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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진 5) 578 천축산 불영사(天竺山 拂影寺) 응진전(應眞殿)

(울진 5)  578

 

천축산 불영사(天竺山 拂影寺) 응진전(應眞殿)

 

 

응진전은 대웅보전과 이격되어 있었다. 정면 3칸 측면 2칸의 맞배지붕 형식으로 대웅보전보다 작아 좀 더 아담해 보였다. 특이한 것은 공포를 건물 4면에 모두 들였다. 통상은 맞배지붕인 경우는 앞, 뒷면에만 공포를 들이는 법인데 달리한 점이 특이했다. 그 만큼 중요하게 여기는 전각이라는 의미가 담긴 듯했다.

 

응진전은 석가모니와 그의 제자를 모신 전각으로 불영사 전각 중 가장 오래되었다고 한다(불영사 홈페이지 참조) 개략 1578(선조 11)에 세워진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 역시 보물로 지정되어 있는 건축물이다. 우리가 방문 당시 응진전 우측 기단 모서리에 까치독사가 따뜻한 햇볕을 쬐기 위해 축 처진 자세로 있어 이를 처음 발견한 막내 동생이 깜짝 놀라서 달려왔다. 자칫 밟을 뻔 했다고 하며 가슴을 쓸어 내렸다.

 

가까이 가서 확인해보니 영낙없는 까치 독사였다. 가까이 다가가도 도망갈 기색이 전혀 없는 것을 보면 비록 미물이지만 사찰 주변에 사는 동물도 부처의 가피를 입었는지 사람의 존재에 대해 크게 경계하지 않는 듯했다. 사찰에서 일하시는 분께 말씀드리니 대수롭지 않다는 표정으로 집게를 들고 달려 가셨다. 그래도 방문객들이 많으니 혹여라도 뱀에 물리는 일이 생기면 낭패가 아닐 수 없다.

 

응진전은 처음에는 영산전으로 기록 되어 있었으나 언제부터 응진전으로 바뀌었는지는 기록에 없다고 한다. 500 년 가까이 된 불교 건축물이기에 귀하게 대접 받고 있다고 한다. 임진왜란 중에 모든 전각이 소실되었지만 응진전만 살아남은 것을 보면 석가모니 부처와 그의 제자들의 원력이 크지 않았나 싶었다. 따뜻한 햇볕을 쬐며 축 늘어져 있는 모습이 미물이지만 사람이 하는 모습과 닮았다. 뱀도 사람의 행동을 따라한다는 것을 처음 느꼈다. 더불어 이곳이 청정지역임을 암시해주는 방증처럼 여겨졌다.

 

(202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