한 바다를 마주하고 있는 이 순간, 잠시 무념무상의 상태로 빠져들었다. 아니 나를 빠져들게 했다.
(20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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