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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 6) 486 마곡사(麻谷寺)의 공간 구성

(공주 6)  486

 

마곡사(麻谷寺)의 공간 구성

 

마곡사에 대한 호기심을 품고 천천히 걸어오면서 핵심공간에 진입하는 것과 차를 타고 곧바로 진입해 주차하자마자 핵심공간으로 진입하는 것은 마곡사를 대하는 자세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 아쉬움이 컸지만 늘 편한 것을 추구하는 현대인에게는 최적화된 배려로 느껴졌다. 봄꽃으로 단장한 사찰은 춥지도 덥지도 않은 적당한 기온과 청명한 날씨로 인해 이곳을 찾은 사람 모두를 설레게 해주고 있었다.

 

마곡사는 대가람이다. 사찰을 가로지르는 계류(마곡천)를 경계로 북원, 남원지역으로 나뉘어지는데 대웅보전과 대적광전 등의 핵심전각들은 북원에 몰려있고 남원에는 보물로 지정된 영산전과 태화선원으로 일컫는 수행공간이 있다. 남원은 조용한 사찰의 이미지가 살아있고 북원은 떠들썩한 분위기로 시장 터를 방불케 했다. 방문하는 사람 대부분이 북원으로 몰린 이유도 있었다. 부처님 오신 날이 얼마 남지 않아서인지 사찰 마당에는 연등 꽃이 환하게 피었다. 남원의 영산전 마당 구석에는 연등 대신 작약이 만발해 눈이 부셨지만 호젓한 분위기로 인해 영산전을 더욱 신비로운 전각으로 보이게 했다. 속세와 내세가 한 공간에 동시에 존재하고 있는 사찰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유독 보물이 많은 마곡사는 살펴 볼 것이 많았다. 영산전(靈山殿)은 이름부터가 특이했다. 영산전은 본래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인도의 영축산에서 법화경을 설법 하시는 당시의 광경인 영산회상을 재현해 모신 전각을 이르는데 일반적으로는 석가모니 부처님과 10대 제자 그리고 16나한 혹은 500나한이 봉안되어 있는 곳을 말한다. 그러나 이곳 마곡사의 영산전에는 한 가운데에 과거칠불을, 그 주위에 천 분의 부처님을 모셨기에 천불전으로도 부른다고 한다. 과거칠불이란 석가모니 부처 이전에 이 세상에 출현하였다고 하는 일곱 분의 부처라고 일컫는다고 하는데 석가 이전에 있었던 부처라는 말은 이곳에 와서 처음 알았다.

 

영산전은 조선시대 각순대사가 절을 중수하면서(1651) 고쳐 지은 것으로 마곡사에서 가장 오래된 건물이다. 기단을 2단 석축으로 쌓은 후 건물을 앉혀 높게 들어올렸다. 들어 올린 건축물은 어딘지 모르게 평범하게 느껴지지 않고 품격이 있는 건축물로 느끼게 했다. 400년 가까이 한 곳에서 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것과 큰 훼손 없이 관리되고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영산전 주변으로 피어있는 작약이 영산전을 더욱 성스러운 건축물로 승화시켜 주고 있었다. 영산전 좌측에 있는 수선재 건축물 외관이 아주 독특했다. 특히 모서리 기둥이 예술이었다. 생긴 그대로의 나무를 이용하여 기둥으로 사용 하였는데 그 자연스러움이 전혀 거슬리지 않았다. 자연과 인공의 조화가 빛을 발한 느낌이 들었다.

 

(202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