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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여행기,수필

(금산 4) 433 금산 보석사(寶石寺)

(금산 4) 433

 

금산 보석사(寶石寺)

 

금산(錦山)은 생명의 고향, 미래의 땅이다. 들과 산 그리고 휘돌아가는 금강의 물살이 만든 자연이 황홀한 고장이다. 명품 금산인삼은 강화인삼과 쌍벽을 이루며 국내 인삼시장을 양분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생산량이 많다. 토질이 좋고 땅 기운이 좋아 인삼 재배의 최적지로 자리 매김하고 있는 곳이다. 보석사는 금산 여행 중에 우연히 알게 되었다. 대둔산 산행을 마치고 시간이 남아 가까이에 있는 금산 수삼 센터를 둘러보며 금산 문화관광 리플렛을 살펴보다 이름이 특이해 찾게 되었다. 실제 보석을 뜻하는 한자어를 가졌기에 호기심이 발동했다. 마침 금산의 진산으로 알려진 진악산 품속에 자리 잡고 있어 더 이상 고민할 필요 없었다.

 

보석사 가기 전 인삼의 고장임을 확실히 각인시켜주는 수삼센터를 둘러보았다. 수삼센터를 돌아보고 나서 최근 인삼가격이 폭락했음을 알게 되었다. 예전에 한 채 6,7 만원 하던 5,6년산 인삼이 25천원, 3만원에 거래되고 있었다. 가격이 너무 저렴해서 좋았지만 한편으론 인삼 재배 농가들이 큰 피해를 보지 않을까 했다.

 

수삼센터 너른 공간이 수삼과 수삼을 사러 온 손님들로 가득 찼다. 모두 마스크는 썼지만 엄청난 인파로 잠시 불안한 마음이 되었다. 우리도 한 채씩 사고 재빨리 빠져 나왔다. 가격은 폭락했지만 수삼을 구매하는 사람들로 붐비니 상인들의 얼굴에 미소가 가득했다. 박리다매 일지라도 오고가는 거래로 인해 모처럼 센터에 활기가 넘쳤다. 대한민국의 모든 인삼이 금산에 집하되어 팔리는 듯 규모가 대단했다. 수삼센터 있는 주변 상점에서 파는 인삼 튀김과 인삼 막걸리가 맛나 보였다. 인삼의 고장다웠다.

 

보석사는 아늑하고 고즈넉했다. 입구 너른 주차장을 벗어나자마자 울창한 전나무 숲이 펼쳐졌다. 길지 않은 길이지만 운치가 있었고 깊은 산 속에 들어 온 느낌이 들었다. 쭉쭉 수직으로 곧게 뻗은 전나무가 건강했다. 나무들 사이에 법구경, 숫파니파타 등 불교 주요 경전에 나오는 글을 시화전 형식으로 진열해 놓아 천천히 글을 읽어보며 걷는 재미가 쏠쏠했다.

 

전나무 숲 끝나는 곳에 보석사가 자랑하는 천연 기념물 은행나무가 당당했다. 수령 1천년이 넘은 나무를 보니 마음이 절로 경건해졌다. 천년이상 살아있다는 자체가 신묘했다. 1백년도 긴 세월인데 천년의 세월은 가늠이 되지 않았다. 얼마 전 제를 지냈는지 하얀 광목에 국태민안, 홍익인간 등을 써 놓은 것들을 나무 앞에 비스듬히 세워 놓았다. 천년 넘은 신령스러운 은행나무에 대한 예의가 아닌 듯했다. 나무가 주인이 아니라 광목에 쓴 글자가 주인 행세를 하고 있는 듯했다.

 

천년을 넘긴 은행나무가 아직도 건강했다. 잎들도 무성했다. 가을 초입이지만 여전히 성성했다. 앞으로도 살아 온 만큼은 더 살 수 있을 듯했다. 조만간 짙은 녹색의 잎들이 노란 잎들로 바뀌면 주변 풍광이 대단할 듯했다. 금빛 광채로 인해 보석사 일대가 금빛으로 물들 듯했다. 원래 보석사란 이름은 절 근처에서 캔 금으로 불상을 만들었다고 해서 명명되었다고 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은행나무가 보석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2021.10)

 

배움을 열망하는 학생은 피로라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며 사람이 늙는다는 것이 무엇인지도 모른다. 흥망성쇠를 다 겪은 칠십의 나이에도 새로운 목표를 가질 수 있다

(한명석, 늦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