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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여행기,수필

(공주 10) 490 백범 김구

(공주 10) 490

 

마곡사(麻谷寺) 6

 

백범 김구

 

대웅보전은 지붕 모서리 부분을 대광보전보다 조금 더 들어 올려 날렵하게 만들어 2층 건물의 둔탁함을 상쇄시켜 주고 있었다. 건축물 속에 숨어있는 드러내지 않는 지혜가 놀라웠다. 대웅보전에는 석가모니불을 중심으로 약사여래와 아미타불을 모셨다. 건물크기에 비해 조금 작게 느껴지는 불상은 대광보전의 비로자나 부처를 고려한 느낌이 들었다.

 

마곡사는 백범 김구(1876-1949)와도 인연이 깊은 사찰이다. 1896년 명성황후가 시해된 날, 백범 선생은 국모를 살해한 것에 분노를 참지 못해 일본군 장교를 살해 후 인천형무소에서 사형수로 복역하다가 고종의 특사로 사형이 중지된 이후 우여곡절 끝에 1898년 탈옥하여 마곡사로 은신하였다고 한다. 하은당이라 불리는 스님을 은사로 출가하여 법명(원종)도 받아 스님으로 한동안 생활하다가 이듬해 환속했다고 한다.

 

임시정부 경무국장과 주석을 지냈던 김구선생께서 잠시 목숨을 보전했던 곳이어서 마곡사는 의미가 깊고 해방 후 김구선생께서 근 50년 만에 다시 찾아 그 때를 회상하며 심은 향나무가 지금도 잘 자라고 있어 그의 체취가 느껴졌다. 지금은 백범 선생을 기리는 뜻에서 백범 솔바람 명상 길이 조성되어 있다. 마곡사는 그 외에도 대광보전 마당에 있는 오층석탑(보물)을 비롯해 백범 선생이 머물렀던 백범당, 마곡사 괘불(보물), 응진전, 심검당과 고방, 성보박물관, 국사당과 마곡사 전체를 조망해 볼 수 있는 군왕대 등도 시간 여유가 되시면 모두 둘러보셨으면 한다.

 

마곡사를 품고 있는 태화산(414m)은 그다지 높은 산은 아니어서 마곡사 주차장에서 3시간 정도면 정상(나발봉)까지 다녀올 수 있다고 한다. 산을 좋아하시는 분은 정상에서의 바라보는 공주시내 조망이 아주 좋다고 하니 꼭 올라보시길 권해 드린다. 마곡사는 평지사찰에 가깝지만 태화산 산 허리부분에 위치하고 주변이 울창한 숲으로 둘러싸여 있어 전반적으로 터는 무척 안온하게 느껴졌다.

 

마곡사는 유명세로 인해 늘 많은 사람들로 붐비다보니 가끔은 시장터를 연상케 하지만 템플 스테이를 하며 하룻밤 정도 묵고 가시면 마곡사의 진면목을 알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특히 저녁 무렵 타종하는 성스러운 범종소리는 뭇 생명들을 위로하고 포근하게 안아주는 듯한 느낌을 주기에 필히 들어보는 행운을 즐겨보시기 바란다. 고요한 산속에서 울려 퍼지는 종소리는 뭇 생명들에게 밤이 가까우니 포근한 잠자리에 들 준비를 하라는 신호이자 오늘 하루도 잘 살아낸 것에 대한 작은 위안을 주는 신묘한 소리를 지녔다. 산사의 저녁 종소리는 어느 사찰이든지 듣는 사람의 심금을 울린다는 표현이 맞다고 할 정도로 대단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아울러 고요한 산사가 주는 신비감, 맑은 계류가 흐르며 내는 물소리는 마음을 고요하게 하고 마곡사 경내를 두루 흘러가는 바람은 시원하고 청량하기 이를 데 없다. 봄이 가장 좋은 계절이라고 하지만 가을은 더욱 멋진 풍광을 보여주기에 우열을 가릴 수 없지 않을까 싶었다. 시간이 되시는 분들은 마곡사 템플 스테이를 통해 23세에 마곡사에서 잠시 출가했던 백범 선생을 떠올려 보고 그가 이루려고 했던 담대한 꿈과 조국애도 생각해보며 각자의 삶도 되돌아보고 미래에 대한 꿈과 희망도 새롭게 다져보는 기회를 가져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싶다.

 

(202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