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주 4) 534
보물급 역사박물관 유물
오래 전 도림사가 들어선 터는 경상도 지방에서 한양으로 가던 옛 길이었다고 한다. 과거보러 상경하면서 도림사에 잠시 들러 기도하고 갔던 선비들 중 과거에 급제한 이들은 금의환향하며 다시 도림사에 들러 시주를 했고, 그런 일련의 과정을 거치면서 도림사는 절집의 위상을 키웠다. 또한 이 고장의 큰 행사가 있을 때마다 공간을 사용토록 배려해 지역을 대표하는 연회장 역할을 했다고 한다. 그런 정도 였다면 도림사는 한창 때는 지금보다 훨씬 큰 절의 위상을 갖지 않았을까 싶었다.
도림사의 정확한 창건 연대는 나와 있지 않다고 한다. 절터에서 출토된 청동유물로 비추어 볼 때 12세기 고려 말에 창건 된 것으로 짐작한다고 한다. 작은 사찰 터를 천천히 둘러본 후 사찰 내에 있는 역사박물관을 찾았다. 아담한 박물관이지만 청동유물을 보는 순간 입이 딱 벌어졌다. 전시기획도 훌륭했지만 청동유물의 보존 상태와 제조 기법의 화려함이 먼저 눈에 확 들어왔다. 청동 범종과 청동 불비상, 청동 5층 사리탑은 보물로 지정한다고 해도 전혀 손색이 없을 정도로 정교했고 제작 기법 또한 탁월해 보였다. 800여 년 전에 만든 것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세밀했고 화려했다.
한참을 들여다보고 있어도 질리지 않았다. 보존 상태도 좋아 마치 최근에 만든 것처럼 보였다. 전통장류 제조, 판매로 한 이름 하고 있는 도림사이지만 역사박물관에 비치된 청동유물로 인해 조만간 더욱 유명세를 타지 않을까 싶었다. 도림사 터 전체를 둘러보는 시간보다 역사박물관에 있는 청동유물을 감상하는 시간이 더 길었고 지루할 틈 없이 물 흐르듯 시간이 지나갔다. 좋은 작품을 감상하고 난 이후 도림사를 새삼 다시 보게 되었다. 구도(求道)의 과정처럼 제조하는 전통 장류만큼이나 오래 전의 도림사도 청동불교 유물 제작하는 과정 또한 구도하는 마음으로 제작하지 않았나 싶었다.
무엇이든지 원을 세우고 한 우물 파듯이 일심으로 실천해갈 때 기적이 일어나는 법이다. 도림사에서 새삼 또 나를 되돌아보는 시간이 주어진 듯했다. 끝없이 되돌아보는 과정을 통해서 조금씩이나마 영혼이 성숙해진다면 그 또한 감사한 일이다 싶었다. 곳곳에 숨 쉬며 살아 있는 문화유산의 힘이 곧 그 나라의 국력이고 그 민족의 저력이다. 오래 전부터 지금까지 이어져 내려오고 있는 다양한 문화유산과 전통은 대한민국 1만여 년의 역사만큼이나 길고 웅숭깊었고 화려했지만 수수했다.
곶감으로 한 이름 하고 있는 고장답게 어느 곳을 가든지 잘 익어가고 있는 노란 감들이 눈에 띄었다. 절정을 맞은 가을철에 감나무마다 주저리주저리 달린 노란 감들이 마음을 푸근하게 했고 모처럼 동심으로 돌아가게 해주었다. 노란 감을 매단 감나무와 추수가 끝 난 상주의 들녘이 밝은 양광(陽光) 속에서 환하게 빛을 발하고 있었다.
(2023.10)
사람 노릇이란 서로 믿고 의지하고 돕고 사랑하는 일이다(법정, 텅 빈 충만)
(추신)
도림사 부근 맛 집을 소개 드립니다.(한식)
1.들밥상: 도림사 사찰음식 식당(상주시 왕산로 22 /054-534-1781)
2.두락: 농가 밥상(상주시 식산로 112 / 054-532-5298)
두 곳 모두 상주에서 알아주는 맛 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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