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 7) 487
영산전(靈山殿)
우리나라 대부분의 오래된 사찰 건축물은 서로 비슷한 특징을 지니고 있지만 수백 년 이상 된 건축물에는 어딘지 모르게 영험한 기운이 느껴진다. 수백 년 동안 한 장소에서 일정한 행위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는 지속성과 그 행위에 담긴 정성 또한 느껴지기 때문이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배경에도 그런 행위의 연속성이 크게 한 몫을 하지 않았을까 싶다. 영산전은 정면 5칸, 측면 3칸의 맞배지붕 형식의 건축물로 근엄한 기운이 느껴졌다.
아울러 터가 풍수적으로도 탁월해 영험한 기운이 산처럼 응집되어 있어 예로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마곡사에서 가장 영험한 곳으로 알려져 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동안거, 하안거 선원으로 유명한 태화선원도 바로 이웃해 자리 잡았다. 화두를 틀고 용맹 정진하여 대 각자가 수시로 배출되는 마곡선원이 되길 속으로 간절히 간구했다. 깨달은 자 한 명이 수만 명을 교화시키고 먹여 살린다는 오래된 이야기가 진리로 자리매김 되었으면 하는 바람도 한 몫을 거들었다. 영산전 현판은 세조대왕의 친필이라고 했다. 내가 보기엔 한석봉에 버금가는 명필인 듯했다. 국가를 위해 큰일을 할 인재를 배출하기를 원하는 많은 불자들이 부처님께 기도를 올리고 소원을 비는 곳으로 영산전 만한 곳이 없다고 한다.
사찰 가운데를 가로지르는 계류(마곡천)에도 연등 꽃이 피었다. 물위에 뜬 연등이 화사했다. 느낌이 새로웠다. 부처의 자비가 천지사방으로 퍼져나가게 해달라는 염원이 느껴졌다. 마곡사 건물배치는 조밀하지 않아 둘러보는 내내 마음이 한가로웠다. 마치 산책하는 기분이 들었다. 남원의 건물들을 천천히 살펴보고 계류를 건너 북원으로 이어지는 길이 좋았다. 대적광전과 대웅보전이 아래, 윗집으로 나란히 자리 잡았다. 대적광전 마당이 넓었다.
대광보전은 마곡사의 중심 법당으로 1788년에 중창하여 근 300년 가까이 된 건축물이다. 수백 년이 지났음에도 아주 멀쩡했다. 단청을 새로 칠하지 않아 고풍스러운 느낌이 좋았다. 창살문양이 건물을 화사하게 해주고 있었다. 대광보전 내부에 모셔진 불상은 비로자나불로 정토(극락)세계를 관장하며 진리 자체를 상징하는 부처라고 알려진 부처로 교회의 하느님 같은 분이라고 생각하시면 된다. 세상을 향해 진리의 빛을 보내 모든 이들을 지혜의 길로 이끌어 주신다고 했다. 강진 무위사 극락전의 비로자나불이 연상되었다.
(2023.5)
'산행기,여행기,수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공주 9) 489 마곡사(麻谷寺) 대웅보전 (3) | 2023.11.20 |
---|---|
(공주 8) 488 마곡사(麻谷寺) 대광보전 (1) | 2023.11.20 |
(공주 6) 486 마곡사(麻谷寺)의 공간 구성 (0) | 2023.11.12 |
(공주 5) 485 마곡사(麻谷寺) 1 (0) | 2023.11.05 |
(공주 4) 483 임류각과 연지 (0) | 2023.11.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