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양 27) 648
남계 서원(灆溪書院) 에필로그

건축물은 지을 당시의 인간의 삶과 문화가 집약된 공간이다. 한마디로 그당시의 생활과 문화가 집약된 공간이다. 인간은 건축물을 짓지만 건축물은 인간의 삶을 길들이고 생각을 키워낸다. 조선시대의 서원은 그 당시 역사에 길이 남을 대학자들의 삶과 사상을 공간으로 집약 시켜놓은 공간이라고 볼 수 있다. 더불어 다음 세대를 이끌어 갈 인재 양성의 역할을 수행한 탁월한 교육기관이었다. 대학자의 삶을 닮고자 했고 그것을 통해 조정에 나가 큰 일꾼이 되고자 밤낮없는 노력을 마다하지 않았다. 큰 스승밑에 탁월한 제자가 양성되듯이 조선시대를 이끌어 갈 인재 양성소 역할을 톡톡히 했다.
서원이 처음 창건 당시 새겼던 뜻과 목적이 변함없이 이어 왔다면 조선이 일본에 의해 병합 되는 수모는 당하지 않았을 까 했다. 역사는 가정이 없다고 하지만 늘 조선말, 구한말이라는 단어에는 어두움이 가득하기에 늘 아쉬움이 남는다. 역사는 흥망성쇠(興亡盛衰)를 반복하며 나아가기에 후회는 없지만 늘 돌이켜보면 아쉬운 대목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불완전한 인간의 숙명이다.
남계 서원은 조선 명종7년(1552)에 개암 강익이라는 분이 문헌공 일두 정여창 선생을 기리기 위하여 창건했다고 한다. 명종21년(1566)에 임금이 직접 글을 써서 내려 준 사액서원이 되었고 1597년(선조 30) 정유재란(丁酉再亂)으로 소실되자 1603년에 나촌(羅村: 현재 함양군 수동면 우명리 구라마을)으로 옮겨 복원하였다가 1612년 다시 현재의 위치에 중건하였다고 한다. 서원도 사람의 인생처럼 부침을 겪다가 오롯이 남아 460여 년을 이어오고 있다는 자체가 기적처럼 느껴졌다.
조선시대 서원은 주로 16세기 중반 이후 중앙정부의 성균관과 향교만으로는 교육 수요를 충족하기 어려워 사림파(士林派)라고 일컫는 학자들이 지방에 세운 사립 교육기관이다. 자신들의 성리학에 입각한 학문을 보급하고 학풍을 계승하기 위한 목적과 당대의 탁월한 학문적 스승을 제향(祭享)하며 도덕적 모범을 따르고 기리고자 하는 의미가 컸다. 즉 선현(先賢)의 덕을 기리고 스승과 제자의 유대, 학문적 전통을 계승함과 동시에 그 시대에 맞는 인격과 예절 교육을 담당했다는데 그 의의가 크다고 하겠다.
시간이 지나면서 일부 서원은 학문보다는 향촌 양반의 정치·경제적 기반으로 변질되었고, 군역면제와 면세 등의 특권을 남용하여 세금 회피와 비리의 온상이 되어 흥선 대원군에 의해 서원 철폐령이라는 철퇴를 맞았다. 너무 흥하면 서서히 망조가 든다는 옛말이 그대로 들어 맞았다. 다행히 47개의 서원은 남아 역사 문화유산으로 오늘날도 한국인의 선비 정신을 대변하고 있어 다행이다 싶었다. 자고로 선비는 그리고 권력을 지닌 사람은 더욱 더 늘 신독(愼獨)의 자세로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역사는 다시금 이야기 해주고 있는 듯했다. 풍영루 후면에 있는 연당이 오늘따라 애잔하게 다가왔다.
현존하는 서원은 수백 년의 세월 동안 그 시대의 변천에 맞게 명성 있는 유학자 들을 배향하는 의식이 매년 이루어지고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대단하다 싶었다. 생활이 곧 삶이고 삶은 사람이 존재하는 한 이어져 가는 법이지만 서원을 짓고 이름난 유학자를 지극정성으로 배향하는 정성이 곧 선비 문화이고 그런 꾸준함이 오늘날의 대한민국의 바탕이 되지 않았을 까 했다. 스승 김종직을 뛰어 넘어 동방오현의 하나로 칭송받던 일두 정여창 선생의 혼이 살아 있는 남계 서원은 정여창 선생의 학문과 덕망을 바탕으로 오늘도 당당했다. 시간이 되시면 이웃해있는 청계서원도 함께 다녀오시길 권해 드린다. 두 서원을 비교해보는 재미는 덤이다.
(2025.7)
영혼의 상태를 드러내 주는 것은 성품이다. 성품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통해서 표현된다. 즉 성품은 인간관계를 통해서 드러나는 영혼의 모습이다
(이승헌, 타오 나를 찾아가는 깨달음의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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