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주 3) 533
법연, 탄공스님
종무소에서 장을 판매하고 있는 비구니 스님(법연 스님)이 들려준 말로는 “장을 만들기 전 우선 천일염을 잘 볶은 후 여기에 물을 부어 소금의 옷을 벗기고 그렇게 옷을 벗은 소금을 여러 번 걸러낸 물을 유리그릇에 넣어 두면 다시 소금 결정이 만들어지는데 그것을 다시 녹여 큰 그릇이나 장독에 넣고 1년간 놓아둔 후에 맑은 웃물만을 떠서 메주 띄울 소금물로 사용 한다”고 했다. 소금의 옷을 벗긴다는 표현을 처음 들었다. 소금을 녹여 불순물을 걸러낸다는 것을 그리 표현 한 듯했다. 소금물 제조과정에만 1년 이상의 시간을 쏟는 정성이 대단했다.
이 소금물에 메주를 띄워 만든 간장과 된장은 최소한 2년 반은 지나야 먹을 수 있다고 하는데 적어도 5년은 되어야 제 맛이 난다고 했다. 장 담그는 과정이 마치 구도의 과정처럼 다가왔다. 이곳에서 판매하는 된장, 고추장, 간장은 모두 5년 숙성된 것이라고 한다. 5년 이상 숙성, 발효된 된장은 최고의 항암작용을 보인다는 이야기를 예전에 중앙 일간지 기사에서 본 기억이 새삼 떠올랐다. 도림사 장은 최고 항암 작용을 하는 식품임을 직감했다. 1kg에 3만원하는 된장이 비싸게 느껴지지 않았다.
세 분의 비구니 스님들께서 혼연일체가 되어 구도하는 자세로 장을 담그고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주지를 맡고 있는 탄공(59)스님은 불교 미술학을 전공하다가 출가해 25년 전에 도림사로 부임한 뒤 다시 한방 자원학을 공부하며 약초를 배웠고, 사찰음식에도 관여하면서 식품생명 영양학 석사학위를 땄다고 한다. 총무스님 역시 식품생명 영양학 석사학위를 가지고 있고 식초 발효분야가 전공이라고 한다.
주지 탄공스님이 장 담그기에 관심을 쏟게 된 배경에는 도림사의 전통을 잇기 위한 것이었다고 한다. 25년 전 탄공스님이 절집 살림을 물려받을 때 놋그릇이며 백자 그릇이 사찰 안에 가득했다고 했다. 그릇 뿐만이 아니라 된장, 간장, 식초도 옛 맛을 그대로 지닌 채 남아있어 스님은 그 맛을 지키는 것을 자신의 평생 소명으로 알고 지금껏 매년 정성스럽게 장을 빚고 있다고 했다.
도림사는 매 년 정월이면 1㎏짜리 메주 3000여 장으로 장을 담근다고 한다. 대웅전 불사가 한창일 때는 7000여 장의 메주로 장을 담갔다고 했다. 사람이 원(願)을 세우면 기적이 이루어진다는 말이 허언(虛言)이 아닌 듯했다. 세분의 비구니 스님이 각 자의 맡은 바 소임을 다하며 한 마음으로 도림사를 이끌고 있다는 사실에 감명을 받았다. 무엇이든 원을 세워 전력투구하면 하늘도 돕는다는 말이 새삼 떠올랐다.
(2023.10)
할 일이 있어 자신에게 주어진 삶의 뜻을 순간 순간 펼치면서 살아간다면 나이와는 상관없이 그는 영원한 젊음을 누리고 있는 것이 된다(법정, 텅빈 충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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