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4 ) 594
관가정(觀稼亭)과 향단(香壇)
양동 마을 전체를 제한 된 시간에 둘러보기 어려워 그 중 몇 개의 대표적인 건축물을 집중해서 둘러보았다. 관가정(觀稼亭)과 향단(香壇), 무첨당(無忝堂)과 심수정(心水亭)을 둘러보며 오랜 세월을 견디며 잘 보전된 상태로 있는 것만으로도 고마운 느낌을 받았다. 관가정은 세조때 이시애의 난을 진압하는데 공을 세운 손소의 아들 손중돈이 분가하며 지은 집(1504년)으로 관가정이라는 이름에는 곡식들이 자라는 모습을 보듯 자손들이 자라는 모습을 보는 집이라는 의미가 담겼다고 한다.
경주 손씨 입향 조에 해당하는 양민공 손소의 아들 우재 손중돈(1463-1529)은 김종직의 제자로 경상,전라,충청,함경 관찰사를 비롯하여 공조,이조 판서까지 두루 거칠 정도로 임금에게 신임을 받은 분으로 중종 때는 청백리로 뽑힐 정도로 정치에 깊숙이 관여했지만 처세는 무척 신중했던 분으로 여겨졌다. 관가정은 손중돈의 권세가 어느 정도 반영된 듯 건물 규모도 제법 크고 누마루까지 있어 권문세가의 집으로 여겨졌다.
ㅁ 자 마당을 중심으로 한 평면이 돋보였다. 낮은 담과 집안에 사당까지 들여 종손 댁임을 암시했다. 건물 외관 디자인도 탁월하고 평면과 배치 또한 군더더기가 없는 집으로 여겨졌다. 경주 손씨 대 종택이자 입향 조인 양민공 손소의 집인 송첨 종택은 안골 끝자락에 있는데 이번에 둘러보지 못해 아쉬웠다. 아들인 손중돈과 외손인 이언적이 이 집에서 태어났다고 하는데 송첨 종택은 보물로 지정되지 않은 것이 이상했다.
관가정을 비롯해 보존할 가치가 있는 오래된 한옥 집이 오래도록 존재하려면 안동의 구름에 리조트처럼 외부인에게 숙소로 개방하여 현재와 공존하며 살아가는 형태로 보존했으면 하는 바람이 문득 들었다. 양반가의 집에서 하룻밤 묵으며 옛 선조들의 삶을 떠올려보고 낯선 곳에서의 정취도 느껴보면 삶에 새로운 기운이 돌지 않을까 싶다. 오래 전 안동 구름에 리조트에서 하루 묵으면서 경험했기에 양동 마을도 그런 방향으로 활용과 보전 두 가지를 꾀하면 어떨까 싶었다. 물론 다양한 생각들을 수렴하여 가장 좋은 방향으로 진행하는 것이 우선이지 않을까 싶다.
다행히도(?) 향단(香壇)의 경우는 행랑채를 포함해 일부 공간을 스테이 형식으로 외부인에게 공개하고 있다고 하며 이용해 본 방문객 입장에서는 인기 만점의 스테이로 자리 잡았다고 한다. 양동 마을에서 향단 외에는 스테이로 공개하고 있는 곳은 없는 것 같아 아쉽지만 이용객의 입소문이 나고 찾는 사람이 많아지면 좀 더 많은 공간을 공개 하지 않을까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양동 마을을 대표하는 건축물만이라도 일부를 한옥 스테이로 꾸며 건축물도 보전하고 수입도 도모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면 어떨까 싶지만 정통 사대부가의 전통을 계승하는 입장에서는 호불호가 갈리지 않을까 싶다.
향단은 양동마을에 들어서면 가장 눈에 띄는 건축물 중의 하나로 보여 질 만큼 단연 독보적이다. 기와집의 일반적인 형태에서 과감히 탈피해 주거 생활의 편리함을 한층 도모하였고 규모도 상당해 56칸이나 된다. 일자형 행랑채와 안마당과 사랑마당이 구분되어 있는 것도 독특했다. 6.25 동란 이전에는 99칸 집이었다고 하는데 6.25 동란 시에 일부가 불타는 아픔을 겪었다고 한다.
언젠가는 99칸 집으로 화려한 복귀를 기대하고 싶다. 블로그 등을 살펴보니 내어주는 음식도 정갈하고 주인의 손님맞이하는 배려와 정성이 대단하다는 칭찬이 많은 것을 보면 경주 우수 한옥 스테이로 단단히 자리 매김 할 듯했다. 젊은 세대에게는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고 옛 전통문화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도 어느 정도는 잠재울 수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2024.3)
삶에서 정말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일에 자신의 능력과 시간을 기울이고 있는가? 스스로 물어야 합니다. 무가치한 일에 시간과 능력을 탕진하면 인생이 녹슬어 버립니다
(법정, 일기일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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