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원 7) 459
고석정 2
오랜만에 다시 찾은 고석정은 예전의 고즈넉함은 없어 졌지만 여전히 고석정 정자에서 바라보는 주변 풍광은 아늑하면서도 장엄한 느낌을 주었다. 한탄강 중류에 해당하고 S자 형태로 흘러가는 강물이 유순해 보이지만 래프팅을 할 정도로 물살은 빠르다고 한다. 검은 현무암 협곡은 신비감을 주기도 하지만 때로는 엄숙한 느낌도 주는 묘한 기분에 빠지게 했다. 보고 있으면 잠시 모든 것을 잊게 만드는 묘한 매력이 있었다.
고석정 일대는 조선 명종(1545-1567) 때 의적으로 이름났던 임꺽정이 활동했던 주 무대로 알려져 있어 이 곳에 숨어있는 이야기가 무궁무진 할 듯했다. 오랜 역사가 잠자고 있는 경치 좋은 이곳에는 아직 알려지지 않은 수많은 이야기들이 드러날 때를 기다리며 숨죽이고 있는 듯했다. 고석정 정자 근처에 나룻배 형태의 유람선이 15명 정원으로 사람들을 태우고 협곡을 오가며 고석정에 전해져 오는 설화를 중심으로 구수한 이야기보따리를 풀며 사람들의 귀와 눈을 즐겁게 해주고 있었다.
탁월한 명소에 어울리지 않는 어설픈 선착장이 고석정 바로 가까이에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했지만 배를 타고 온 사람들의 만족한 표정을 보면서 마냥 탓만 할 수는 없었다. 단지 선착장을 조금 먼 곳으로 옮겼으면 하는 아쉬움은 있었다. 사람이 모이는 곳이라면 돈을 벌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을 찾는 놀라운 재주는 어느 나라든 대개 유사한 것을 보면 먹고사는 문제는 항상 모든 것의 최우선임을 새삼 깨닫게 했다.
고석정 입구에서 강가로 내려가는 계단에는 이곳에서 촬영했던 영화의 제목과 사진들이 나열되어 있어 영화 촬영지로 크게 한 몫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강가 백사장에서 협곡을 바라보는 느낌이 위에서 보는 것과 다르기 때문에 필히 강가 백사장에 내려와 보시길 권해 드린다. 더불어 염치 불구하고 나룻배 유람선도 꼭 한 번 타 보시길 권해 드린다. 조금 지나면 선착장은 곧 폐쇄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협곡 가운데 들어가 직접 보고 느끼는 감흥은 먼 발치에서 보는 것과는 사뭇 달랐다.
(2022.9)
인간의 나약함 뒤에는 근본적인 의미가 있으며 변화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빅터 프랭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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