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주 6) 454
부석사 조사당(祖師堂)
무량수전 앞마당에서 조사당 가는 길에 홀로 서있는 삼층 석탑 있는 곳에서 잠시 쉬어가야 했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안양루와 그 멀리 보이는 소백산의 연봉들이 정물화처럼 다가왔다. 겨울 철 눈이라도 소복히 내리는 날이나 가랑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에 이곳에 서서 안양루와 소백산을 바라보는 풍광은 부석사에서 가장 빼어나지 않을까 싶었다. 부석사의 공간배치는 이런 조망도 상당부분 고려한 느낌이 들었다. 풍광이 너무 좋은 곳에서는 깨달음을 향한 구도심에 지장을 주지 않을까 했지만 한편으론 용맹정진 하다가 잠시 허허로운 자연과 소백산을 바라보다보면 문득 죽비로 내려치는 듯한 깨달음을 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동시에 들게 했다.
조사당으로 향하는 언덕길이 꽤 운치가 있었다. 무량수전에서 조금 거리가 있어 많은 방문객들이 이곳까지는 찾아보려고 하지 않는 듯했다. 시간이 있거나 부석사에 대한 사랑이 지극한 분이라면 모를까 싶었다. 조사당 역시 국보로 지정된 건축물이다. 부석사를 창건한 의상 대사를 모신 전각이다. 조사당 내부 벽화 또한 국보로 지정되어 있지만 벽화는 별도 공간(성보 박물관)에 보관되어 있어 보지는 못했다. 조사당은 정면 3칸, 측면 1칸의 소담한 건축물이지만 건축물의 맵시는 무량수전에 뒤지지 않았다. 서까래와 공포는 작은 건물임에도 큰 건축물만큼 정성을 드린 건축물이라고 여겨질 정도로 완성도가 높았다.
조사당 창문 앞 울타리 그물망으로 둘러싸여 있는 곳에 자라고 있는 식물은 선비화 라고 했다. 골담초라는 학명을 지닌 식물로 의상 대사께서 쓰던 지팡이에 싹이 나더니 지금의 모양으로 자라고 있다고 했다. 어찌 보면 믿거나 말거나 할 정도로 황당한 이야기이지만 스토리가 있으니 의미를 부여할 수 있지 않았나 싶다. 울타리로 둘러싸고 관리할 정도이니 귀한 식물로 단단히 대접 받고 있는 듯했다. 선비화의 꽃은 어떤 모습일지 무척 궁금해졌다. 언제 때가 되면 귀한 선비화를 직접 보게 되는 기회가 주어지지 않을까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간절하면 이루어진다는 원리를 알고 있기에 서두를 이유는 없었다.
조사당 내부에 있는 아담한 크기의 의상 대사 조각상이 무척 수수했다. 산신을 닮은 모습으로 방문객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얼굴을 자세히 살펴보니 석가모니 부처님 같은 아우라가 느껴졌다. 부석사를 창건한 의상 대사께서 용맹정진 하는 부석사 스님들에게 밝은 미소로 선한 깨달음을 얻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는 듯했다. 깨달은 사람은 본디 기품이 있어야함과 동시에 상냥해야 한다는 무언의 교훈을 주고 있는 듯했다. 나이가 들어가니 이 역시 나이든 사람이 갖추어야 할 태도가 아닌 가 했다.
(2023.4)
우리가 가진 연민,공감,배려,인간에 대한 예의로 사람을 결정적으로 구하고 도울 수 있는 경우가 훨씬 많다. 우리는 그런 일상적인 치유의 결여로 인해 치명적인 고통에 시달리는 시대를 살고 있다(정혜신, 정혜신의 사람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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