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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주 4) 452 “무량수전 배흘림 기둥에 기대서서”

(영주 4)  452

 

무량수전 배흘림 기둥에 기대서서

 

무량수전(無量壽殿) 앞마당에서 바라보이는 영주의 산과 들이 부석사의 정원처럼 느끼도록 만들어주고 있는 빼어난 풍광은 화려함이 아닌 지극한 안온함으로 느껴졌다. 안양루가 있는 것과 없는 것의 차이는 극명했다. 무량수전 앞에 안양루가 없다고 상상해보면 무량수전 앞마당에 올라섰을 때 어떤 느낌이 들지는 분명했다. 탁 틔어 시원한 맛은 있겠지만 어딘지 모를 불안함과 허전함을 갖게 해 사람을 긴장하게 만들기 십상이지 않을까 싶었다. 적당한 크기와 높이로 만든 절제된 안양루는 제 2의 범종루가 되어 그 소임을 단단히 하고 있었다.

 

무량수전과 안양루 사이에 있는 석등은 무량수전과 함께 국보로 지정될 정도로 석등에 돋을 새김 한 조각이 아름다웠다. 상륜부만 일부 파손되었을 뿐 거의 완전한 상태로 남아있는 것도 국보로 지정됨에 크게 한 몫을 하고 있는 듯했다. 돋을 새김한 면을 탁본한 것을 찾아 보니 4면의 보살상이 모두 달랐고 예술작품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대단했다.

 

다루기 어려운 화강석을 정교한 솜씨로 조각한 석공 또한 승려 장인이지 않았을까 할 정도로 보살상을 잘 새겼다. 단지 잘 조각했다는 표현만으로는 어딘지 많이 부족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탁월했다. 천 년이 넘었음에도 보존 상태가 양호했고 무량수전 앞마당에 당당히 자리 잡은 모습은 무량수전을 지키고 있는 수호 장군처럼 느껴졌다.

 

단지 하나 아쉬운 점은 안양루와 석등을 너무 가까이 배치한 것은 의도된 것인지는 몰라도 어딘지 모르게 어색하고 답답하게 느껴졌다. 안양루에서 아래로 내려가는 계단 가까이에 있어야 어둠을 밝히는 석등 본연의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고려한 점은 이해되었지만 조그만 더 이격하여 설치했으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단순무식(?)한 생각이 들었다. 무량수전 앞마당이 꽤 넓었다. 많은 사람들이 있었지만 붐빈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열린 공간이 주는 넉넉함이 수많은 사람들을 포용하면서도 무량수전을 더욱 돋보이게 하고 있었다.

 

무량수전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건물로 위상이 높았는데 최근 안동 봉정사 극락전에 그 자리를 내주어 최고라는 위상은 다소 반감되었지만 여전히 풍채는 당당했다. 옆으로 길게 펼쳐진 건축물의 형태와 비례미가 여느 사찰의 대웅전과 확연히 달랐다. 갖출 것만을 갖춘 군더더기 없는 단순함이 오히려 건축물을 더욱 돋보이게 하고 있었다. 백의민족의 전통을 건축물에도 고스란히 반영한 느낌이 들었다.

 

선조 분들의 안목에 그냥 감탄할 따름이다. 영원한 생명의 전각이라는 뜻을 지닌 무량수전은 부석사의 주 불전으로 아미타여래를 모신 전각이다. 아미타여래는 끝없는 지혜와 무한한 생명을 지녔다고 하고 무한한 생명을 지닌 아미타여래를 상징하는 의미에서 무량수전이라고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2023.4)

 

 

 

죽을 만큼의 시련은 나를 더 강하게 만든다(니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