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산 10) 439
도리뱅뱅이와 어죽
적벽강 부근은 가을이면 단풍으로 화려한 옷을 갈아입고 새로운 풍광을 보여준다. 여름철이면 오토캠핑장은 차박을 즐기는 차박족과 캠핑족으로 몸 살을 앓는다고 한다. 유유히 흐르는 적벽강에서 낚시와 천렵을 하며 한 나절 보내고 나면 도심에서 쌓인 스트레스 정도는 한 방에 날려 보낼 듯했다. 의자에 앉아 물끄러미 적벽과 강물을 번갈아 바라보며 멍을 때리다 보면 꿈인지 생시인지도 모르고 해결하지 못한 일들로 헝클어진 머릿속이 말끔히 정리되지 않을까 했다. 오토캠핑장이 있는 위치가 적벽을 감상하기에 최적이지만 전반적인 풍광은 적벽교에서 보는 맛이 좋았다.
적벽강에는 다양한 민물고기들이 산다. 1급수에 사는 쉬리, 참마자, 꺽지, 다슬기를 비롯해 쏘가리, 빠가사리, 모래무지 등이 한데 어울려 민물고기의 보고를 이루고 있다고 했다. 금산에 오면 꼭 먹어봐야 하는 어죽은 청정수역에서 잡은 민물고기를 주재료로 하고 여기에 야채와 수제비 혹은 국수를 넣고 고추장을 풀어 얼큰하게 만든 영양식이다. 가격 또한 8천 원 정도로 저렴해 가성비가 수준급이다.
어죽을 잘하는 집이 여럿 있지만 예전에 서대산에 왔을 때 소개받아 들렀던 곳을 다시 찾았다. 5년 전이나 맛은 여전했고 깊은 맛이 더욱 도드라졌다. 이 집은 어죽 재료로 빠가사리만 쓴다고 했다. 유난히 빠가사리 사용을 강조하고 있는 것을 보면 다른 어류보다 빠가사리가 많이 잡히거나 다른 어류에 비해 더 맛이 있기에 그런듯했다. 빙어로 만든 도리뱅뱅이 또한 꼭 들고 가야하는 것 중의 하나여서 우리도 금산 인삼막걸리를 함께 시켜 안주 삼아 먹었다. 고소하고 달콤한 맛은 둘이 먹다가 하나가 죽어도 모를 정도로 맛이 있었고 식감 또한 좋았다. 먹기 좋은 크기로 살짝 후라이팬에 튀겨 모양새 있게 해서 내어준 도리뱅뱅이는 마치 예술작품처럼 느껴졌다.
잠시 작품을 감상하듯 바라보다 먹었다. 도리뱅뱅이를 처음 먹어본 친구는 먹어보더니 눈이 화등잔 만하게 커졌다. 세상에 이런 음식이 다 있나 하는 표정이었다. 대한민국은 지역별로 먹거리 천국에 가까울 정도로 다양한 향토 음식이 도드라진다. 여행의 맛을 한층 돋워주는 것 또한 향토음식이어서 나는 여행에서 맛보는 음식에 중독되어 가는 중이다. 그런 향토 맛 깊은 음식은 그곳에서만 맛 볼 수 있기에 귀한 느낌이 들었고 우리의 자연환경이 다양하고 풍부하다는 반증이기도 해서 뿌듯했다. 적벽강은 가을철이 제격이기에 가능하면 가을철에 찾아 보시 길 권해 드리고 싶다.
(2021.10)
인간관계에서 서로 만나고 이야기를 할 때 말을 너무 가볍고 쉽게 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신창호, 함양과 체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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