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주 2) 450
부석사 2
봄철임에도 사과의 고장답게 부석사 진입로 입구부터 영주사과를 파는 가판대가 줄지어 자리 잡고 있었다. 맛보기 사과를 조금씩 맛보며 부석사를 향해 걷는 기분이 좋았다. 가판대마다 생산하는 농원이 달라 맛은 조금씩 차이가 있었지만 역시 영주사과의 독특한 맛과 향은 변하지 않았다. 가격도 현지에서 사는 것이기에 저렴했다. 우리 모두들 한 바구니씩 샀다. 영주의 자연속에서 잘 영글은 사과는 영주의 상징처럼 다가왔다.
해외 주재원 생활을 오래했던 첫째 동생 내외는 영주, 안동은 태어나서 처음이라고 해서 이번 봄 여행은 영주, 안동일대를 둘러보는 것으로 계획을 세웠다. 둘러볼 코스를 공지하자 가장 먼저 기쁜 반응을 보인 첫째 동생 내외는 이번 여행의 첫 번째 방문지인 부석사에 대한 기대가 엄청 컸다. 부석사 가는 길에 흐드러지게 핀 벚꽃을 비롯해 만개한 진달래, 개나리, 목련 등의 향연을 바라보는 얼굴에는 상기된 표정이 역력했다. 완전히 여행에 몰입되어 매 순간을 즐기는 표정에서 여행을 제대로 즐기는 정석을 보여주는 듯했다.
부석사는 매표소에서부터 핵심공간이 있는 무량수전까지 이어지는 언덕길이 백미다. 조금은 숨이 찰 정도로 다소 힘들지만 평지사찰의 경우 밋밋한 평지를 걷다 불쑥 핵심공간과 만나게 되는 그런 느낌과는 완전히 달랐다. 음악으로 치면 부드럽게 시작하여 조금씩 빠르기와 음 높이를 올려 클라이맥스를 향해 나아가는 교향악과 비슷했다. 경사진 언덕길에서 순차적으로 만나게 되는 건축물은 서로 다른 개성을 보여주며 새로운 각성을 주었다. 높이에 위계를 두었기에 조금씩 위로 오를 때마다 나타나는 생김새 다른 건축물을 감상하는 재미는 덤이다.
고도를 조금씩 올릴수록 조망은 확장되고 깊어졌다. 보물로 지정된 당당하게 서있는 당간 지주를 지나 처음 만나는 건축물은 천왕문이다. 4대 천왕이 무서운 얼굴을 하고 눈을 부릅뜬 채 바라보고 있었지만 조금도 무섭지 않았다. 화창한 날씨가 무서움을 상쇄하고도 남았다. 부석사 자리 잡은 위치가 안온한 것도 한 몫을 하고 있는 듯했다. 천왕문 뒤에 숨은 건축물들을 전혀 보이지 않도록 하여 신비감을 주고 있는 건물 배치는 의도된 시도로 보였다.
(2023.4)
인간은 다양한 능력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이를 활용하지 못한다. 대부분 최대치 이하의 열의와 최고치 이하의 행동을 한다(앤젤라 더 크워스, GR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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