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해도 3일 차
(후라노 이동-토미타 팜-비에이 이동-파크힐스호텔 점심-흰수염폭포-푸른 연못-시키사이노오카 팜-패치워크의 길-삿포로 뷰 호텔)
오늘은 호텔에서 무려 3시간을 이동하여 후라노 일대를 돌아보는 여정이다. 7월이면 만개하는 라벤더 꽃 밭을 보고 비에이 지역의 호수와 화원 등을 돌아보는 코스인데 라벤더가 만개한 모습이 대단해 여름철이면 이 꽃을 보러 수많은 인파가 몰리는 곳이라고 한다. 국내 여행사도 이 시즌을 놓치지 않고 모객을 하는데 내노라 하는 국내 여행사는 모두 참여하는 듯했다. 호텔에서 후라노로 가는 도로는 붐비지 않았다. 시골의 한적한 도로를 달리는 느낌이 아주 좋았다. 한적한 도로가 주는 여유로움이 그동안 누적 된 온 몸의 긴장을 서서히 풀어주었다.
토미타 팜
긴장이 풀리자 여행하는 맛이 났다. 이런 여유로움이 없으면 여행다운 여행이라고 할 수 없지 않을까 싶었다. 맑은 날씨 그리고 제법 선선한 기온과 맑은 공기가 3박 4일 여행하는 내내 우리와 함께 했다. 후라노의 토미타 팜에 도착하자 주변 주차창이 수 많은 차량과 인파로 가득했다. 이번주가 마침 라벤더가 만개하는 주간이라고해 일본인 현지인들도 많이 찾은 듯했다. 토미타 팜 옆은 메론 팜으로 메론을 파는 메론 하우스도 엄청 사람들로 붐볐다. 토미타 팜은 둘째 아들이 메론 팜은 첫째 아들이 운영하는 곳으로 두 사람이 자웅을 겨루는 듯한 팜이다.
토미타 팜은 라벤더가 메론 팜은 메론이 주포인데 토미타 팜은 라벤더를 주제로 한 화원을 크게 조성하고 기타 다른 꽃 들도 함께 심어 다양한 분위기를 주는 아주 볼만한 화원을 조성해 보여주고 있었다. 일본인 상술 또한 그대로 투영되어 라벤더로 만든 다양한 제품들을 상점에서 팔고 있었다. 라벤더 아이스크림은 여기서 처음 맛 본 아이스크림인데 모두들 그 맛을 보기위해 길게 줄을 서서 기다릴 정도 유명하다고 한다.
보라색 아이스크림이 주는 남다른 느낌이 좋았고 맛도 좋았다. 각종 라벤더로 만든 제품을 파는 상점 또한 상품을 구입하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엄청난 매출을 올리지 않을까 했다. 국내 가평의 아침고요수목원에 비해서는 전체 규모는 작았지만 라벤더를 거대한 화원으로 꾸며 놓은 모습은 입을 딱 벌리게 할 정도로 대단했다. 라벤더 화원이 마치 보라색 자수정을 뿌려 놓은 듯했다. 전면으로 보이는 2천 M 이상의 거대한 산들이 토미타 팜의 수호신을 자처하고 있는 듯 멀리서 웅장한 모습을 하고 토미티 팜의 멋진 배경이 되어 주고 있었다. 7월임에도 산 정상 부분의 잔설이 그대로 남아 있는 모습이 신기하면서도 신비로운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다.
메론팜의 메론 하우스에서는 메론과 메론으로 만든 케익류를 팔고 있었는데 가이드 말로는 북해도 최고의 메론 맛을 자랑한다고 했다. 어떻게 재배하기에 최고의 맛을 내는지 궁금했다. 조각 메론도 팔고 있었는데 가격이 싸지 않았다. 라벤더 아이스크림을 먼저 사먹은 후여서 조각 메론은 사먹지 않고 눈으로만 보았는데 아주 맛있어 보였다. 두 형제가 서로 자웅을 겨루면서도 수많은 사람을 이곳으로 모으는데는 서로 협력을 아끼지 않는 모양새가 되었다.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토미타 팜 파운더(도미타 다다오)가 이곳을 자기와 함께 일구었던 둘째에게 이곳을 물려주자 큰 아들이 샘이나서 그 옆 땅을 구입해 메론 팜을 만들었다고 했다. 두 팜을 가로지르는 담장이 높은 이유와 메론 팜이 있는 곳에서는 토미타 팜에서 구입한 아이스크림을 가져와서 먹지 말라는 문구가 비로소 이해가 되었다. 어찌되었거나 두 형제가 하고 있는 두 개의 팜 모두 대단한 유명세를 지니고 있다고 한다.
파운더 도미타 다다오의 삶의 궤적을 상점 2층 전시관에서 차분히 살펴보았다. 젊음을 불사르며 일구어낸 노고와 정성이 오늘날의 기적을 일군 모습을 보면서 사람의 꿈이 의지와 열정과 결합되면 놀라운 기적이 만들어진다는 것을 다시금 깨달았다. 우리나라의 가평 아침고요 수목원, 거제 외도 해상공원, 군위 사유원, 천리포 수목원 등의 파운더가 떠올랐다.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었고 만물의 영장을 만든 창조주의 높은 뜻이 읽혀졌다.
비에이
토미타 팜과 메론 하우스 등을 둘러보고 비에이 지역으로 이동하여 점심을 했다. 파크힐스 호텔에서 점심으로 돈가스를 먹었는데 먹을 만했다. 다꾸앙을 추가로 달라고 하자 우리돈으로 3천원을 받았다. 반찬을 무한 리필하는 우리나라가 이상것인지 아니면 일본의 방식이 이상한것인지 잠시 혼란스러워졌다. 이 지역도 역시 온천수가 나온다고 했다. 시로가네 온천이라고 했다. 우리말로 하면 백금(白金)온천이다. 파크힐스 호텔도 한국인이 자주 묵는 호텔이라고 가이드가 알려주었다.
호텔에서 걸어서 5분 거리의 흰수염 폭포는 생각보다 크기는 작았다. 계곡을 가로지르는 다리 위애서 바라보는 여러갈래의 폭포가 앙징스럽게 느껴질 정도로 흐르는 물은 많지 않았다. 가느다란 물줄기가 여러 갈래로 흘러내리는 모습이 마치 흰수염 같다고 해서 흰수염 폭포로 명명 되었다고 한다. 파란 하늘과 뭉게 구름 그리고 멀리 높이 병풍처럼 우뚝 서있는 산이 함께 어우러져 멋진 장면을 연출해주고 있었다. 참으로 평화롭다는 기분이 들었다.
푸른 연못
흰 수염폭포에서 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푸른 연못이 있는 주차장이 무척 넓었다. 작은 면적의 호수이지만 이를 보기위해 찾는 사람이 많다는 방증이다. 우리나라 주왕산에 있는 주산지보다 작은 호수에 죽은 자작나무가 수직으로 세워져있고 푸른 색을 띈 호수가 신비한 느낌을 주었다. 사진을 찍으니 작품 사진처럼 나왔다. 오늘 사진을 찍기위해 특별히 준비해 온 화려한 옷을 입은 우리 일행 중 한 여성 분에게 가이드가 사진을 찍어 준다고 하자 나름 요염한 자세를 취하자 대뜸 가이드가 우스개 소리로 한 말씀 하셨다.
아니 이런 곳에서 어찌 그런 퇴폐적인 자세를 보이시냐고 하자 주변에 있는 일행 들 모두 빵 터졌다. 나도 배꼽을 참고 웃음을 참느라 혼이 났다. 그런 말에도 개의치 않고 그 모습 그대로 찍어 달라는 여성분의 넉살이 좋았다. 호수 가를 따라 걸으며 조금씩 위치 다른 곳에서 되는대로 가능한 많은 사진을 찍었다. 아니 사진을 찍게 만들었다. 이상한 나라에 온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신비한 느낌을 주는 호수였다.
사키사이노오카 팜
사키사이노오카 팜은 토미탐 팜과는 또 다른 색다른 팜으로 우리의 대관령 같은 곳에 조성하였눈데 규모가 아주 대단했다. 다양한 꽃들을 광활한 면적에 심어 놓은 모습이 장관이었다. 라벤더를 비롯해 사루비아, 해바라기 등 다양한 꽃들을 농사 짓듯이 커다란 화원으로 조성한 모습에 일행들 모두 탄성을 질렀다. 주변에 펼쳐진 높다란 산들과 파란 하늘 그리고 뭉게구름이 합작하여 보여주는 대자연의 장관이 무척 아름다웠다. 화원에서도 호연지기를 느껴볼 수 있다는 자체가 신기했다. 드넓은 평원 같은 화원과 화원을 넓게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는 산들이 그런 기분을 들게 했다.
화원이 워낙커서 트랙터에 관람 좌석을 연결해 30명 정도의 사람을 태우고 둘러보도록 했다. 덜컹거리는 느낌으로 약 15분 동안 화원을 둘러보고 사진을 찍고 경치 좋은 곳에서 잠시 내려 사진을 찍도록 한 것이 신선했다. 이곳에서 가장 좋았던 곳은 해바라기 화원이었다. 키 작은 해바라기가 가득핀 모습이 환상적이었다. 라벤더와는 또 다른 아름다움을 연출했다. 환한 웃음을 머금은 해바라기가 한국에서 온 우리 일행들을 환영해주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압권은 다른 것에 있었다. 이곳에서는 인당 20만원 정도 내면 헬리콥터를 타고 이 일대를 구경시켜 주는 프로그램인데 이곳을 비롯해 우리가 보았던 푸른 연못과 이 일대를 10분 정도 헬리콥터를 타고 둘러볼 수 있다고 했다. 헬리콥터가 날고 있어 의아하다고 생각했었는데 바로 이곳에서 운영하는 것이었다. 헬리콥터를 활용할 정도로 발달된 상술을 지닌 일본인들이 갑자기 무서워졌다. 고도의 계산된 상술에 성실함과 기업가정신으로 무장한다면 다시 세계를 호령할 날이 멀지 않을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패치워크의 길
다시 숙소(삿뽀로 뷰 호텔)로 돌아가는 길에 있는 이곳 현지 면세점에 들렀다. 라벤더로 만든 각종제품과 화장품 등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곳인데 따로 쇼핑 할 시간이 없어 선물들 구입하기에 좋았다. 가이드가 주선을 해서인지 라벤더 아이스크림도 공짜로 제공했다. 물론 제품을 사 줄 것을 알고 제공하는 미끼 상품인 것을 알았지만 모두들 괘념치 않는 듯했다. 다양한 상품들을 둘러보고 아내는 지인 들 선물로 라벤더 화장품을 몇 개 샀다.
석양이 조금씩 깔리는 시간에 패치워크 길은 차창으로 구경하면서 통과했다. 우리나라 대관령 같은 길이다. 다양한 작물(양파,감자,당근 등)을 재배하고 있는 능선의 농토가 헝겊조각을 이어 놓은 듯하다고 해서 패치워크 길이라는 이름을 가졌다고 한다. 가이드께서 가는 길에 잠시내려 키큰 플라타너스 나무가 있는 곳에서 사진을 찍게 했다. 대평원에 나 홀로 우뚝 서있는 나무가 그 자체로 예술작품 같았다. 일행들 모두 키 큰 나무를 배경으로 여행을 마무리하는 각 자의 인생 샷을 남겼다.
에필로그
한 여름에도 30도가 넘지 않는 시원한 기온을 보이는 북해도는 여름이면 해외에서 뿐만 아니라 일본 국내인들도 자주 찾는 곳으로 유명하다. 특히 7월초 토미타 팜의 만개한 라벤더를 보기위해 수많은 인파가 몰리는 모습을 보고 일본인의 상술을 다시금 생각해보는 기회가 되었다. 덕분에 겨울이면 환상적인 모습의 설국을 보여주는 이곳은 여름철도 겨울철 못지 않게 수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다고 한다. 일본 3대 온천의 하나인 노보리베츠 온천은 한 번 경험한 사람은 결코 잊을 수 없는 신비스러움을 느끼게 해주어 꼭 다시 한 번 찾게 만들 것 같은 묘한 매력이 있었다.
80이 넘은 연로하신 장모님과 처제 그리고 아내 4명이서 함께한 해외여행이 처음에는 조금 우려가 되었지만 무사히 잘 마쳤다. 여행 초반에는 힘들어 하셨는데(여행 오기 전 일주일 내내 상태가 좋다 나쁘다를 반복했었고 전날만 하더라도 갈 수 있을까 했었는데 출발 당일날 좋아져 같이 모시고 오게되었다) 하루 지나자 빠른 적응을 보이시더니 여행을 마치는 마지막 날에는 혈색이 올 때마다 더 좋아지시고 살도 찌셨다고 해서 얼마나 감사한지 몰랐다..
여행 중에도 매일 아침 새벽기도로 하루를 여시고 여행 도중에도 묵주를 들고 기도를 하시며 하느님께 의지하시다보니 하느님께서 여행내내 무탈하도록 해주신 듯하다. 귀가후 다음 날 확인해보니 건강상태는 오히려 더 좋아지셨고 여행도 아주 좋았다고 하시며 또 가고 싶다고 하셨다. 건강이 허락하는 한 열심히 다니시는 것 또한 보람있는 일이고 잘 사는 길이 아닌가 싶다.
좋은 프로그램으로 여행을 기획하고 가이드 해준 참 좋은 여행사와 김희정 가이드께 이 자리를 빌어 감사를 드리고 싶다. 북해도 사람들의 소울 푸드인 수프카레를 맛보지 못한 아쉬움은 나중에 이곳을 여행하는 기회를 만들어 꼭 맛보게 되기를 기약했다. 다시 한 번 찾게 되는 날이 그리 멀지 않기를 고대해 본다.
(2023.7)
토미타 팜 전경 그리고 라벤더로 이용해 만든 다양한 상품 들(제품 기획력만큼은 대단했다)
이웃해 있는 메론 팜(가격이 엄청 비쌌지만 맛 또한 뛰어나서 사는 사람들이 많았다), 농산품 하나에도 경쟁력 있는 상품으로 만들기 위해 혼신의 힘을 쏟는 노력은 무섭게 느껴졌다.
흰수염 폭포와 그 일대 전경.. 맑고 깨끗한 공기로 인해 멀리 우뚝 서있는 산군들의 조망이 좋았다.(비에이 지역)
푸른 연못 전경..보고 있어도 신비스러웠다
시키사이노오카 팜 전경.. 방문객들을 트렉터를 이용하여 팜을 구경시켜주는 전략은 재미와 흥미까지 불러 일으켰다.
일본의 상술은 대단했지만 우리도 발상의 전환만 할 수 있으면 얼마든지 경쟁 할 수 있을 것이다.
남과 다른 신 기업가 정신 그리고 도전 정신이 필요할 뿐이다
패치워크 전경..우리나라 대관령(양떼목장 포함)도 이에 뒤지지 않는다
우리도 지방 광역도시급에 전차를 부활하면 어떨까... 관광자원으로도 아주 훌륭하지 않을까 싶다..(특히 제주도에 일주 전차를 서울 지하철 2호선 처럼 만들면 어떨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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