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원 2) 454
도피안사(到彼岸寺)
천년 사찰 도피안사는 화개산(花開山)의 품속에서 안온했다. 피안으로 도달한다는 의미를 지닌 사찰답게 자리 잡은 위치가 절묘했다. 평야지대로 둘러싸인 철원에서 낮은 구릉지대 처럼 보이는 화개산의 품 안에서 천 년을 견뎌 왔다는 것이 신비로웠다. 철새 도래지로 한 이름 하고 있는 학 저수지와 토교 저수지도도 멀지 않았다. 낮은 산과 저수지 그리고 평야가 함께 어우러져 안보 관광지답지 않은 평화로운 분위기를 물씬 풍겼다. 평화로운 풍경 속에 가을걷이에 바쁜 농부의 마음은 아랑곳하지 않는 듯 도피안사는 고즈넉하기까지 했다.
철원 향교와 마주보고 있는 일주문이 속세와 내세를 구분하고 있는 듯 당당했다. 절 이름과 산 이름이 정토세계를 함축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사천왕문을 지나 있는 연못에는 연이 가득했다. 초록의 연잎이 가을을 맞이할 채비를 하고 있는 듯 일부는 갈색으로 옷을 갈아입고 있었다. 8월말 연꽃이 활짝 피면 도피안사는 그야말로 아늑한 피안의 장소로 주변을 환희 밝힐 듯했다.
연못 지나 있는 해탈문은 피안의 세계로 안내하는 마지막 문인 듯 보였다. 해탈문 지나 사찰의 핵심 공간으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다시 제법 높은 계단을 올라야 했다. 거리는 짧았지만 피안의 세계로 가는 길이 쉽지 않음을 암시했다. 계단 좌측에 있는 종무소를 겸하고 있는 종루 건물이 아주 도드라졌다. 종루 아래 공간을 종무소로 활용 한 아이디어가 돋보였다. 종루는 해탈을 이루었다고 해도 수시로 자신을 돌아봐야 한다는 경각심을 일깨워주는 듯 호기로웠다.
대적광전(大寂光殿)이 있는 사찰의 핵심 공간은 아담했다. 보물로 지정된 삼층 석탑이 대적광전 앞마당을 꽉 채우고 있었다. 작지만 풍기는 아우라는 범상치 않았다. 천 년 이상을 한 곳에서 견뎌온 석탑이 사찰의 모든 역사를 품고 홀로 당당했다. 대적광전 내부에 있는 국보로 지정된 철조 비로자나 불좌상이 아주 독특했다. 검은색 철조불상이 신비로운 기운을 내뿜으며 중생을 향해 자비의 손길을 내주고 있었다.
(2022.9)
수행을 통해 호흡을 살피면서 몸에 일어나는 작은 느낌을 바라보면 자기 마음속에 있는 미세한 불만 부주의 등을 다 알아차리고 관찰 할 수 있게된다. 내 속에 쌓인 스트레스도 통제 가능하고 상대에게 무의식적으로 저지르는 작은 실수도 알아차릴 수가 있다
(법륜, 스님의 주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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