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천 7) 446
깨달음에 이르는 절
해인사라는 이름에는 깨달음에 이르는 절이라는 깊은 의미가 내포된 사실을 이번에 알았다. 사람은 죽을 때까지 배워야하는 운명을 가지고 태어난 듯했다. 가야산의 곧고 푸른 정기가 해인사에서 수행하는 모든 불자들에게 고루 퍼져 견성하는 사람이 많이 배출되길 간구했다. 깨친 사람 한 명이 만 명을 능히 먹여 살림과 동시에 수많은 사람을 깨달음의 세계에 인도한다고 했다. 깨달음에 이르진 못해도 마음공부를 조금이라도 한 사람은 삶의 자세가 달라진다고 한다. 내로남불이 판치는 세상에서 한줄기 폭포수 같이 시원한 지혜로 무장한 사람들이 넘쳐 날 때 비로소 세상 살아가는 것이 아름답지 않을 까 싶다. 남이 아닌 나부터 실천하고 또 실천해야 할 일이다.
대적광전 후면에 있는 팔만 대장경판이 있는 장경판전은 해인사의 가장 높은 곳에 자리 잡았다. 오래된 건축물이지만 제대로 잘 보존되고 있었다. 창 크기와 위치로 자연 채광과 공기 흐름을 유도 항습에 가까운 환경을 조성했다고 하는 것은 오늘날의 관점에서 보더라도 놀라운 일이다. 수많은 생각과 시도 그리고 여기서 얻어진 지혜가 기적을 연출하는 공간을 만들었다. 圓覺道場何處 現今生死卽是 (깨달음의 도량은 지금 생사가 있는 이곳, 내가 발 디디고 서 있는 이 세상이다) 장경판전 기둥의 주련에 쓰여 있는 글귀가 죽비가 되어 내 마음을 내리쳤다.
팔만 대장경판이 잘 보존되고 있다는 사실을 직접 확인하고 나니 가슴 저 밑바닥에서 뜨거운 것이 올라왔다. 해인사에 몸담았던 스님들과 오늘날 현재 주석하고 있는 모든 스님들의 노고에 감사했다. 수백 년을 한 장소에서 변함없이 세세연년 이어오고 있다는 사실이 기적처럼 여겨졌다. 선조들의 지혜와 애국심 그리고 일과 수행에 쏟는 정성에 절로 가슴이 저미어 왔다. 수많은 어려움을 극복하고 팔만 대장경판을 제작해낸 정성과 마음을 하나로 모으는 정신을 갖추면 어떠한 난관도 능히 이겨낼 수 있지 않을까 했다. 하늘을 감동 시키는 정성이면 하늘도 움직인다는 진리를 가슴에 단단히 묻었다.
해인사를 새롭게 느껴보려면 홍류동 계곡을 걸어봐야 한다. 해인사 소리길이라는 예쁜 이름을 지닌 길이다. 길상암이 있는 명진교에서 일주문에 이르는 2.1km의 길이다. 천천히 걸으면 1시간에서 1시간 반 정도 소요되는 길로 가야산에서 내려오는 물이 계곡을 이루며 흘러가는 모습을 보면 가을 단풍이 한창일 때는 마치 천상의 세계가 잠시 옮겨 온 듯한 느낌을 받는다. 시간과 체력이 허락하면 가야산 칠불봉에 올라 합천 주변 일대를 조망해본다면 금상첨화겠지만 어느 정도의 수고로움을 감내해야 한다. 가야산의 불꽃같은 봉우리들이 구도를 향한 불꽃같은 구도심을 내도록 동기감응을 하고 있는 듯했다. 가야산과 해인사는 한 몸을 이루어 불꽃같은 삶을 살라고 온 몸으로 우리에게 당부하고 있었다.
(2021.10)
圓覺道場何處(깨달음의 도량, 즉 행복한 세상은 어디입니까?)
現今生死卽是(지금 생사가 있는 이곳, 내가 발 디디고 서 있는 이곳입니다)
(해인사 장경판전 기둥 주련에 있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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