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주 2) 448
성밖 숲 2
성밖 숲은 약 5천 평의 부지에 52그루의 노거수가 건강하게 자라고 있는 모습이 장관이었다. 나무 하나하나가 경이로웠다. 수백 년의 생을 이어 온 모습에서 풍기는 아우라가 대단했으나 기운은 부드러웠다. 생김새는 나무마다 달랐지만 서로 어우러져 한 가족을 이루고 있는 모습이 참으로 평화로웠다. 겨울을 보내고 4,5월 봄철이 오면 연두 빛 잎들이 화사하게 피어나면 이곳은 별유천지가 된다고 한다. 단지 꽃가루 알레르기 있는 분들에게는 거부감이 크겠지만 그 때만 피한다면 가족단위로 산책하며 즐기기에는 환상적인 수목원(정원)처럼 느껴졌다. 8월 보라색의 맥문동 꽃이 노거수 아래에서 만발하면 전국 각지의 사진작가들이 몰려들어 찰나의 미학을 카메라에 담아내느라 몸살을 앓기도 한다고 한다.
서울의 한강변에도 향후 수백 년을 내다보고 곳곳에 왕 버들 군락지를 조성해 놓으면 아주 좋을 듯했다. 강인한 생명력과 번식력이 남다른 왕 버들이 한강변을 따라 노거수 군락을 이루어 서있는 모습은 상상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고 얼굴에 환한 미소가 번진다. 교육도 100년 대계지만 식목도 100년 대계로 가꾸어야 비로소 훌륭한 자연유산, 문화유산이 되는 법이다. 선조들이 해 놓은 것을 즐기는 차원에서 벗어나 이제는 좀 더 체계적으로 미래의 후손들을 위해 준비한다면 더욱 멋진 자연을 물려주지 않을까 싶다. 식목일을 좀 더 창의적이고 미래 후손들을 위한 방편으로 생각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싶다.
가야산의 품 일부가 성주에 겹쳐있어 성주 8경 중 1경은 가야산 만물상이 차지하고 있었다. 합천군의 위상을 높이고 있는 해인사와 가야산이 멀지 않은 거리에 있기에 성주 또한 그 영향권 안에 있지만 성주군 고유의 풍광은 전반적으로 합천군에 비해 안온했다. 조선시대 영남지방의 거읍이었던 성주는 드러나지 않은 많은 이야기들을 지닌 고장이다. 600여 년의 명맥을 이어온 한 개 마을과 세종대왕의 아들들의 태를 봉안한 세종대왕자태실은 꼭 가보시길 권해 드린다.
세종대왕자태실에는 세종대왕의 적서(嫡庶)인 19명의 왕자 중 큰 아들인 문종(文宗)을 제외한 18왕자의 태실과 원손(元孫)인 단종(端宗)의 태실 등 모두 19기를 모셨다. 태아의 생명력을 상징하는 태를 조선왕실에서 전국의 명당으로 일컫는 곳에 묻었는데 성주의 태실은 규모면에서 가장 크다고 한다. 이 또한 지금까지 600년에 가까운 세월을 이어오고 있다는 점에서 문화유산의 가치가 한층 도드라지게 느껴졌다. 그 외에도 시간이 되면 성밖 숲에서 멀지 않은 성산동 고분군과 고분군 전시관을 꼭 가보시길 권해 드린다. 가야시대와 삼국시대의 고분군으로 성주의 고대역사를 살펴 볼 수 있고 오래된 문화유산의 힘을 체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별 고을 성주가 다시 조명을 받아 예전의 성주 목 같은 큰 도시로 발전하기 보다는 살기 좋은 전원도시로 이름을 드높이길 기원해 본다.
지도자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는 요즈음이다. 특히 지도자의 리더십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작금의 위정자를 자처하는 리더들을 보면 무언가 1%가 부족한 느낌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달리 말하면 리더의 중요한 자질의 하나인 주도면밀한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여와 야 가릴 것 없이 비슷하다. 국민을 장기판의 졸(?)로 알고 있다고 국민들 스스로가 느낄 정도로 지도자의 하는 말과 행동이 가관이다. 물론 나만의 생각일 수도 있겠다
중용에서 이르길 모든 일은 미리 준비하고 대비하면 사전에 문제를 예방 할 수 있고 능히 대처 할 수 있다고 했다. 이순신 장군이 그토록 강조한 유비무환의 정신은 지도자의 필수 덕목이지 않을까 싶다. 주역에서는 임금이 주도면밀하지 않으면 훌륭한 신하를 잃게 되고 신하가 주도면밀하지 않으면 목숨을 잃게 된다고 했다. 주도면밀함의 중요성을 강조한 말이다.
특히 높은 위치에 있는 지도자의 말과 행동 하나는 영향력이 상당하기 때문에 더욱 주도면밀해야 함에도 작금에는 이런 지도자를 볼 수 없어 안타까울 뿐이다. 주도면밀함도 훈련이 필요하고 치밀한 생각과 사람들과의 격의 없는 소통을 통해 완성 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했으면 싶다. 백성을 자신보다 더 사랑하고 철저한 유비무환의 정신으로 국난을 극복했던 충무공의 높은 정신을 다시 떠올려 본다. 기본이 혁신이라는 말 또한 비수처럼 가슴에 다가왔다.
(2021.10)
리더의 역할은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사람들이 현실과 직면하는 걸 돕고 그들이 공동체의 안전과 번영을 위해 변화를 만들어내도록 동원하는 것이다
(늦어서 고마워, 토머스 프리드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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