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주 5) 535
경천대 관광지
상주 제 1경으로 회자되는 경천대 관광지는 경천대를 포함하여 각종 테마파크가 한데 몰려 있는 곳으로 상주시민의 휴식공간이자 상주시가 의욕적으로 계획하고 조성한 공원이다. 장장 1,300리의 물길을 자랑하는 낙동강이 휘돌아가며 보여주는 경치는 낙동강 물길 중 가장 멋진 풍광을 보여주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높지 않은 산(무지산,159m) 전체가 각종 시설물로 몸살을 앓고 있는 모습이 안타까웠지만 낙동강을 끼고 있는 경치가 워낙 탁월하기에 관광객 유치를 위한 방편으로 달리 방도가 없어 보였다.
경천대 관광지 가기 전 인근에 있는 상주 박물관을 먼저 들렀다. 상주라는 고장에 대해서 어느 정도 알고 여행을 하는 것과 그냥 발길 가는대로 하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 어떤 정보 없이 발길 가는대로 하는 여행도 좋은 여행 방법이지만 내게는 여행 전 해당 고장에 대해 조금 알아보고 둘러 보는 것이 여러모로 편리하게 느껴진다. 오랜 경험에서 체득한 방편이다. 해당 지방에 대해 대략 무엇이 유명한지와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려면 어느 순서로 둘러 보는 것이 좋은 지 정도는 가늠하고 가면 무척 편리하다.
그러면 하나를 보더라도 좀 더 세심하게 살피게 되어 유익하고 천천히 서두르지 않게 된다. 이미 머리 속에 이동거리와 시간에 대해 정리가 되어 있으니 조급한 마음 없이 천천히 둘러보게 되는 이점이 있다. 물론 사전 지식을 통해 얻은 선입견은 대부분 해당 장소를 직접 보고나면 실망하는 경우가 많지만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다. 여행은 가능한 속도를 줄이고 해당 고장에 녹아들어야 진정한 쾌감이 생기게 마련이다.
상주 박물관
상주 박물관 로비 바닥에 있는 거대한 상주 지도가 도드라졌다. 위성사진인데 상주 전체를 한 눈에 알아 볼 수 있도록 해 놓았다. 해설사분이 직접 지도를 보고 설명해주니 이해가 쉬웠고 상주를 파악하는데 무척 도움이 되었다. 상주도 볼 곳 많은 고장이라는 것과 다양한 특징을 지닌 고장으로 느껴졌다. 사찰 이름에 장(長)이라는 이름을 지닌 사찰이 네 곳이어서 사장사라고 부르는 사찰들 이름이 쉽게 외워졌다. 갑장사, 북장사, 남장사, 승장사(승장사는 현재 터만 남아있다) 네 곳의 사찰이름이 비슷해 신기하면서도 아주 정겹게 다가 왔다. 네 곳 다 둘러봐야 겠다는 의욕을 불러 일으켰다.
지도에 선명한 다양한 지명들 이름이 금세 외워졌다. 산과 들 그리고 계곡이 살아 움직이는 것처럼 다가왔다. 들판이 잘 발달 된 상주는 곳곳에 7,800m 대의 산들을 포진시켜 들판이 홀로 외롭지 않게 배려하였고 좌측으로는 백두대간의 거대한 줄기가, 우측으로는 낙동강 긴 물길이 자리 잡아 서고동저(西高東低)의 지형을 지니고 있지만 전반적으로 산과 들 그리고 강이 조화로운 고장으로 보였다. 한 마디로 마음을 편하게 하고 부드럽게 하는 지형적 특성을 지닌 고장으로 여겨졌다.
원삼국 시절 사벌국이라는 나라가 자리 잡았던 상주는 조선시대에도 큰 마을이었다. 상주목으로 조선 팔도의 큰 고을 중의 하나였고 경상 관찰사가 상주목사를 겸하였다고 하니 그 당시 상주의 위상을 짐작해 볼 수 있다. 경부고속도로라는 국토의 대동맥이 생기고 철도, 도로의 신설로 인해서 상주는 과거의 위상을 다른 고을에 넘겨준 모양새가 되었지만 내가 보기엔 자연 경관이 부드럽고 공기 청청한 생태도시를 간직한 고장으로 여겨졌다. 낙동강의 범람으로 생긴 충적평야는 기름진 옥답이 되어 우수한 농산물을 생산하는 좋은 환경을 지닌 고장으로 자리 매김하고 있다.
아주 특별하게 유명세를 타고 있는 곳은 없어도 상주 고장만이 지닌 독특함은 크게 자기를 내세우지 않은 선비의 성정을 간직하고 있는 듯했다. 상주의 역사를 시대별로 일목요연하게 잘 설명, 전시하고 있는 박물관을 둘러보면서 이런 박물관이 최소 군 단위 고장마다 하나 씩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한반도에 사람이 살기 시작한 구석기 시대(250만년 -1만년 전)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이 고장에서 살았던 선조들의 체취가 지금도 남아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박물관이 주는 힘이지 않을까 싶었다.
(2023.10)
현명하게 사는 방법은 그 순간을 온전하게 사는 것 뿐이다. 촉각이 영혼을 발전시킬 수 있다.(박웅현, 다시 책은 도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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