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진 3) 576
천축산 불영사(天竺山 拂影寺) 2
사찰의 역사가 오래될수록 전각들도 많이 들어서 있는 것이 인지상정이겠지만 이제는 이 정도에서 멈추었으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 빈 공간이 많아 추가로 더 들일 전각이 있겠다는 우려도 들었다. 지금도 많아 보이기에 더 이상의 전각은 짓지 않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라가 부유해지는 만큼 산 속의 사찰도 그래야 맞는 것 아니냐고 하면 할 말은 없지만 깨달음을 추구하는 수행자에게는 속세의 잣대와는 다른 생각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싶었다.
현재의 전각들 규모는 불영사가 품고 있는 공간 대비 그다지 무리는 없어 보였지만 핵심공간이 확장 될수록 사찰의 본 기능은 훼손될 수밖에 없다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진리인 듯했다. 전각들의 배치는 연못을 고려하여 한 듯했고 방문객들이 찾는 공간과 수행공간이 크게 떨어져 있지 않아 수많은 인파들로 붐빌 경우는 수행에 지장을 주지 않을까 싶었다. 경치 좋은 사찰이기에 연중 찾는 사람이 끊이지 않는다고 하니 여러 좋은 점도 있겠지만 수행자에겐 짐이 되지 않을까 싶었다.
전각들 사이로 피어 있는 목련은 전각과 하나 되어 자신만의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었다. 목조 건축물과 목련이 이처럼 잘 어울리는 곳을 본적이 없을 정도로 보기 좋았다. 검은 지붕과 하얀 목련의 대비가 극명했다. 불영사는 651년(진덕여왕 5년)에 의상대사가 창건했다고 한다. 대한불교 조계종 11교구 본사인 불국사의 말사이고 천축산 이란 이름은 이곳 지형이 인도의 천축산과 닮았기에 붙여졌다고 한다. 불교를 우리나라에 전래한 서역에 있는 천축산에서 이름을 빌려 불영산을 품고 있는 산에 같은 이름을 부여한 것은 그만큼 영험한 기운이 이곳에 있다고 본 듯싶었다.
창건 당시에도 연못이 있었다고 하니 천 년을 훌쩍 넘어 지금까지 존재하고 있다는 자체가 신비스러웠다. 대부분의 전각들은 일부를 제외하고는 회주 스님께서 새로 세우셨다고 하니 그 분의 불력이 참으로 대단하다고 느껴졌다. 사찰 음식 솜씨로도 한 이름 하시는 분이라고 했다. 불영사 홈페이지에 실린 사진을 보니 너그러운 인상과 더불어 지혜로움이 느껴졌다. 깨달은 사람에게서 풍겨 나오는 당당함에 앞서 부드러운 인상이 새삼 돋보였다.
(20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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