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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여행기,수필

(영동 11) 556 옥계 폭포

(영동 11)  556

 

옥계 폭포

옥계폭포 부근 맛집

영동고장 최고의 폭포로 부르는 옥계폭포는 난계 국악박물관에서 차로 10분 채 걸리지 않았다. 난계가 고향에 머무를 때 자주 들러 풍류를 즐기고 호젓한 길을 걸으며 마음을 다스렸던 곳이다. 월이산(551.4m) 자락에 위치한 옥계폭포는 처음 보는 사람마다 크지 않은 산에 제법 큰 폭포가 존재하고 있음에 놀라곤 한다. 내가 이곳을 15년 전 처음 찾았을 때 마치 금강산의 어느 한 봉우리의 깊숙한 골짜기에 있을법한 모습으로 느껴졌고 주변의 울창한 숲과 어우러져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면서도 무언가 신령스러운 느낌을 주는 폭포로 여겨졌다.

 

옥계폭포는 이번이 두 번째 방문인데 15년 전 왔을 때와는 주변이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변해 있어 예전의 옥계폭포가 아닌 듯했다. 그때는 그야말로 폭포외에는 주변에 인공시설물은 전혀 없었고 깊은 계곡에 위치해 호젓했으며 주변은 울창한 숲으로 둘러싸여 있어 무척 신비하고 아늑했는데 지금은 그런 모습은 온데 간데 없이 사라져 아쉬웠다. 지금은 정자가 생겼고 폭포를 좀 더 가까이서 바라보려는 욕망이 불러낸 흉물스러운 커다란 돌다리가 폭포의 경관을 망치고 있었다. 자연은 있는 그대로 두는 것임에도 좀 더 편하게 접근해서 감상하고자 하는 인간의 욕심이 자연을 그대로 두지 않았다. 문화 해설사 말로는 영동군에서 철거여부를 심각히 고민 중이라고 했다.

 

다행히도 옥계폭포는 예전 모습 그대로 남아 있어 다행이다 싶었다. 겨울철이라 흘러내리는 물은 거의 없어 폭포라고 하기에는 민망한 수준이었지만 폭포를 이루고 있는 주변의 절벽은 웅장하고 아름다운 자태를 그대로 간직한 채 보는사람으로 하여금 감탄사를 연발하게 했다. 15년 전 이곳에 위치한 단월드 명상센터(천화원)에서 12일 명상수련차 왔을 때 수련 차 단체로 이곳을 방문 했을 때는 산 속에 숨겨진 거대한 폭포로 여겨졌고 모두들 이런 곳에 아름다운 폭포가 있음을 무척 신기해 했다.

 

천모산(天母山)

 

그 당시는 폭포 웅덩이도 제법 크고 물도 가득차 있어 무척 신비스러운 분위기를 보여주고 있어 하늘의 어머니 산(천모산)이라는 이름과(월이산 범바위) 어딘지 연결되어 있는 느낌을 가졌었다. 그 당시 천모산이라는 지명이 월이산이라는 이름으로 바뀌어 있어 의아했는데 문화해설사 분께서 설명하시길 원래 이름이 월이산인데 단월드 명상센터에서 산의 전체적인 지형을 살펴보고 산의 형태가 여성이 아기를 잉태한 모습이라고 해서 천모산으로 별도로 부르고 있다고 했다.(일부 등산 객들은 월이산과 능선을 나란히 하고 있는 범바위(투구봉)을 천모산으로 부르고 있다)

 

단월드 명상센터(천화원)는 옥계폭포에서 20여 분 정도 등산 길을 거슬러 올라 가야한다. 그 당시 명상센터가 위치한 입지가 무척 아늑하게 느껴졌고 천모산 범바위에서 수련을 했는데 해가 잘 들어오는 위치여서 기운도 잘 느껴졌던 기억이 있다. 전망도 좋았지만 주변 산세가 웅장하기보다는 전반적으로 아늑하고 포근해 따뜻한 기운이 감도는 터로 느껴졌었다. 이곳 마을주민들은 6.25 동란이 발발했을 때 전쟁이 있었는지도 모른채 지나갔고 전쟁이 끝나고 나서야 전쟁이 있었다는 것을 알고 지냈을 정도로 그 당시는 심심산골이었다고 한다. 지도를 보니 높지 않은 산임에도 수많은 골짜기 들이 곳곳에 형성되어 있는 것이 신비스러웠다.

 

옥계폭포가 있는 주변 지형을 살펴보니 금강이 물돌이 형식으로 절묘하게 돌아흐르는 지형적인 특징으로 입구만 숲으로 가려져 있으면 이런 곳에 폭포가 있는지 모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월이산 정상에 서면 금강이 물돌이 형식으로 돌아가는 모습을 볼 수 있고 조망 또한 낮은 산에 비해 무척 좋다고 한다. 지형도를 봐도 금강을 바로 직관하는 형태여서 탁월한 조망을 자랑할 듯했다. 옥계폭포에서 출발 월이산 정상과 천모산 범바위를 거쳐 다시 옥계폭포까지 원점 회귀 산행시간은 개략 3시간(8km) 정도 소요 된다고 하니 나중에라도 다시 찾아 필히 옛 기억을 떠올려보기로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옥계폭포 주창에 차를 대고 폭포까지 이르는 길이 무척 운치가 있었다. 마치 심심산골에 들어가는 기분이 들었고 길은 거의 평지에 가까워 노약자들도 걷기에 무리가 없어 보였다. 폭포수를 그대로 내려보내기 아까웠는지 가는 길에 있는 제법 규모가 있는 옥계 저수지가 그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었다. 자연적으로 조성된 저수지 처럼 보였는데 폭포의 크기에 비해 규모가 상당하고 저수지로 인해 주변 풍광이 한층 더 돋보였다.

 

주변 숲과 동조하며 한 몸을 이루고 있는 모양새가 보기 좋았다. 걷는 즐거움과 보는 즐거움 모두를 만끽 할 수 있는 옥계폭포 또한 영동에 오면 꼭 다녀가시길 권유드린다. 난계가 고향에 내려 오면 이곳에 와서 피리를 자주 불었다고 하는데 폭포소리와 피리소리가 하모니를 이루어 숲 속의 정령들을 모두 불러내 한 바탕 춤이라도 추지 않았을까 했다.

 

(2023.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