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 9) 451
금둔사(金芚寺)의 수행방식
금둔사의 수행방식이 독특했다. 반농반선(半農伴禪)으로 간화선(看話禪) 수행과 선다일여(禪茶一如)로 전미개오(轉迷開悟)를 실행하는 수행방식이 도드라졌다. 전미개오라는 한자어가 생소했다. 여러 가지 번뇌에서 벗어나 열반의 깨달음에 이른다는 뜻이라고 한다. 금둔사는 납월홍매 외에도 야생 차밭으로도 정평이 나있다. 수령 700여 년이 되는 야생 차밭이 2천평 정도나 된다고 한다. 금둔사 차나무 씨를 받아 지허 스님께서 조성한 9000여 평에 가까운 지현다원이 사찰인근에 거대한 차밭을 이루고 있다고 한다. 비료와 농약, 거름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가꾸고 재배해 차 맛이 가히 일품이라고 했다.
비로소 선다일여로 전미개오를 실행 한다는 수행법이 이해되었다. 선다일여라는 글을 사천 다솔사에서도 본 적이 있다. 옛 선현들은 차를 마시는 행위도 다도(茶道)라고 해서 중요시 했다. 차를 마시고 음미하는 행위를 통하여 도의 경지에 이르려면 매 순간 행위 하나 하나에 집중하지 않으면 안 된다. 무심의 상태에 들어야 그것이 가능하니 다도일여가 그냥 나온 말이 아니다. 마음을 비워 내려놓고 생각을 멈추고(止感) 호흡을 편안히 할 수 있어야(調息) 무심의 경지에 들어 갈 수 있다고 한다. 무심의 경지에서 마시는 차 맛은 과연 어떤 맛일지 궁금했다.
예로부터 차는 정신을 맑게 하는 힘이 있다고 했다. 그래서 선(禪)이 있는 곳에 차(茶)가 있다고 했다. 금둔사가 자리 잡은 곳의 야생 차밭이 절묘했다. 차밭이 있는 곳을 택해 금둔사의 터를 잡은 듯했다. 한번만 우려먹는 일반 차는 명차라고 할 수 없다. 7번을 우려도 같은 맛을 내는 차가 명차이고 좋은 차라고 한다. 곡우 전에 딴 찻잎으로 법제한 우전 차의 깊은 맛을 알기에 일반 차와 명차의 차이가 크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고 있다. 7번을 우려 마실 수 있는 차와 그렇지 않은 차는 원재료도 다르고 제조과정도 다르다. 좋은 차의 향기는 은은하면서도 깊다.
일반제품과 명품의 차이라고 보면 맞을 듯싶다. 물론 그런 차의 가격은 상당히 비싸다. 차를 만드는 과정은 아주 지난한 일이다. 차를 만드는 과정을 직접 본 적은 없지만 영상을 통해보고 들어서 알기에 비싼 차는 가격을 논할 수 없다. 우리가 먹는 일반 차와는 차원이 다르기 때문이다. 보성 대한다원에서 파는 우전 차는 차원이 다른 풍미를 자랑한다. 월출산 자락의 야생 차밭에서 재배한 백운옥판차는 몇 십 만원을 호가한다. 대량으로 재배하는 차와 야생에서 채취한 차는 여러 면에서 차이가 크다는 것만 이해하시면 되지 않을까 싶다.
(2021.10)
사랑을 받는 것보다 사랑을 하는 곳에 우정은 존재한다. 또한 우정은 반드시 善 속에서만 존재한다(아리스토텔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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