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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여행기,수필

(금산 5) 434 보석사(寶石寺)와 영규대사

(금산 5) 434

보석사(寶石寺)와 영규대사

보석사 경내에 들어서자 마당에 국화를 비롯한 가을꽃이 가득했다. 주지스님께서 꽃을 좋아 하시는 듯했다. 평지 사찰이지만 대웅전과 기허당은 마당보다 한 참 높여 놓아 밋밋한 공간에 활력을 불어 넣어 주었다. 큰 영웅이 사는 집(대웅전)은 조금 달라야 한다는 의미도 내포 된 듯했다. 사찰 규모에 맞게 대웅전 크기를 알맞게 했다. 대웅전은 전면 두 칸 측면 세 칸의 겹처마 맞배지붕의 다포계 양식으로 간결하면서도 단정했다. 절제미가 느껴졌다. 마당을 사이에 두고 대웅전과 마주보는 위치에 있는 요사채 의선각은 임진왜란 당시의 의병승장 영규대사가 공주 갑사와 보석사를 오가며 수도 하는 중에 거처한 곳이라고 했다. 

대웅전 오른쪽 뒤로 약간 물러선 자리에는 기허당이 위치하고 있다. 전면 세 칸 측면 한 칸의 겹처마 맞배지붕의 주심포양식으로 규모와 외관에서 대웅전보다는 격을 낮춰 지었다. 기허당은 영규대사의 법명을 따서 지은 것으로 영규대사의 영정을 봉안하기 위해 지은 집이다. 임진왜란 당시의 의병승장으로 혁혁한 공을 세운 영규대사를 추모하는 공간이다. (금산군 문화관광 홈피에서 발췌) 

보석사 다른 건물들도 꼭 필요한 공간만 들였다. 건물 배치 또한 군더더기 하나 없는 깔끔함이 느껴졌다. 진악산이 따뜻하게 품고 있는 보석 같은 사찰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수행하는 사찰 보다는 포교하는 사찰의 기능에 특화되어 있는 사찰처럼 보였다. 사찰의 다양한 기능 중 수행 못지않게 대중을 위한 포교 활동도 중요하다고 한다. 보석사는 고즈넉한 사찰이지만 경내의 분위기는 밝게 느껴졌다. 많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기보다는 찾아오는 신도들 한 분 한분 대상으로 부처님 말씀을 전하고 내공을 쌓은 신도들이 모범이 되어 대중들에게 부처의 진리를 알리는 목적에 특화된 사찰로 느껴졌다. 사찰의 입지와 규모 그리고 건물배치가 그런 느낌을 들게 했다. 건물 터가 지닌 기운과 건물의 형태, 배치가 중요함을 다시금 깨달았다.

보석사는 불교 조계종 6교구 본사인 마곡사의 말사로 신라 헌강왕 11년(885)에 조구선사(祖丘禪師)가 창건한 천 년 사찰이다. 임진왜란 때 전부 소실된 것을 고종(명성황후) 때 중창했으며, 한때는 조계종 31교구 본사로 전라북도 일원 33개의 말사를 관장했다고 한다. 33개의 말사를 관장 할 정도였으면 한창 때는 규모가 엄청 컸을 듯했다. 보석사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기허당(騎虛堂)과 의선각(毅禪閣) 그리고 임진왜란 때 의병승장이었던 영규(靈圭)대사의 의병 승장비(義兵僧將碑)이다. 

기허당 영규대사는 임진왜란 때의 의병승장으로 금산 전투에서 의병장 조헌과 왜군 1만 5천명을 단 칠백 명의 의사(의병+승병)로 결전을 벌여 전원 장렬하게 목숨을 바침으로써 왜군들로 하여금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다고 한다. 칠백의총은 칠백 명의 의사들을 추모하는 공간으로 금산의 중심부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자리 잡고 그분들의 충절을 기리고 있다. 

임진왜란 시절의 3대 승장(서산대사, 사명대사, 영규대사)의 한 분이신 영규대사께서 머물렀던 사찰이기에 더욱 보석사가 돋보였다. 영규대사의 나라를 향한 충절이 칠백의총으로 남아 후손들의 마음속에 이어져 오늘의 대한민국을 단단하게 만들어 놓는 근간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원이 죽음을 각오하고 결사항전 했던 칠백 명의 의사들의 명복을 마음속으로 빌었다. 

보석사를 품고 있는 진악산(737m)은 아주 높은 산은 아니지만 금산의 진산으로 알려져 있는 산이다. 보석사입구에서 한 시간 반 정도면 정상에 오를 수 있고 정상에 서면 금산을 대표하는 천태산, 서대산, 대둔산 등이 병풍처럼 펼쳐 친 조망을 볼 수 있어 금산 사람들에게는 서울의 북한산과 비슷한 대접을 받고 있다고 한다. 보석사와 보석사 은행나무를 품고 있는 진악산은 금산의 대표 진산이자 산림청 지정 100대 명산에도 올라있는 산이다. 조만간 이곳을 다시 찾아 진악산에 올라 금산의 아름다움을 정상에서 제대로 느끼고 싶었다. 금산은 생명의 고장답게 금강의 물줄기가 들을 고루 적시며 뭇 생명들을 건강하게 자라게 하고 있었다. 미래의 땅을 표방하는 금산의 캐치 프레이즈가 꿈을 향한 열정처럼 느껴졌다.

                                                              (2021.10) 

원하는 삶을 이루기 위해서는 재능보다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명확하게 설정하고 매일 그 길을 향해 걸어가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한명석, 늦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