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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여행기,수필

(금산 9) 438 적벽강

 

(금산 9) 438

 

적벽강

 

금산 10경의 하나인 적벽강은 금강의 다른 이름이다. 금강은 전북 장수의 뜬봉 샘에서 발원해 장장 400km를 달려 중부 내륙의 들을 골고루 적시고 민초들의 아픔을 끌어안고 그 속에 새겨진 역사 또한 너른 품으로 안고 흐르다 서천의 금강 하구언으로 빠져 바다로 이어진다. 대한민국 대표적인 강의 하나로 곳곳에 비경과 더불어 서민들의 애환을 담고 흐르는 강이다.

 

금강이 금산의 적벽을 만나 비단물길을 이루니 이를 적벽강이라고 부른다고 했다. 적벽강의 위치는 애매했지만 금산군 부리면 수통리 마을 주변을 흐르는 금강을 적벽강이라고 보면 될 듯싶었다. 적벽교에서 오토 캠핑장 방면을 바라보면 유장하게 흐르는 강물과 솟아오른 직벽이 참으로 안온했다. 화순의 적벽이 몸의 일부를 강물 속에 드리운 채 태고 적 비밀을 보듬고 있는 모습이라면 금산의 그것은 밝게 드러내고 숨김없이 모든 것을 보여주는 모습으로 비교 되었다. 우열을 논하는 것이 아니라 지형적인 특성이 서로 다르다는 이야기로 새겨들으셨으면 좋겠다.

 

금산의 산과 들을 피해 휘돌아가는 금강의 모습은 영락없는 영월 동강의 모습처럼 다가왔다. 대한민국의 지형적인 특성이 지역별로 다르지만 부분적으로는 아주 닮았다는 느낌이 들었다. 한국인의 성정이 지역별로 다르면서도 비슷한 것은 모두 자연의 영향이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칠백의총에서 적벽강으로 이어지는 길이 푸근했다. 높지 않은 산과 넓은 들 사이로 유장하게 흐르는 금강의 자연환경은 금산의 대표적인 풍광이다. 충청도 특유의 느린 사투리가 비로소 이해가 되었다. 이런 자연환경 속에서 살아가면 사람의 성정 또한 느릿느릿 하게 되기 마련이지 않을까 싶었다.

 

물론 사람마다 그리고 처한 환경에 따라 조금씩 다르겠지만 대개의 경우는 유순하고 느린 그리고 여유로운 성정을 지니게 되지 않을까 했다. 금강은 지금은 치수가 잘되어 큰 비가 와도 큰 문제 없이 넘어가는 듯했지만 예전에는 장마철이나 태풍이 내습하면 금강일대는 모두 물에 잠겨 큰 고통을 받았을 듯했다. 다행히 이곳은 물이 물돌이 형식으로 흘러가 유속을 완화시켜 주고 있어 어느 정도는 피해가 덜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홍수가 나면 그 역시 도긴개긴이지 않았을 까 싶다. 적벽교 준공 표지석에 새겨진 글을 보니 처음 놓은 다리는 홍수로 유실되어 지금의 다리로 다시 시공하였다고 한다.

 

최근 국내외적으로 하루 하루가 살얼음판이다. 시선을 어디에 두어야 하고 귀를 어디에 기울여야 할지 혼란 스럽다. 세상사는 일이 혼돈의 연속이라고는 하지만 작금은 도를 넘었다. 새롭게 변화하고 기존의 틀을 깨라는 하늘의 명령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문득하게 된다. 강대국들이 서로 자국의 이익만을 앞세워 무책임한 행동과 태도로 일관하다보니 전세계가 한치 앞을 바라보지 못하고 전전긍긍하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각 나라 지도자의 리더쉽이 다시 도마위에 올랐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지도자의 덕목으로 강조했던 절제와 이성 그리고 조화와 균형의 리더쉽을 실천하는 지도자가 있는 나라부터 이 어려움을 이겨내지 않을까 싶다. 대한민국이 그런 면에서 모범을 보일 수 있는 나라가 되길 간절히 소망해 본다. 정부와 기업 그리고 국민은 공동 운명체라는 인식의 대전환부터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2022.10)

 

 

배움이 성취되면 처세에 곤란함이 없다(신창호, 함양과 체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