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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천 6) 445 팔만대장경

(합천 6) 445

 

팔만대장경

 

법보종찰 해인사는 불교 조계종 12교구의 본사로 말사 156개와 산내 암자 17개를 보유한 대 가람이다. 신라 40대 임금인 애장왕 3(802) 1016일에 의상대사의 법손인 순응, 이정 두 스님께서 왕실의 도움을 받아 창건하였다고 한다. 우리가 방문한 날이 1016일이어서 묘한 감동이 일었다. 국보로 잘 알려진 팔만대장경판을 보유하고 있는 이유로 법보종찰 이라는 이름을 지니고 있다. 팔만대장경을 완성하여 보관한 이후 총 7번의 화재가 났지만 팔만대장경을 보관하고 있는 장경판전과 팔만대장경은 불타지 않았다고 한다. 16년간의 공력을 쏟은 노력의 결과물이기에 화마도 비켜 간 모양이다.

 

해인사의 팔만대장경의 장경판전은 1995.12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고 대장경판은 20076월 세계기록문화 유산으로 등재된 우리나라 국보중의 국보이다. 한 글자 새길 때 마다 국난극복의 염원을 담아 기도를 드리고 혼신의 노력을 쏟았다고 했다. 정성이 하늘에 닿을 정도로 혼신의 힘을 다해 만든 예술 작품 같은 경판이기에 하늘이 보호해주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총 개수는 81,258매로 84,000개의 중생의 번뇌를 대치하는 84,000의 법문이 수록 되어있다고 한다. 84,000개의 글자 중 오타가 한자도 없다는 것은 정말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국보를 넘어 세계문화 유산의 한 축을 단단히 자리 매김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했다.

 

팔만대장경이 만들어지기 까지 쉽지 않은 길을 걸어야 했다. 초조대장경판을 고려 헌종 때 시작 문종 대에 완성하였지만 고종 19(1232) 몽고군의 침입으로 전소된 것을 무신정권의 최우가 대장도감을 설치 16년간에 걸쳐 제작하였다고 한다. 대장경의 뜻은 3개의 광주리라는 의미를 지녔다고 하며 부처님 말씀을 담은 경(), 부처님 가르침을 따르는 사람이 지켜야 할 율(), 부처님의 가르침을 연구해 놓은 논()3가지 즉 불교 경전을 총괄하는 의미를 지녔다고 한다 (해인사 홈페이지에서 참조)

 

해인사의 해인(海印)이라는 글자에 담긴 뜻이 깊었다. 해인사 홈페이지에 따르면 해인이라는 말은 화엄경의 해인삼매에서 비롯된 것으로 해인삼매란 일심법계의 세계를 이르는 말이며 곧 부처님 정각의 세계를 가리키는 말이라고 한다. 곧 있는 그대로의 세계, 진실 된 지혜의 눈으로 바라본 세계로 바로 영원한 진리의 세계를 뜻한다고 했다. 해인삼매란 또한 오염됨이 없는 청정무구한 우리의 본디 마음을 나타내는 말이며, 맑고 투명해서 있는 그대로의 세계가 그대로 비치는 세계를 가리키는 말이라고 한다. 나 같은 범부는 제대로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한마디로 정의하면 부처의 깨달음의 모습이요, 중생의 본모습이라고 했다. 결국 모든 것의 끝은 깨달음 그 자체였다.

 

사람은 살면서 행복을 추구한다. 실체가 없는 행복을 찾아 한평생 살다가 임종직전에 이르면 그동안 추구했던 것들이 다 부질없는 일들이란 것을 깨닫게 마련이다. 인생무상이라는 말이 절로 나오게 되는 것처럼 행복을 추구하며 살아가는 것 또한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우물쭈물하다 내 이럴 줄 알았다는 버나드 쇼의 묘비명이 가슴에 와 닿는다. 행복은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즐기고 향유해야 하는 것이라고 철학자들은 말한다.

 

불행과 행복은 종이 한 장의 차이 일수도 있고 에베레스트 산 높이만큼의 큰 차이도 있을 수 있다. 삶은 행과 불행의 연속선상에 있지만 대체로 사람들은 행복보다는 불행한 것을 더 많이 기억하고 생각한다. 신선한 바람이 불어오는 계절이 왔다. 작은 것에도 행복을 느끼고 하루에 단 한 가지라도 누군가에 도움이 되는 일을 통해 행복의 기준을 바꾸고 싶다. 거창한 것을 추구하기 보다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통해 사회가 조금이라도 밝아지고 나아 질 수 있다면 그것으로 족하다는 작은 희망을 가지고 살고 싶다. 삶에 의미를 부여하는 일은 꼭 거창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싶다. 맹세와 다짐이 순식간에 깨지는 아픔이 있다 하더라도 매일 매일 맹세하고 다짐한다면 언제가는 이루어지지 않을까 싶다.

 

(2021.10)

 

무언가 사심 없이 한 가지 일을 계속한다는 것은 큰 힘을 쌓게 하고 그 행위가 사람을 덕인으로 만든다(박원자, 혜암평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