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해도 2일 차
(삿포로 TV 타워-오도리 공원-북해도 신궁-오타루 운하-기타이치 가라스무라-르타오-오르골 전시장 등-다나카 주조공장-조쟌케이 만세각 호텔))
오늘은 일본 5대 도시의 하나이자 북해도의 대표 도시인 삿포로 일대를 둘러보는 코스다. 인구 197만명이 사는 이곳은 겨울이 일년 중 반이라고 한다. 매년 1월이면 이곳에서 굉장한 눈 축체가 벌어진다고 하는데 다녀 온 사람들이야기로는 아주 볼만하다고 한다. 여름은 시원한 기온으로인해 피서지로 유명하고 겨울이면 습기가 거의 없는 뽀드득 소리나는 눈으로 설국을 이뤄 그야말로 신비한 나라로 변한다고 한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 주변 국가에서 스키 매니아들도 많이 찾는다고 한다. 겨울이면 북해도 전체가 하얀 눈으로 뒤덮인다고 하는데 그 모습이 아주 장관이라고 한다. 어떤 날은 하루종일 눈이 내린다고 하는데 상상으로도 가늠이 되지 않았다. 하루종일 눈이 내리면 도시 전체가 마비 되는 것은 당연할 것 같은데 이곳은 그에 대비해 건물과 건물, 지하철 역을 오갈 수 있는 지하도시를 이미 만들어 두었다고 한다.
호텔에서 1시간 채 걸리지 않는 삿포로 T.V 타워와 인근의 오도리 공원을 제일 먼저 둘러보았다. 삿포로에서 가장 높은 타워로 높이 147M 정도 되는 타워가 무척 오래된 느낌이 들어 불안했으나 지금까지 잘 운영되고 있다고 한다. 1958년에 세워졌으니 거의 65년이 다 되어가는 타워다. 철탑의 철골이 빈약해 보였는데 지금껏 철거하지 않고 엘리베이터를 설치해서 전망대까지 논스톱으로 사람을 실어 나르고 있었다.
꼭대기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삿포로 도심이 안온했다. 선진국다운 풍광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었다. 깨끗한 거리와 도심 풍경이 생경했지만 날카로움보다는 평화로운 느낌이 들었다. 타워 전망대에서 삿포로 도심 전체를 사방으로 찬찬히 보고나니 삿포로에 대한 이미지가 머리에 각인되어 좋았다. 역시 공중에서 전체를 바라보고나야 공간에 대한 감이 느껴지고 공간에 대한 이미지가 선명해지는 듯했다.
오도리 공원을 잠시 걸어보는 시간이 주어져 좋았다. 약 2km 가까이나 되는 공원이 길게 도심을 가로지르며 이어졌다. 여의도의 중앙공원, 미국의 센트럴 공원 같은 느낌이 들었다. 도심의 허파를 자처하는 이런 공원이 있음으로써 도시가 한층 빛이 나는 법이다. 삭막한 도심에 신선함을 불러 일으켜주고 도시민들에게 잠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으로 자리 매김하고 있었다. 1월 겨울 축제가 이곳 오도리 공원을 중심으로 이루어진다고 했다. 공원이라는 공간이 그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어 삿포로에서는 없어서는 안 될 매우 중요한 공간으로 자리 잡은 듯했다.
오후 일정으로 잡혀있는 오타루로 가기 전 동경의 메이지 신궁을 본딴 북해도 신궁을 찾았다. 오래된 삼나무와 전나무가 숲을 이룬 곳에 조성한 신궁을 찾는 사람들이 많았다. 새 차를 사면 이곳에 있는 사람들은 반드시 차를 이곳 신궁에 몰고와서 무사사고를 기원한다고 한다, 각자 한 가지씩 소원내지는 이루고 싶은 것들을 이곳에서 정성으로 다해 빌면 들어준다고 가이드가 열심히 설명을 해준다. 모든 생물에는 신이 있다고 믿는 일본의 특수한 종교관으로 인해 가는 곳마다 신사가 있고 집마다 작은 기도처를 가지고 있는 나라여서 신궁은 더욱 영험한 곳으로 소문난 곳이다.
입구에서 신궁으로 가는 숲 길이 좋았다. 하늘을 향해 높이 쭉쭉 뻗은 키 큰 나무들이 마치 신궁을 호위하고 있는 장군들 같았다. 인근에 작은 동물원이 있어 의아했으나 신궁과는 약간 이격되어 있어 크게 영향을 주지는 않는 듯했다. 신궁 앞에서 소원을 비는 사람들이 끊이지 않았다. 마침 새 차 한 대가 서 있었다. 무사사고를 기원하기 위해 가져 온 차가 많을 듯했지만 오늘은 의외인 듯했다. 작은 소원종이 쪽지를 사서 소원을 쓰고 매다는 의식을 곳곳에서 치루고 있었다. 작은 소원 하나쯤은 거뜬히 들어주지 않을까 했다.
일본인의 상술은 이곳에서도 발현되어 입구와 후문 쪽 두 곳의 상점에서 화과자와 모찌를 팔고 있었다. 길게 늘어선 줄이 줄지를 않았다. 제법 유명한 브랜드 상점인 듯했다. 예쁜 포장으로 호기심을 자극하고 맛도 좋으니 살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나를 만들어도 혼신의 노력과 정성 그리고 디테일한 부분과 디자인까지 신경쓰는 일본인의 특징이 새삼 다시 눈에 들어왔다. 거친 우리들의 성정에는 맞지 않았으나 그들이 만든 것을 보면 과자하나도 정성이 느껴졌다. 우리가 배우고 또 배워야 할 점이다.
오타루 운하
오타루 운하는 명성에 비해 규모는 작았다. 저녁 무렵 켜지는 낮은 가로등에 비친 운하와 함께 운하 주변의 옛 창고들의 모습을 사진으로 찍은 풍광은 신비스러움을 자아냈지만 막상 이곳에 와서는 모두들 실망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축소지향의 일본인 답다는 생각을 다시금 하게 했다. 그래도 오타루 운하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니 사진이 꽤 근사하게 나왔다. 시에서 종전후 운하를 매워버리겠다는 계획을 세웠으나 이곳 주민들의 반대로 지금까지 남아 있게 되었다고 한다. 덕분에 지금은 삿포로의 가장 핫한 명소중의 하나로 단단히 자리매김 하고 있다고 했다. 특히 겨울철 눈이 내리는 풍광이나 눈이 내린 후의 겨울 야경은 아주 환상적인 장면을 연출한다고 하니 겨울철에 꼭 한 번 와봐야 할 것 같았다.
오래된 창고를 개조해 일부는 미술관으로도 활용하고 있고 기타 카페, 아울렛, 와인샵, 카페테리아 등 다양한 목적으로 활용 중이라고 한다. 오래된 구축 건축물이 현대 문명과 결합되어 명소로 거듭나고 있다고 했다. 우리의 성수동이 연상되었다. 오타루에서 여러 날 묵으면서 이 일대만을 둘러보는 여행도 좋아 보였다. 오타루 운하를 비롯해 이 일대에 조성된 상점거리도 대단했다.
사카이 마치 거리
사카이 마치 거리에 조성된 다양한 상점들이 볼 만했다. 거리에 넘치는 구름인파를 보면서 지금이 북해도 최고의 관광시즌임을 새롭게 인식하게 되었다. 북해도 산 우유로 만든 치즈와 치즈 케익, 화과자 등을 파는 르타오(LTAO), 다양한 유리 공예품을 파는 가타이치 가라스무라(유리공예관), 일본 최대의 규모를 자랑하는 오르골 전문 매장은 일본 제품의 유명세를 톡톡히 보여주는 곳으로 여겨질 정도로 대단했다.
기타이치 유리공예관에서 팔고 있는 제품들은 일반 상품이라기보다는 예술품에 가까웠다. 가격도 싸지 않았다. 눈으로 보는 것만으로도 미술관의 조각 공예품을 관람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주기에 충분했다. 다양한 색상과 갖가지 형태의 상품을 보고 있으니 눈 호강을 하고 있는 듯했다. 사서 집에 하나 두고 싶었으나 깨지기 쉽다는 생각에 다음을 기약했다. 상품 하나에도 예술 혼을 불어 넣은 듯한 느낌이 들었다.
오르골 전문매장의 다양한 오르골 제품을 보는 순간 절로 입이 떡 벌어졌다. 작은 것부터 큰 것 까지 다양한 제품이 휘황 찬란했다. 유럽에서 처음 만들어진 것인데 일본에서 꽃을 피우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제품의 종류가 엄청났다. 오르골이 내는 소리 또한 다양하고 경쾌했다. 작고 예쁜 오르골에서 나는 소리는 천상의 소리처럼 여겨졌다. 르타오에서 맛본 화과자와 치즈케익은 맛이 예술이었다. 보기에도 좋았고 포장지도 근사했다.
이곳에서 파는 아이스크림 가격은 우리나라의 두 배나 되었으나 맛 또한 두 배로 좋았다. 일본인이 지닌 상술의 탁월함에 약간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 조만간 우리도 따라가겠지만 당분간은 거기까지 이르려면 한 참 멀어보였다. 한 때는 일본 전자제품에 밀려 늘 상점 구석에 처박혀 있었던 우리 국산 전자제품이 어느 순간 일본을 따라잡고 초토화 시킨 대한민국의 저력이 일반제품에서도 하루속히 이루어지길 마음 속으로 기원했다.
오타루 다나카 주조장
조쟌케이로 이동하기 전 마지막 코스로 오타루 다나카 주조장을 찾았다. 100년이 넘은 사케 양조장으로 사케 제조과정에 대한 설명을 듣고 다양한 사케를 시음할 수 있었다. 한 공장에서 생산되는 사케 종류가 무척 많았다. 가격도 다양했지만 음식용 사케도 팔고 있는 것이 신기했다. 주류 품평회에서 상을 받은 제품을 입구에 홍보를 겸하여 전시하고 있었다. 나는 적당한 가격의 제품 중 맛있는 사케를 여직원에게 추천 받아 잽싸게 하나 샀다. 우리돈으로 25,000원 정도인데 이 정도도 훌륭하다고 여직원이 귀띔 해주었다. 좋은 사케를 일본에 와서 비싸지 않은 가격으로 득템한 것에 제법 기분이 좋아졌다. 술은 잘 못하지만 귀한 지인들과 함께 마시면 행복 할 듯했다.
조쟌케이 또한 일본 북해도의 온천지구 중의 하나인데 노보리베츠 온천 지구보다는 도심에서 가까운지 도로도 넓고 주변 풍광도 외진 느낌이 들지 않았다. 나중에 온천욕을 해보았는데 온천수는 노보리베츠보다는 격이 떨어진 느낌이 들었다. 우리나라의 일반 온천수와 비슷했고 짜르르한 몸의 반응도 거의 느낄수 없었다. 가이드 말로도 노보리베츠 온천수가 한 수위라고 했다. 저녁 식사후 호텔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계곡으로 다양한 조명으로 환상적안 분위기를 연출해 놓은 계곡 빛 축제장을 다녀왔다. 통영의 그것과 아주 유사했다. 어둑해지는 계곡에서 영롱하게 빛을 발하는 조명이 신비한 느낌을 주었다.
삿포로타워
삿포로 타워 전망대에서 본 도심
오도리 공원2
북해도 신궁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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