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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여행기,수필

(의령 3) 651 호암 이병철 생가 2

(의령 3)  651

 

호암 이병철 생가 2

이병철 생가의 솟을 대문은 크게 위압적이지 않았다. 안으로 들어서니 내부 마당이 제법 넓었고 사랑채와 안채 그리고 창고() 건물이 제자리를 잡고 서로 간섭하지 않았다. 사랑채 앞마당과 안채 앞마당의 크기도 아주 작지도 아주 크지도 않아 사람의 마음을 편안하게 했다. 전체 면적은 사람 사는 곳으로는 결코 작지 않았지만 대갓집 같은 분위기는 들지 않았다. 정갈하면서도 어딘지 품격이 느껴지는 집과 공간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안채 뒤로는 제법 키 큰 바위산이 둘러싸고 있어 안정감이 들었다. 마당의 나무와 조경도 나무랄 데가 없을 정도로 적당하면서도 격이 느껴졌다. 호암 재단이 관리를 맡은 이후로 집도 손보고 조경 등도 일부분 손을 본 듯했다. 호암 재단이 신경을 써서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있어서인지 수많은 방문객이 매일 찾아오고 있음에도 전반적으로 잘 관리되고 있었다. 방문객들의 호기심을 배려해 생가를 개방하고 있는 것 자체가 고객에 대한 배려로 읽혀졌다. 진주 승산마을을 찾았을 때와 대비가 되었다. 승산마을의 창업자 생가는 굳게 닫혀있어 제대로 보지 못한 아쉬움이 있었기에 상대적으로 대비가 되었고 초일류 기업의 고객응대는 남다름이 있다는 생각을 갖게 했다.

 

이병철 생가는 1851년 호암의 조부께서 대지 1,907의 땅에 지은 건물로 호암 선생이 유년 시절부터 결혼하기 전까지 이 집에서 보냈다고 한다. 일자형 주택으로 단출하지만 격이 느껴졌고 남서향의 평평한 땅 위에 자리 잡고 있어 그 당시 천석꾼의 집으로는 검소하지 않았나 싶었다. 특이한 점은 우물이 두 개로 앞마당과 뒷마당에 하나씩 있다는 점이 특별했다. 그 당시 물이 귀했던 시절에 앞마당의 우물은 마을사람들과 나누어 쓰기 위함이었다고 한다. 예전에 있었던 아래채는 호암 재단이 집의 관리를 맡은 이후 2007년에 대대적인 수리를 하면서 지금 화단 자리에 있었던 것을 없앴다고 했다.

 

지금 보기에 아래채를 없애버린 것은 잘한 것으로 보이나 이를 어딘가에 해체하여 살려 두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문화해설사의 설명으로는 이 집안은 정곡면·유곡면·지정면까지 농토가 두루 있었는데, 소작농의 아이가 태어나면 미역과 쌀 등을 제공해주고 마을 사람이 결혼하면 옷 세 벌을 선물했다고 할 정도로 베풂의 삶을 실천했다는 이야기가 가슴에 닿았다. 지금은 쉬워 보이는 일이지만 그 당시로 돌아가 보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부자들이 어려운 이웃을 돕는 것이 당연해 보이지만 당연하게 느끼는 것과 이를 실천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삶에 대한 가치관이 크게 좌우하기 때문이다.

 

유복한 가정에 태어난 호암 에게도 아픔이 있었다. 20대에 떠난 일본 유학은 건강 악화로 1년 만에 되돌아 왔고 그 후 4년 넘는 방황 끝에 시작한 정미소, 운수업 등은 활개를 펴기도 전에 날개를 접었다. 사업 실패의 아픔을 달래기 위해 떠난 6개월간의 여행은 그를 다시 서게 했다. 여행을 마친 후 세운 삼성 상회가 오늘의 삼성그룹의 모태가 되었다. 하늘은 큰 인물에게는 가혹한 시련을 주지만 감당할 수 있을 만큼의 시련을 준다는 말이 현실이 되었다.

 

사업을 하는 사람은 일에 쫓겨서 자기를 잃기 쉽기에 여행은 여러 가지로 도움이 된다는 평소의 지론은 이때의 경험에 기인한 듯했다. 여행을 통해 심신을 돌아보고 재충전 하는 기회를 자주 갖는 사람은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일에 너무 몰두하다보면 건강은 물론 미래를 읽는 통찰력도 둔감해 질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사람은 늘 바쁜 일에 매몰되어 관성대로 살아가는 슬픈 현실을 직시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사업 하는 사람에게는 여행이 사치라는 말도 이해는 되지만 성공을 위해 앞만 보고 달리다가는 실패한 성공 인이 되기 십상이다. 진정한 성공 인이 되기 위해서는 자기 절제와 권한위임 그리고 가끔은 나 홀로 있는 시간을 통해서 지금 가고 있는 방향이 옳은 지를 늘 세심하게 관찰하고 자문해야 한다.

 

(2024.10)

 

 

선한 생각을 키워 나가면 어떠한 역경도 비참하고 수치스런 삶으로 그를 떨어뜨리지 못한다

(제임스 앨런, 위대한 생각의 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