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주 3) 451
부석사 범종루
소백산과 태백산 사이 봉황산(822m) 중턱에 자리 잡은 부석사의 일주문 편액은 태백산 부석사라는 이름을 달았다. 소백산보다는 태백산의 기운이 조금 더 장대하기 때문인지 싶었다. 입지로 보면 소백산 부석사 아니면 봉황산 부석사가 맞지 않았을까 싶었다. 무엇이든지 크고 좋은 것을 좋아하는 대륙기질의 민족성이 여기서도 발현되고 있는 듯했다. 천왕문을 지나 좀 더 오르면 잘 생긴 범종루가 나타난다. 정면 3칸의 팔작지붕으로 보이는 정면은 사실 정면이 아니다. 범종루는 사실 측면으로 앉아 있는 건축물이다.
자세히 보지 않으면 지나치기 십상이다. 외관으로는 정면은 팔작지붕, 뒷면은 맞배지붕 형태인데 팔작지붕 형태의 측면을 정면으로 배치했다. 봉황산 산세와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측면으로 앉아 있는 건축물이라는 것을 자세히 보지 않으면 눈치 채기가 쉽지 않았다. 팔작지붕 특유의 날렵함이 둔중한 건축물을 가볍게 보이게 해주고 있었다. 편액은 봉황사 부석사로 되어 있는 것을 보면 일주문 보다 범종루가 더 오래된 건축물임을 짐작할 수 있다.
고색창연한 범종루가 예사롭지 않았다. 조금은 웅장한 크기로 봉황산을 뒤로 두고 멋지게 자리 잡았다. 절제된 비례미가 탁월했고 앉은 자세 또한 당당했다. 한옥 건축물의 정형처럼 다가왔다. 언 듯 보면 범종루가 부석사의 핵심 건축물로 보일정도로 잘 지은 건축물로 보였고 오차 없게 보이는 탁월한 비례미로 인해 귀티가 낫다. 아주 크지도 작지도 않게 설계하고 지은 범종루 팔작지붕의 날렵함은 봉황이 날개 짓하고 있는 모습이 연상되었다.
범종루를 측면으로 앉힌 것은 중심 건축물인 무량수전 앞에서 바라보는 조망을 고려함과 동시에 부석사 전체 배치를 고려하여 무거운 느낌이 들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었다고 한다. 한편으로는 이해가 되었지만 그런 공간감을 그 당시에 이해하고 그렇게 작업 지시를 내린 사람의 혜안이 놀랍게 느껴졌다. 풍수가 그 당시 건축을 크게 좌우했기에 그 점 또한 고려하지 않았나 싶었다. 범종루를 설계하고 지은 장인들의 지혜에 감탄사가 저절로 나왔다. 범종루를 지나서 나타나는 건축물은 안양루다.
안양루(安養樓)는 진입부에서 보면 안양문(安養門), 무량수전 방향은 안양루(安養樓)라는 편액을 달았다. 안양은 극락을 의미하기에 안양문을 지나면 극락의 세계로 진입한다는 의미가 담겼다고 했다. 한 건축물이 두 가지의 기능을 하고 있는 셈이다. 편액을 앞, 뒤로 달리해 두 가지의 기능을 하도록 한 지혜가 놀랍다. 안양루 내부로는 들어가지 못해 아쉬웠지만 무량수전 앞마당에서 안양루 내부를 통해 바라보는 조망이 대단했다. 길고 긴 소백의 연봉이 물 흐르듯 흘러가며 천상의 세계를 보여주는 듯했다. 가슴 뭉클한 감동이 느껴짐과 동시에 대자연의 신비가 한없는 부처의 자비심으로 다가왔다.
(2023.4)
사람은 누구나 엄청난 잠재력을 가지고 태어난다. 문제는 열심히 노력하고 투지를 발휘하도록 충분히 자극을 받는가에 있다(앤젤라 더 크워스, GR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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