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1)
일본 북해도 여행(7.2-5)
프롤로그
참으로 오랜만에 해외여행으로 일본 북해도를 찾았다. 코로나 19로 인하여 3년간 문을 닫아 걸었던 해외여행이 최근 봇물처럼 터졌다. 그런 틈새에 동참하고 싶은 마음은 조금도 없었지만 아내가 환갑을 맞은 해여서 아내의 강력한 희망으로 거의 6년 만에 일본을 찾았다. 당초에는 유럽을 희망했지만 여름보다는 봄, 가을이 더 나을 것 같고 여름철 북해도라면 아주 시원해서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내 의견에 마지못해 따르면서 단서를 달았다. 내 년에는 기필코 유럽여행을 다녀와야 한다는 것이다. 혹을 떼려다 더 큰 혹을 달아맨 셈이 되었다.
일본은 제주도 만큼 가깝게 느껴지는 곳이고 음식도 한국사람에게 맞아 크게 거부감이 들지 않는 여행지다. 40대 직장생활 시절에 회사 일로 적어도 8번 이상은 다녀온 곳이고 한 때는 일본 단기 근무를 희망해 열심히 일본어를 공부한 적도 있기에 방문 할 때마다 열심히 살펴보게 된다. 특히 일본의 건축관련 분야의 선진 기술은 우리보다 몇 수 앞서 있어 늘 배우는 자세로 열심히 보고 자세히 살피게 된다. 비교를 통해 우리나라 건설기술을 되돌아보고 새롭게 마음을 다지는 기회도 되어 유익하고 우리보다 앞선 것을 느끼고 깨닫게 되어 자극을 받는 곳이다.
북해도 1일 차
(치토세 국제공항-다테 지다이무라-노보리베츠 지옥계곡-노보리베츠 만세각 호텔)
인천공항에서 2시간 반 이면 닿는 일본 북해도 신 치토세 공항은 간사이 국제공항보다는 작았지만 지방 공항이라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일본 5대 도시에 랭크되어 있는 삿뽀로 시에 있기에 나름 국제공항 다운 면모를 갖추고 있었다. 공항에서 수속을 마치고 나오자 여름임에도 북해도의 서늘한 기온으로 상쾌한 느낌이 들었다. 지방도시 같지 않은 건물군과 깨끗한 도로, 상냥한 표정으로 사람을 대하는 현지인들의 태도는 여전했다. 항상 일본에 올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조금 과도할 정도의 친절과 배려 그리고 깨끗한 거리와 세련된 건물은 선진국의 모습은 이러해야 한다는 것을 온 몸으로 보여주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된다.
해외여행이 주는 낮설음과 묘한 긴장감이 좋았다. 가끔씩 익숙한 것과 결별하고 낮 설음이 주는 설렘과 긴장감을 즐기다보면 뇌가 다시 새롭게 태어나는 느낌을 받게 된다. 새로움을 통해서 뇌를 새롭게 부팅해보는 기회가 되어 매우 유익하다. 더불어 국내에 머물던 시각이 세계로 확장되어 시야가 넓어지는 느낌을 받게되니 내 자신도 과거의 나에서 벗어나 새로운 나로 변화하고 성장하는 듯한 기분이 든다. 해외여행의 장점의 하나가 아닐까 싶다.
이번 여행은 여행사 패키지 상품으로 3박 4일의 여정으로 북해도 주요 몇 곳만 다녀오는 코스인데 제법 알차게 느껴져 선택하게 되었다. 더운 여름철 북해도의 시원한 기온도 한몫을 했다. 첫 방문지로 노보리베츠 온천 지역 가는 중에 있는 다테 지다이무라(민속촌) 라는 곳을 찾았다. 400여 년 전 에도시대의 마을을 재현해 둔곳으로 우리의 한국민속촌과 닮았다. 입구에 칼을 찬 사무라이와 복면을 쓴 자객 복장을 한 여성 둘이 입구에서 우리 일행을 맞았다.
이곳 방문을 기념하기 위해 함께 사진 촬영에 임하는 관광 홍보 도우미라고 한다. 고운 미소를 띈 여성이 칼을 차고 복면으로 자객 복장을 한 모습이 귀여웠다. 나름 사진 촬영에 임할 때는 한 껏 사무라이 표정을 지어보였다. 사진 촬영 후에는 환한 미소를 관광객들에게 아낌없이 보여주었다. 에도시대는 도쿠가와 막부가 다스리던 평화의 시기다. 그 당사 도시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일본 에도시대로 돌아간 기분이 들었다. 일본스러운 건물과 상점들이 나란히 마을을 이루어 평화로운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다.
일부 건물안에서는 다양한 테마로 공연이 이루어지고 있어 관광객들은 선택하며 즐기기에 좋았다. 공연을 보지 않더라도 에도시대의 건물과 그 당시 복장을 하고있는 사람들을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우리는 오이란 쇼를 보았는데 오이란이란 일본 기생들 중 가장 높은 지위에 있는 기생을 부르는 말이라고 한다. 우리로 말하면 황진이 정도가 될 것이다. 별반 내용은 없었지만 화려한 치장을 한 기생과 장군(쇼군) 복장을 한 관객이 무대에서 대화를 나누고 간단한 이벤트를 하는 정도였다.
해설을 맡은 자그마한 크기의 나이 지긋한 중년여성의 해맑은 헤설과 표정이 압권이었다. 일본 사람의 특유의 해학과 친절 그리고 말투를 통해 일본인의 다테마에(겉모습)를 온전히 보고 느낄 수 있었다. 고위급 기생의 옷맵시와 태도 또한 볼만했다. 공연이 끝나고 해설사의 요청으로 100엔 동전을 사각종이에 싸서 던져주는 것으로 막을 내렸다. 입구에서 입장료를 받는 대신에 공연 관람료는 없어 수고료 정도로 생각하면 될 듯했다.
지다이무라 내에 있는 연못 주변에 피어있는 꽃들이 화려했다. 이곳은 지금이 봄인 듯했다. 연못 부근에 있는 한 상점에서 말차 아이스크림과 커피를 주문해서 휴식을 겸해 잠시 쉬었다. 무심코 시켰는데 말차 아이스크림 맛이 예사롭지 않았다. 어디에서도 먹어보지 않은 맛이었다. 아주 달지는 않아지만 부드럽고 고소한 맛이 일품이었다. 북해도산 우유가 유명하다고 했는데 아마도 북해도 산 우유를 재료로 쓴 모양이었다. 삿뽀로에서도 후라노에서도 여러 다른 아이스크림을 사서 먹어 보았지만 이곳에서 나이 지긋하신 할머니가 팔고 있는 말차 아이스크림보다는 맛이 없었다. 이곳에 오시게 되면 꼭 맛보시기를 권해드린다.
일본 북해도 여행 첫방문지로 약 1시간 정도 이곳에서 보냈는데 일본 문화가 물씬 느껴져 좋았다. 크지 않은 규모여서 전부 다 둘러보아도 1시간 정도면 충분했다. 에도시대 당시의 직업과 생활상을 볼 수 있는 공간도 있으니 이곳에 오시면 잘 살펴보시길 바란다. 목조로 된 탑이 있어 호기심으로 올라가 보았다. 지다이무라 일대가 한 눈에 들어왔다. 건물에 화재가 발생하면 빠른 시간내에 비상상황을 알릴 목적으로 건조한 탑이라고 했다. 대다수의 건물이 목조로 되어 있기에 화재에 취약한 편이라 이를 고려해서 만들었다고 한다.
함께 한 일행 들 모두 편안한 표정으로 민속촌을 살펴보고 오늘의 하이라이트인 노보리베츠로 향했다. 노보리베츠는 온천지구로 북해도 3대 온천 중 하나로 온천수가 아주 좋다고 정평이 나있는 곳이다. 숙소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지옥계곡이 압권이었다. 살아 있는 느낌이 나는 온천수가 땅속에서 노천으로 올라오고 있는 모습이 장관이었다. 마치 지옥에 온 듯한 느낌이 물씬 났다. 하얀 김이 땅속 곳곳에서 솟아나고 탁한 옥회색의 유황천이 솟아나고 있는 모습이 독특했다.
석회석이 녹은 듯한 희어멀건 온천수가 작은 내를 이루어 흐르고 숲을 드러낸 자리에 넓게 펼쳐진 개활지에서 솟아나는 유황을 머금은 수증기로 인해 짙은 유황 냄새가 주변을 진동했지만 참을만 했다. 숙소에서도 창문을 열면 유황냄새가 흥건히 느껴졌지만 불쾌하진 않았다. 황폐한 지형에서 솟아나는 온천수가 생명의 물처럼 느껴졌다. 지진이 많은 나라에 하느님께서 내리는 축복의 물처럼 느껴졌다.
인생 샷을 찍는 장소에서 가이드의 안내에 따라 모두 유황 수증기가 뿜어나오는 곳을 배경으로 자신들만의 인생샷을 만들었다. 가이드가 찍어 준 사진이 제일 잘 나온 것을 보면 베테랑 경력의 수준급 가이드로 느껴졌다. 지옥계곡이라고 부르는 거대한 개활지 인근에 북해도 3대 온천의 하나인 노보리베츠 온천이 있어 관광과 휴양을 겸하기에 아주 최적의 장소로 여겨졌다. 지옥계곡 주변으로 여러 다양한 둘레 길이 조성되어 있어 다양한 루트로 이 일대를 둘러 볼 수 있다고 한다.
유명한 관굉지여서 주변에 호텔이 많았다. 우리 일행들이 숙박한 호텔이 제법 좋았다. 고급 호텔은 아니지만 그런대로 묵을 만했고 쾌적했다. 뷔페식당 음식도 좋았다. 모처럼 낮선 곳에서 낮선 음식으로 식사를 하니 비로소 여행 온 맛이 났다. 가이드가 추천한 클래식이라는 맥주를 곁들여 먹었는데 맛이 아주 좋았다. 한국에서 파는 맥주와는 판이했다. 묵직했지만 목 넘김이 아주 좋았다. 이 지역에서 솟아나는 좋은 미네랄 워터를 이용해서 만든 맥주여서 이곳 맥주가 꽤 유명하다고 했다.
식사 전 일찍 호텔에 도착해서 곧바로 온천욕을 했다. 화산재가 녹아 있는 느낌이 나는 회색우유빛 온천물에 몸을 담그니 몸이 금방 반응을 했다. 처음에는 강렬한 뜨거움에 움찔했으나 1분도 되지 않아 금세 적응되었다. 안온한 기분으로 탕속에 앉아 있는 느낌이 좋았다. 온 몸을 찌릿하게 하는 느낌과 더불어 좋은 미네랄 성분이 몸속으로 서서히 침투해 들어오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짧은 여행의 피로가 스르르 풀렸다.
이 곳 온천물이 좋으니 가이드는 식사 전, 식사 후 자기 전, 다음날 새벽 등 최소 3번은 하라고 권한 이유를 알았다. 노천탕도 있어 맑은 공기를 쐬며 온천욕을 하는 느낌이 삼삼했다. 입구에 다양한 종류의 샴푸와 트리트먼트를 비치해 놓아 취향대로 작은 용기에 담아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 참신하고 독특했다. 고객만족을 위한 방편이지만 그들의 상술이 새삼 돋보였다. 온천과 식사를 마치고 주변을 잠시 둘러보았다. 방에 비치된 유카타를 입고 외부로 나오니 아주 시원했다. 산 속이어서 저녁이 되자 온도가 20도 이하로 떨어졌다.
산으로 둘러싸인 지역이어서 공기도 무척 달고 맑았다. 일본에서도 여름 피서로 이곳만한 곳이 없을 듯했다. 동경에서 여기로 여행 오려면 신간센을 타고도 10시간 이상 걸린다고 하니 무척 먼거리다. 일본 자국민들도 한 번 오기 쉽지 않은 곳이라고 한다. 북해도 3대 온천 중의 하나인 노보리베츠 온천욕도 하고 맛난 음식도 먹고 나니 잠이 갑자기 쏟아졌다. 새벽 댓바람에 집을 나왔기에 피로가 순간적으로 몰려왔다. 유황냄새 가득한 낮선 곳에서의 하룻밤이 스르르 흘러갔다.
(2023.7.2-5)
노보리베츠 온천지구 지옥계곡
지다이무라(민속촌)
오이란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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