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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여행기,수필

(성주 1) 447 성밖 숲 1

(성주 1) 447

 

성밖 숲 1

 

합천에 온 김에 별 고을 성주를 처음 찾았다. 성주 참외로 유명한 이곳은 해인사가 있는 합천군과 대구광역시에 비해 지명도는 다소 떨어지지만 살기 좋은 고장으로 정평이 나있는 고장이다. 조선시대에는 영남지방의 큰 읍인 성주 목으로 위세를 떨칠 정도로 유명했지만 대구광역시의 발전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전원풍의 조용한 고장으로 남아있다. 참외가 잘 자라는 토양 덕분에 전국 최고의 참외 산지로 이름을 날리고 있어 군민 소득은 상대적으로 높다고 한다. 음지와 양지가 늘 함께 병존하는 것이 세상이치 라는 것을 알게 되면 창조주의 혜안은 우리 인간이 도저히 따라 갈 수 없는 경지에 있음을 절감한다. 인간인 우리는 그저 살면서 창조주께서 사전에 준비하고 포석해 놓은 것들을 발견하고 감탄 할 뿐이다.

 

성주 성밖 숲은 성주 8경 중 5경에 해당하는 곳으로 거대한 노거수들이 집단적으로 자라고 있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 , 두 그루도 아닌 무려 52그루나 되는 왕 버들 노거수들이 집단으로 식재되어 있는 것이 놀라웠다. 수령 300-500년 이상 된 나무들이 잘 보존되어 지금까지 남아 있다는 것이 기적처럼 느껴졌다. 수많은 전란으로 인한 병화를 입고도 지금까지 살아남아 성주 군민을 비롯한 인근 합천 군민, 대구 시민들의 훌륭한 안식처로 사랑을 받고 있다고 했다.

 

창조주의 보살핌과 성주 군민들의 헌신적인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하지 않았나 싶었다. 성밖 숲은 이름부터가 특이했다. 이곳은 1,300년대에 풍수지리를 고려한 비보림으로 조성되었다고 한다. 마을에 아이들이 죽는 흉사가 자주 발생하자 한 지관의 말을 따라 성주 읍성의 서문 밖 이천 변에 밤나무 숲을 조성한 이후로는 마을의 흉사가 사라졌다고 한다. 이후 임진왜란 이후 밤나무를 베어버리고 지금의 왕 버들을 심어 오늘에 이르렀다고 한다. 밤나무의 비릿한 꽃향기로 인해 마을의 기강이 해이해지는 일이 다반사로 일어나자 고민 끝에 밤나무를 없애 버리고 강인한 생명력을 지닌 왕 버들을 심었다고 한다.

 

성밖 숲을 둘러보기 전, 입구에 있는 홍보관에 먼저 들러 해설사에게 설명을 듣고 난 후 둘러보길 권해 드린다. 그냥 둘러보아도 좋지만 성밖 숲 탄생 배경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천천히 돌아보면 더욱 감동이 느껴진다. 성밖 숲은 늦은 감은 있지만 1999년에 천연 기념물 제 403호로 지정되었다. 주지하다시피 천연기념물은 우리가 잘 보호하고 가꾸어야 하는 자연유산이자 문화유산이다. 모든 자연은 다 보호대상이지만 수백 년 이상 오랜 세월을 살아온 나무는 더욱 보존에 힘쓰고 잘 보호되어야 마땅하지 않나 싶다. 살아 있는 생명체가 300-500년 이상을 한 장소에서 지금까지 존재하고 있다는 것은 이곳에 살았던 그리고 지금 살고 있는 토착()민들의 헌신적인 노력과 더불어 보이지 않는 신령스러운 성주라는 고장의 기운이 작용한 결과로 느껴졌다.

 

글을 쓰는 일은 쉽지 않은 일이다. 특히 진실 된 글을 쓴다는 것은 더 더욱 어렵다. 글을 쓰는 것과 살아가는 것 또한 비슷해 보인다. 사람으로 태어나 제대로 살아가는 것이 힘들 듯이 좋은 글을 쓰는 것 또한 쉬운 일이 아니다. 사람은 영혼을 품고 있는 동물이기에 글을 쓰는 행위는 때로는 자신의 영혼과 대화하는 일이기도 하다. 그래서 진실 된 글에는 힘이 있다. 진실 된 글에는 그 사람의 영혼이 담겼기 때문이다. 시를 쓰는 일은 또 다른 차원이다. 영혼의 맑기를 느낄 수 있는 시는 일반적인 글쓰기와는 격이 다르다. 영혼과 바로 만나야하기 때문이다. 시와 소설을 쓰는 사람들이 존경스럽지만 그들은 글을 쓰는 자체가 감옥 이라고 한다. 살아가는 행위와 글을 쓰는 행위는 어찌 보면 인간에게는 숙명이고 피할 수 없는 운명이다. 별 고을 성주 성밖 숲에서 노거수들을 보면서 문득 든 생각이다.

 

(2021.10)

 

삶은 사람들이 연결될 때 변화한다. 삶은 모든 것이 연결될 때 변화한다(퀄컴의 좌우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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