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원 1) 453
노동당사
서울 최북단 철원은 안보 관광지이자 분단국가의 상징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도시이다. 이곳에만 오면 정신이 번쩍 들고 마음이 새로워진다. 분단국가의 아픔을 느낄 수 있는 반면 강원도에서 보기 드문 넓은 곡창지대를 가진 지역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잘 모르는 사실이지만 철원은 1930년대 당시로는 인구 2만 명을 헤아리는 강원도의 큰 도시 중 하나였다고 한다.
지금은 분단의 현장으로 남아 인구가 계속 줄고 있다고 하니 안타까웠다. 눈으로 보지 않으면 잊고 지내다 가끔 이곳에 오게 되면 6.25 동란의 아픔이 느껴지고 아직도 분단국가라는 숙명이 가슴을 짓누른다. 전쟁을 직접 체험 해보지는 않았지만 직전 부모 세대가 전쟁의 아픔을 고스란히 체험 하였기에 어느 정도 알고 있고 그 영향을 받은 것 또한 사실이다.
노동당사는 서울에서 그리 멀지 않았다. 사진으로만 보았던 노동당사를 처음 보았다. 보기보다 규모가 꽤 컸다. 1946년에 지어진 건물임에도 오래된 건물로 여겨지지 않았다. 아픈 세월을 품고 있는 뛰어난 예술작품처럼 느껴졌다. 러시아식 건물이라고 했다. 그 당시 건축물로는 비례미와 단순미가 탁월한 건축물로 여겨졌다. 평범하면서도 균형 잡힌 건축물로 그 당시에는 철원일대에서 가장 돋보이는 건물로 자리 매김 하지 않았을 까 싶었다.
연면적 600평이 채 안 되는 3층 건물로 1946년에 축조하여 1950년 까지 5년간 철원일대를 관장하며 주민들을 대상으로 온갖 고문과 갖은 만행을 저지르며 혹독한 통치를 한 장소라고 한다. 철원일대의 마을에서 강제 추렴하여 자금을 대고 강제 노역을 통해 건물을 완성했다고 한다. 6.25 동란을 거치며 주변 대다수 건축물들은 파괴되어 사라졌으나 노동 당사는 살아남아 전쟁의 상흔을 안은 채 지금은 안보 현장의 귀중한 자산으로 뿌리 내렸다고 한다.
노동당사는 민통선과 이웃해있고 그 유명한 백마고지가 지근거리에 있어 함께 둘러보기에 좋았다. 노동당사에서 전면으로 빤히 바라보이는 소이산(362m)은 그다지 높지는 않지만 이 일대에서는 가장 높아 광활한 철원평야를 조망하기에 최적의 장소로 각광 받고 있는 곳이다. 노동당사에서 소이산 전망대까지는 소이산 생태 숲길로 연결된다.(도보로 30분 정도 소요) 지금은 소이산 전망대 있는 곳까지 태워다주는 모노레일이 생겨 편하게 다녀 올 수 있다. 노동당사를 방문 하시는 분들은 필히 소이산전망대까지 올라 보시고 드넓은 철원평야를 바라보는 흔치 않은 기회를 가져보시길 권해 드린다. 물론 백마고지 또한 함께 둘러봐야 철원 평야의 진면목을 알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노동당사 앞마당이 넓었다. 넓은 마당으로 인해 노동당사가 단연 돋보였다. 오랜 세월이 흘렀지만 현대식 건물의 자태는 변하지 않았다. 어딘지 모르게 건물에 위엄이 느껴졌다. 설계에 많은 공은 들인 느낌이 들었다. 쓰라린 전쟁의 아픔과 상흔을 지닌 채 노동당사는 후손들에게 두 번 다시 전쟁은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것을 눈 부릅뜨고 이야기하는 듯했다. 실체가 있는 문화유산은 언제나 생생한 교훈을 준다. 국가등록문화재 22호로 지정된 노동당사가 통일이 되는 그 날까지 지금 있는 모습 그대로 남아 있어주기를 간절히 기원했다.
(2022.11)
내가 상대를 재게 되면 상대방 역시 재게 됩니다. 그게 세상사는 이치다
(법륜, 스님의 주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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