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산행기,여행기,수필

(제천 3) 522 청풍호에서 바라 본 옥순봉과 구담봉

(제천 3)  522

 

청풍호에서 바라 본 옥순봉과 구담봉

 

구담봉 전망대에서의 수려한 조망을 충분히 감상하지 못한 아쉬움을 뒤로하고 하산을 시작했다. 248개의 계단을 내려서다, 올라가다를 반복한 후 삼거리에 다시 도착 하자 빗방울이 한,두방울 씩 떨어지기 시작했다. 주요 구간의 산행을 마친 후여서 부담은 덜 되었지만 만약 비가 많이 내리기라도 하면 곤란해지기에 부지런히 서둘렀다. 다행히 비는 많이 내리지 않아 하산 길이 조금 미끌거렸지만 크게 문제는 되지 않았다.

 

비를 머금은 숲이 내뿜는 페퍼민트 같은 진한 향기가 하산 길에 가득했다. 무릎이 좋지 않아 일부 구간만 함께 하고 우리가 구담봉을 오르는 모습을 먼 발치에서 지켜보다 먼저 하산 한 친구가 바로 앞에서 걸어가고 있었다. 다행이다 싶었다. 다시 주차장으로 복귀하자 빗줄기가 굵어졌다. 올해도 시산제를 잘 지낸 덕분인지 산행을 마치고 나자 본격적으로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일행 중 한 사람이 다시 한 번 우리 산악회의 행운을 상기 시켰다. 오던 비도 멈추게 하는 놀라운 은총을 받고 있는 산악회라고 환한 웃음을 띠며 이야기 했고 모두들 수긍의 표시로 고개를 끄덕였다.

 

산행을 마치고 곧바로 인근의 장회나루로 갔다. 매표소에 물으니 아직은 유람선은 운행 하지 않고 작은 보트만 운행 한다고 했다. 비용은 1인당 25,000원 인데 8명 단체 손님이니 1인 당 20,000원에 할인해 주겠다고 한다. 기쁜 마음에 감사하다고 하며 시간을 묻자 20분 후에 출발 한다고 한다. 잠시 기다리다 정각 16시에 배를 탔다. 12인 승인데 우리들 8명이 전세를 낸 셈이 되었다. 구수하면서도 세련된 태도와 목소리로 운전도 하고 설명도 해주는 보트 운전자 분에게서 프로의 느낌이 들었다.

 

배를 운행하면서 보여줄 곳은 하나도 빼뜨리지 않고 부근까지 다가가 보여주며 설명을 했다. 퇴계 선생을 흠모했던 두향의 묘가 애틋했다. 약간의 비가 내리는 가운데 호수 위를 미끄러지듯 운행 하는 배안에서 옥순봉과 구담봉을 바라보는 조망은 또 다른 맛이 있었다. 두 봉우리 모두 작지만 맵고 장엄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깍아 지른 듯한 바위 봉우리가 마치 거제 해금강을 연상케 했다. 한 마디로 비경을 연출 했다. 다소 궂은 날씨였지만 우리 일행들만을 위한 전속 설명이 곁들여지자 배를 타고 있는 내내 신이 났다. 볼 곳 가까이 다가가 잠시 멈춘 상태에서 설명을 하고 다시 이동할 때는 아주 흥이 나는 노래를 틀어주어 배를 타고 있는 내내 마음을 들뜨게 했다.

 

잊을 수 없는 추억을 만들어 준 장회나루 쾌속 유람선

 

멋진 조망과 처음 타보는 보트를 타고 청풍호를 가로지르는 남다른 느낌이 무척 새롭고 좋았다. 저 밑바닥에 숨어 있던 동심을 소환했다. 배를 타고 있는 동안 만큼은 일행들 모두 완전히 동심의 세계로 돌아갔다. 흔치 않은 새로운 체험을 통해서 몸과 마음이 정화되는 느낌이 들었다. 보트는 짙은 주황색의 옥순대교와 옥순봉 출렁다리 근처까지 가서 주변을 천천히 보여주더니 다시 장회나루로 방향을 틀었다. 보여줄 곳은 다 보여주었으니 돌아가는 길은 속도를 내겠다고 하며 신나게 청풍호반을 가르며 빠른 속도로 지그재그 운행을 시작하기 시작했다. 순간 모두들 신나하며 괴성을 질러댔다.

 

크게 좌우 지그재그로 운행을 했지만 보트의 성능이 좋아서 그런지 수평상태를 잘 유지하며 달려 무섭지 않았다. 우리의 괴성에 고무되었는지 운전을 겸해 설명을 하던 프로 보트 운전사분이 가속을 내며 좀 더 크게 좌우 지그재그로 멋진 운행을 하며 달렸다. 장회나루 부근에 와서도 바로 들어가지 않고 다시 되돌아 나오길 몇 번 반복하며 우리가 즐거워 하는 모습에 적극 호응을 해주었다. 기름 값이 비싸 채산이 맞지 않는다고 처음에 했던 말을 거두고 장회나루 다 와서도 한동안 신나게 춤추는 듯한 운행으로 우리의 기쁨을 한층 고무 시켜주다가 장회나루 선착장에 보트를 차분히 대었다.

 

마치 자연 속에서 장중한 오케스트라 연주를 감상한 듯 여운이 길게 남았다. 모두들 운전 해주신 분께 감사를 드리자 기분 좋은 미소로 응답을 해주었다. 보트 한 대 당 가격이 1억을 호가하는 보트를 타고 난 후의 일행들 모습을 살피니 모두 크게 한 건(?) 했다는 흐믓한 표정들을 지었다. 천천히 운행하는 유람선을 타는 줄 알았다가 쾌속선 보트를 타는 행운을 얻었으니 고무된 것은 나뿐만이 아니었던 모양이었다.

 

옥순봉, 구담봉의 멋진 조망 산행을 마치고 2부 행사로 청풍호반 쾌속선 보트까지 경험하는 행운을 누리고 장회나루에서 가까운 청풍 리조트 힐 하우스에서의 온천욕과 부근의 금수산 어부네 자연밥상에서 자연산 매운탕과 자연밥상으로 근사한 저녁을 마치고나니 오늘 하루는 명품 산행과 여행을 겸한 행사가 되었다. 참으로 오랜만에 동심으로 돌아가 본 것이 언제 이었는지 아득했지만 오늘 청풍호반에서 잃어 버렸던 동심을 찾은 행운에 감사했다.

 

오늘 하루 산행과 청풍 호반에서의 유쾌한 보트 체험을 통해 온전한 하루를 보낸 듯하여 기뻤다. 삶은 우리에게 완전함을 강요하지만 창조주께서 우리를 창조하신 목적은 창조한 그 모습 그대로 온전하게 살아가라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완전을 향한 마음은 경쟁과 다툼을 잉태하지만 온전함을 향해 나아가는 것은 나 자신에 집중하고 상대방을 나와 똑같이 존중할 때만이 가능하다. 자연 속에 머물 때 비로소 나를 돌아보고 온전함을 향해 나아 갈 수 있게 되는 것은 사람도 자연의 한 부분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지 않나 싶다. 가치관이 상실된 시대, 휴머니즘을 회복하고 온전함의 상생 적 미덕을 추구하는 것이 우리가 지향해야 할 삶의 자세가 아닐까 싶고 온전함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좀 더 자연과 가깝게 지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불현 듯 들었다.

 

(2023.9)

 

기존의 장르를 따르는 사람이 아닌 새로운 장르를 만들고 개척 하는 사람이 세상의 주인공이다

(최진석, 인간이 만드는 무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