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주 12) 542
공검지
상주 공검지는 농사에 이용할 목적으로 축조된 저수지로 김제 벽골제, 밀양 수산제, 제천 의림지와 함께 삼한시대의 4대 저수지의 하나다. 지금은 저수지의 위용은 사라지고 논습지로 남아 있는데 안내문에는 논습지로는 국내 최초의 습지보호구역으로 지정되었다고 한다. 논 가운데 있는 습지가 논습지이고 논습지는 우리나라에도 흔하지 않기에 귀중한 문화 유산으로 자리매김 하고 있는 듯했다. 지금의 면적은 약 78,000평으로 특이한 점은 이곳에 멸종위기종인 야생동물이 살고 있다고 한다. 멸종위기 1종인 수달을 비롯해 멸종위기 2종인 삵, 큰고니(백조), 붉은배 새매 등 좀처럼 볼 수 없는 야생 동물이 이곳에 살고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공검지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고 싶어 부근에 있는 공검지 역사 박물관을 관람 하고자 했으나 아쉽게도 문을 닫았다. 대신 우리가 찾았을 때 역사 박물관 앞 마당에서 뜬금없는 무대가 만들어지더니 밴드가 내는 악기 소리와 구성진 박자에 맞춰 부르는 가수아닌 가수의 노래 소리가 엄청난 소음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무슨 행사인지는 모르나 이런 지엽적인 행사로 역사 박물관을 잠시 닫아 걸고 이들에게 공연장으로 내준 듯했다.
유서 깊은 문화 유산 옆에 뜬금없는 놀이공원이 있는 제천 의림지가 연상되었다. 대한민국에만 있는 일이지만 아직도 문화 유산에 대한 존중과 애착 그리고 관리는 늘 관계자에게만 한정 된 일처럼 느껴져 씁쓸했다. 노래 소리라도 작았으면 좋으려만 주변 10리까지도 들릴정도로 엄청난 소음 공해를 생산하고 있었다. 이런 베짱은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 것인지 모르지만 이런 남다름이 부분적으로나마 오늘날의 대한민국을 만들지 않았나 하는 긍정 마인드로 이해하고 넘어 갔다.
지금은 연꽃의 앙상한 잔해만 남아 있는 공검지에 연꽃이 활짝 피면 장관을 연출 할 듯했다. 안내문에 이르길 공검지는 신증 동국여지승람에 의하면 둑 길이는 430m, 전체 둘레 길이는 8.56km나 될 정도로 상주목의 가장 큰 저수지 였다고 한다. 세월이 지나면서 상당부분이 메꾸어져 논으로 변했다가 조선광무년간(1897-1906)에 일부 복원되어 현재의 모습을 갖추었다고 한다. 존재하는 모든것들의 원형은 세월을 이길 수 없지만 그나마 이정도라도 남아 있어 다행이다 싶었다. 지금은 습지보호구역으로 지정, 국가차원에서 관리하고 있다고 했지만 내가 보기엔 거의 방치 수준이 아닌가 싶었다.
연꽃이 필 때만 사람들이 몰리고 그 외에는 외지인들외에는 자주 찾지 않는 곳이다 보니 그럴만 했다. 삼한시대부터 지금까지 존재하고 있고 멸종위기종인 야생동물이 살고 있는 이곳이 좀 더 잘 관리되고 보전되기를 간구했다. 최소 제천 의림지만큼이라도 잘 관리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오래된 문화 유산은 곧 그나라의 상징이자 정체성이다.
그런 시각으로 우리나라의 문화 유산을 바라보는 시각이 생기려면 어릴 적 교육이 중요한데 모든 교육이 입시위주로 흐르다보니 문화 유산은 남의 나라 일처럼 느껴지는 현실이 안타깝다. 어느 정도의 시간이 더 흘러야 선진 문화대국이라는 반열에 오를 수 있을지 아득했으나 남북이 통일 되는 그 날이 선진 문화대국으로 발돋음 하는 출발선이 되지 않을까 싶다. 그 날이 멀지 않을 것 같은 좋은 예감이 드는 것은 나만의 희망사항일까?
최근 2024.5.17.일 기준으로 문화재청이 문화 유산청으로 이름을 바꾸었다. 문화재를 문화 유산으로 인식했다는 차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주고 싶다. 행정은 더디지만 그래도 조금씩 옳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어 다행이다 싶었다. 문화재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지는 계기가 되었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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