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진 6) 579
천축산 불영사(天竺山 拂影寺) 법영루(法影樓)



불영사 연못인 불영지의 주인처럼 느껴지는 법영루는 불영사에서 가장 좋은 곳에 자리 잡았다. 중생을 제도하고자 울리는 법고,범종,목어 운판의 4가지 사물이 저녁과 새벽에 울려퍼지면 그 소리가 천상의 소리로 들려지지 않을까 싶었다. 몇 년 전 순천 선암사에서 저녁 무렵 들었던 법고소리는 지금도 생각만하면 가슴을 저미는 느낌이 든다. 산중에서 듣는 소리여서 더욱 울림이 컸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법영루에서 울리는 법고,범종 소리는 불영지에 잔잔한 물결을 이루게 하고 전면으로 터진 공간은 그 소리를 더욱 멀리까지 가도록 해 주변의 뭇 생명들에게 깨침과 평화로움을 전달하는 중요한 도구로 사용되고 있지 않을까 싶었다. 법영루와 주변의 전각 그리고 명부전 뒤로 보이는 부처 바위까지 불영지에 반영(反影)으로 보여 지는 모습은 가히 선경에 가까웠다.
부처바위가 연못에 비치는 사찰이라고 해서 불영사라는 이름이 지어진 것을 보면 그 의미가 가볍지 않았다.
죄송스런 이야기 이지만 부처바위라고 부르는 바위의 생김새는 내가 보기엔 부처라기 보다는 형사 콜롬보의 형상처럼 보였다. 부처 눈에는 부처처럼 보이고 범부의 눈에는 눈에 보이는 대로 보인다고 하더니 딱 그렇게 느껴졌다. 부처가 되려면 멀어도 한참 멀었다는 방증이 아닐까 싶었지만 그래도 가슴속에 담은 송곳 같은 뾰족한 마음을 뭉툭하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으니 언젠가는 부처바위가 부처로 보일 날이 오지 않을까 싶다.
불영사는 사찰 규모에 비해 전각이 꽤 많은 사찰이다. 전각들을 하나하나 살펴보는 재미가 있었고 전각마다 다 쓰임새가 분명해 허튼 건축물이 하나도 없었다. 회주스님과 주지스님의 도력과 정성스런 손길이 건축물을 비롯해 불영사를 이루고 있는 모든 사물에 이르기까지 닿아 있는 느낌을 받았다. 비구니 스님의 섬세한 감성이 한 몫을 단단히 하고 있는 듯했다. 사람이 원(願)을 품으면 기적을 만들 수 있다는 말이 있는데 불영사의 전각들을 보면서 그런 느낌이 들었다. 짧은 시간에 이 많은 전각을 세운 사실이 이를 증명하고 있는 듯했다.
또한 전국 비구니 사찰 중 가장 큰 규모인 천축선원이 있는 것을 보면 수행에도 남다른 정성을 쏟고 있는 듯싶었다. 사찰의 본질에 충실한 사찰이 명찰이라는 것은 불문가지(不問可知) 일 것인바 불영사가 천축산과 울진 금강송의 기운을 받아 더욱 용맹전진에 힘써 깨달은 비구니 스님이 끊임없이 배출 되는 명찰(名刹)로 거듭 나기를 마음속으로 간구했다. 배금주의와 자기만 아는 이기주의 삶이 만연한 작금의 세상에 경종을 울리는 차원에서 마음 수행의 본격적인 물꼬를 트는 진원지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주기를 간절한 마음을 담아 기원했다.
불영사도 템플 스테이 하기에 최적의 장소가 아닐까 싶었다. 곧 그런 행운이 내게도 주어지길 마음속으로 조용히 기원했다. 세 번째 찾은 불영사는 그새 예전과는 많이 달라져 있었으나 깨달음을 향한 원력만큼은 그대로 살아 있었다. 더불어 중생을 제도하고자 하는 마음 또한 각별해 보였다. 수행이 먼저냐 중생제도가 먼저냐 하는 의문은 여전히 내게는 풀 수 없는 과제로 남아 있지만 불영사는 이 모든 것을 적절히 안배하며 나아가고 있었다.
(20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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