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천 1) 520
옥순봉, 구담봉 1
제천, 단양의 자연은 한 몸이다. 거대한 내륙 호수 청풍호(충주호)를 품고 있어 사시사철 풍요로운 아름다음을 간직한 곳이다. 호연지기(浩然之氣)를 품은 월악산은 그 너른 품으로 수많은 봉우리를 품고 거대한 국립공원을 이루고 있다. 맑은 호수와 수많은 산들로 둘러 싸여 있는 이곳은 언제 찾아도 신비한 기운을 감지 할 수 있다. 고요한 호수가 주는 호젓함과 웅장한 산이 주는 장엄함이 서로 조화를 이루며 거대한 자연을 이루고 있는 모습은 보고 또 보아도 신비하고 아름답다. 충주댐으로 인해 조성된 청풍호는 수몰민들의 속 깊은 아픔을 묻고 오늘도 호젓함 속에서 홀로 빛났다.
옥순봉(286m), 구담봉(330m)은 월악산 국립공원에 소속된 산 중에서도 낮은 높이의 산에 불과하지만 수려한 단풍과 청풍호를 내려다보는 조망이 탁월해 산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 찾게 되면 반드시 또 찾게 된다는 명산이다. 자칭 전국의 명산을 찾아 오르고 있다는 우리는 이제서야 처음 찾았다. 작년 봄에 제비봉을 올라 이 일대의 수려한 조망을 보고 느끼면서 이 일대의 산들을 섭렵하기로 마음먹었는데 늘 실천은 제 때 이루어지지 않다가 이번에 찾게 되었다. 이것도 시절인연이라고 생각했다.
여름 끝자락이지만 아직도 한낮에는 30도를 오르내리는 더위가 계속되어 기온이 낮아지기를 기다리는 중에 아침, 저녁으로 기온이 20도 정도로 내려가자 망설임 없이 설레는 마음으로 찾았다. 산행 들머리인 계란재 입구의 옥순봉, 구담봉 탐방센터 주차장이 아담했다. 조금씩 이름을 알려가고 있는 이곳은 얼마 지나지 않아 주차장 문제로 곤욕을 치루지 않을까 했다. 다행히 우리가 찾은 토요일 오전은 마침 주차장이 여유가 있었다.
탐방센터의 국립공원 관리공단 직원에게 재확인하는 차원에서 옥순봉, 구담봉 코스에 대하여 묻자 친절하면서도 상세하게 일러주신다. 내가 사전에 알고 왔던 지식과는 조금 달랐다. 옥순봉, 구담봉 모두를 둘러보고 와도 2시간 반에서 3시간 정도면 충분하다고 했다. 구담봉은 계단이 무척 많아 무릎이 좋지 않은 사람은 힘들다고 알고 왔는데 계단은 총 248개 정도라고 웃으면서 크게 어렵지 않으니 무조건 다녀오라고 권하는 모습에 믿음이 갔다.
옥순봉의 빼어난 조망
우리 일행 중 무릎이 좋지 않은 대원이 있어 옥순봉만 다녀오리라 계획했던 것을 수정하여 모두 둘러보기로 했다. 직원분은 원래 사는 곳은 김포인데 근무로 인해 한 달에 한, 두 번 정도만 집에 가고 이곳 부근에서 산다고 했다. 공기가 좋아서 그런지 얼굴에 건강미가 흘렀고 여유가 넘쳤다. 대 자연이 주는 여유로움과 한가함이 그에게서 묻어 나왔다.
들머리에 들어서자 호젓한 콘크리트 도로가 이어지고 울창한 숲이 우리를 반갑게 맞아 주었다. 콘크리트 도로는 산불 진화용 도로인 듯했다. 약간의 언덕과 평지가 20 여분 정도 계속 되다가 콘크리트 도로가 끝나자 본격적인 산행 길이 나타났다. 완만한 경사로를 10여 분 정도 오르자 옥순봉, 구담봉 이정표가 있는 삼거리에 도착했다. 제법 너른 터로 이루어진 삼거리에서 모두들 잠시 쉬어가기로 했다.
아직도 더위가 가시지 않아 모두들 얼굴과 이마에 땀이 가득했다. 온 몸은 이미 달아올라 후끈 후끈 했지만 잠시 쉬자 차가운 공기가 더위를 금방 식혀 주었다. 숲 사이로 청풍호가 눈에 들어왔다. 짙은 녹색의 호수가 비밀을 간직한 양 무척 신비로움을 자아냈다. 오늘 날씨는 전국적으로 비가 내리는 날씨였는데 늘 그러하듯이 우리 산악회가 산행 하는 날이면 예외 없이(?) 비가 물러가고 산행 내내 비를 뿌리지 않다가 산행을 마치면 비가 내렸다. 오늘도 우리에게 그런 행운이 주어진듯해 감사할 따름이었다.
삼거리에서 옥순봉까지는 오르막 보다는 내리막이 더 많았다. 낮은 산이어서 산행 길은 거칠지 않았다. 대신 어제 비가 와서 그런지 길이 무척 미끄러워 조심해야 했다. 숲 속 오솔길 같은 등산로를 천천히 걷는 맛이 좋았다. 높은 산이 주는 부담감이 사라져 산행이라기보다는 산책하는 느낌이 들었다. 삼거리에서 15여 분만에 옥순봉 정상에 도착했다. 정상에서 바라본 청풍호는 그야말로 환상적인 조망을 자랑했다. 유람선 크기의 도선과 작은 보트들이 물살을 가르며 운행하는 모습은 한 폭의 정물화를 보는 듯했다.
건너편의 제비봉과 가은산, 금수산 등 이 일대의 산과 봉우리가 한 눈에 들어왔다. 마치 우리가 신선이 사는 곳 한 가운데 들어 온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단체 사진을 남기고 각 자 자신만의 개성을 지닌 포즈로 독사진도 남겼다. 옥순봉 정상 석에서 100m 채 안 되는 곳에 있는 옥순봉 전망대의 조망은 더 압권이었다. 옥순대교와 최근에 개통한 옥순봉 출렁다리가 한 눈에 들어왔다.
(2023.9)
개별적인 존재들이 보편이라는 모자를 쓴 특정한 이념의 지배를 받지 않고 오로지 각자의 자발적 생명력에만 의지해서 약동하는 상태를 노자는 무위라고 표현했다
(최진석, 인간이 그리는 무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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