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천 1) 500
직지사 프롤로그
자두와 호두의 고장이자 사명대사의 숨결이 느껴지는 고장 김천을 찾았다. 지역적으로는 남한의 정중앙에 해당하고 약간 분지여서 여름철이면 대구와 비슷하게 뜨거운 여름을 느끼게 해주는 고장이기도 하다. 근래 들어 가장 무더운 여름을 보여주는 8월 초 여름휴가를 맞아 이열치열 하는 기분으로 마음속으로 오래 전 벼르던 김천 직지사를 찾았다.
지금부터 18년 전 백두대간 산행에 열심이던 시절 황악산이 있는 괘방령 구간종주 산행 중 산 능선 상에서 잠시 쉬어 갈 때 멀리서 직지사의 불경소리가 유난히도 청아하게 들려왔었다. 태어나 들었던 많은 불경소리 중 가장 도드라지고 특별하게 다가왔던 기억은 시간이 많이 흘렀음에도 아직도 잊을 수 없다. 인상 깊은 기억의 여운으로 그 당시 조만간 찾아보려고 다짐 하였으나 여의치 않다가 2023년 이번 여름에 시간을 냈다.
이번 직지사 방문은 그 당시의 기억을 새삼 떠올려보고 마음속으로만 생각했던 직지사의 모습을 확인하는 기회가 되었다. 그 당시는 매서운 겨울철(12월)이었고 이번엔 가장 무더운 여름철(8월)이어서 느낌은 완전히 달랐지만 직지사가 뿜어내는 아우라는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 매서운 겨울 철 산행은 젊었던 우리들에게도 힘이 들었고 백두대간 종주구간이라 하루에 걸어야 하는 거리도 상당했었다.
여시골산 직전 봉우리에서 잠시 쉬어갈 때 들려온 청아한 불경소리는 한마디로 소진해가는 체력에 힘을 북돋워 주었다. 그날의 종착지인 괘방령을 얼마 앞두고 있었지만 산 정상에서 불경소리를 듣는 신비한 경험을 통해 남은 백두대간 구간 종주가 아무리 힘이 들더라도 끝까지 마쳐야 겠다는 다짐과 용기를 얻었다.
그 당시 빠른 시간 내에 직지사를 방문하겠다는 마음 속 약속을 18년 이 훨씬 지난 오늘에서야 지켰다. 마음 속 염원은 무의식에 남아 반드시 언젠가는 이루어지도록 하는 마술이 이번에도 발휘된 셈이다. 한 번도 찾지 않았던 곳을 찾아가는 기분이 낯 설렘으로 다가왔다. 나이 들어가면 점점 호기심이 사라져가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내게는 아직도 호기심이 남아 새로운 곳을 찾아 가거나 여행을 하게 되면 늘 설렘이 앞선다. 나로 하여금 여행을 지속 하게하는 동력이기도 하다.
(2023.8)
삶을 성찰하려면 거리를 둬야한다. 가장 좋은 방법은 대화를 나누는 것이다
(에릭 와이너,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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