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주 13) 543
함창 카페 버스 정류장
한 때 비단(누에고치)으로 크게 명성을 떨쳤던 상주의 한 소읍 함창에 카페 버스정류장이라는 이름을 지닌 카페가 생기자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고 한다. 함창은 상주군에 속하지만 문경에 속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문경시청이 가까이 있어 상주가 아닌 문경의 한 소읍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인구 7천명이 되지 않은 소읍이지만 이곳을 처음 찾은 방문객에는 밝은 낯설음이 느껴졌다. 서울 60-70년대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어 애잔한 정감이 느껴졌다.
지금은 무인역으로 운행되고 있는 함창역은 존재만큼은 함창읍의 상징처럼 당당했다. 역사 앞 마당도 넓고 밝았다. 지금도 사람들이 이용하고 있는 것처럼 역사도 말끔했다. 역사안을 통과해 기찻길에서 사진을 몇 장 찍는 행운을 누렸다. 수많은 사연을 싣고 부산-영주를 오갔던 기차가 지금은 하루 6 차례만 이곳을 통과한다고 했다. 함창역사는 존재 자체만으로도 이곳 사람들에겐 낮선 곳으로의 여행내지는 탈출을 꿈꾸게 하고 있지는 않을까 싶었다. 곧게 뻗은 기찻길이 대한민국의 발전상을 연상케 했고 아울러 곧고 정직하게 살아야 나라도 발전하고 개인도 성공 할 수 있다는 무언의 교훈을 주고 있는 듯했다.
외부를 빨간 타일로 치장을 한 카페 버스정류장은 함창역에서 멀지 않았다. 빨간 색 타일이 낡고 오래된 작은 건물을 이곳의 랜드마크 건축물로 부각시키고 있었지만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외관은 부분적으로만 리모델링을 하여 소읍이 지닌 분위기를 훼손(?) 시키지 않은 것이 신의 한 수 였다. 약간 특이했지만 누구나 호기심을 갖도록 했고 거부감을 들지 않도록 신경 쓴 것이 돋보였다. 일반적인 리모델링에 대한 편견을 새롭게 한 창의성이 좋았다. 외관은 허름했지만 내부에 반전이 있었다.
내부 공간에 색을 선택하고 입힌 솜씨가 탁월했다.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는 인테리어로 인해 작은 내부 공간이 식상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2층으로 향하는 계단의 빨간색 난간과 계단 바닥의 푸르스름한 색이 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실 마다 다양한 컨셉으로 디자인하여 건물 내부를 생동감 있고 지루할 틈이 없을 정도로 세심하게 신경 쓴 흔적이 곳곳에 눈에 띄였다. 벽에 걸린 그림들도 대부분 튀지 않았고 다소 생뚱맞게 보이는 가구와 그림들은 벽체의 색감으로 무뎌지고 그 속에 흡수 되었다. 실마다 개성을 달리하여 손님으로 하여금 여러 번 와서 다양한 장소에서 커피를 맛보는 기쁨을 갖도록 의도적으로 배려 하였다.
전반적으로 작고 낡은 공간을 크게 돋보이지 않게 하면서 방문객들에게 잔잔한 기쁨을 줄 수 있도록 디자인 하였다. 물론 이것은 내가 느끼는 감정이고 표현으로 이해해 주셨으면 한다. 사람에 따라 조잡하다고 느낄 수도 있지만 이곳을 찾는 사람들 대부분은 만족을 넘어 기쁜 표정을 지으면서 이용하고 있었다. 소읍이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손님 회전이 빨랐다. 이곳 토박이들은 한 곳에 오래동안 죽치고 앉아 있을 시간적 형편이 어려운 경우이겠고 여행차 이곳을 찾은 외지 방문객들은 또 다른 곳으로 이동해야 하기 때문인 듯했다.
호기심 많은 우리는 차 두 잔 시켜 놓고 잠시 앉아 차를 마시다가 한 명씩 돌아가며 카페 내부 곳곳을 살피고 사진을 찍었다. 다행히도(?) 우리가 찾았을 때는 점심시간이 조금 지난 후여서 사람들이 없었다. 사람과 비슷하게 오래된 낡고 초라한 건축물도 누구를 주인으로 모시느냐에 따라 역시 운명이 달라지는 듯했다. 30여 분 동안 이곳에 머물면서 모처럼 한가로움을 만끽했다. 작은 창을 통해서 느긋한 걸음걸이로 걸어가는 사람들과 낮선 도시의 풍광을 바라보고 있으니 시간이 천천히 가는 듯한 묘한 느낌을 받았다. 참으로 오랜만에 경험해보는 느림이 좋았다.
바쁜 도시의 시간과 한적한 소읍의 시간 흘러가는 것이 다른 듯했다. 사람이 살 수 있는 시간이 아주 긴 듯하지만 막상 살아보니 한 순간인 것 같은 느낌이 들 때 이런 작은 소읍을 방문 해보시길 권해 드리고 싶다. 시간이 더디가는 느낌을 통해 내면의 안정을 되찾고 덤으로 나 자신을 천천히 되돌아보는 흔치 않은 기회를 가질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여행이 주는 낮섦과 설렘은 덤이고 다시 새롭게 시작 할 수 있는 용기 또한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카페 뒷마당이 꽤 넓었다. 작은 파라솔 몇 개만 펼쳐 놓아 꽉찬 느낌이 들지 않도록 신경을 썼다. 내리 쬐는 햇볕이 따가웠으나 봄, 가을이면 오히려 이곳이 더 인기가 있을 듯했다. 실내에 잠시 머물다 뒷마당에서 하늘을 바라보며 자연과 더불어 여유 있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색다른 경험을 줄 듯했다. 다양한 표정을 지닌 카페로 인해 잘 알려지지 않았던 소읍 함창이 목하 입소문을 타는 중이라고 했다. 소멸 위기의 지방 도시가 살아나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함창 카페 버스 정류장이 드러나지 않게 보여주고 있었다.
시간 여유가 더 있는 분들을 위해 함창읍 아트로드(ART-ROAD)를 소개한다. 함창읍을 크게 4구역으로 나누어 지역 특성에 맞게 금,상,첨,화 라는 이름을 붙이고 이 지역과 관계있는 작가들이 미술의 옷을 입혀 함창읍 전체를 미술 도시 이미지가 물씬 풍기게 만들었다. 쉽지 않은 일을 뜻있는 작가들이 이 지역 사람들과 소통하며 마음을 모아 근사한 도시 풍경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 싶었다.
합창역에서 출발하여 함창읍 일대를 둘러보고 다시 합창역으로 원점 회귀하는 코스인데 시간이 되시면 꼭 한 번 걸어보시길 추천 드린다. 한적한 소도시를 천천히 걸으며 작가들이 지역민들과 소통하며 꾸며놓은 미술 작품들을 감상하는 기분은 한적한 소읍 여행과 더불어 멋진 미술관을 순례하고 있다는 뿌듯한 느낌을 들게 해 모처럼 여행다운 여행을 하고 있다는 만족감을 주지 않을까 싶다.
(2023.10)
여행은 이미 있다고 여겼던 것에 대해 경이로움을 느끼고 새로 고쳐보는 데 있다(전규태, 단테처럼 여행하기)
#상주#함창역#함창 카페정류장#함창읍 아트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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