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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주 5) 453 법고창신(法鼓昌新)

(영주 5) 453

 

법고창신(法鼓昌新)

 

부석사 무량수전은 그 자체만으로도 전통 건축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많은 것을 시사해 줄 정도로 대단한 건축물이다. 정면 5측면 3칸 규모로 기둥 사이의 거리가 크고 기둥도 높아 건물이 무척 크게 느껴졌다. 외관은 단순하게 처리하여 군더더기가 없도록 하였고 창살도 일정한 형태로 하나로 통일시켜 단순미를 극대화했다. 솜씨 좋은 장인들이 모여 걸출한 건축물을 탄생 시켰다. 내부 구조는 불상이 측면에 배치되어 있어 일반적인 대웅전과는 상이했다. 좌우 협시불도 없이 건물 규모에 맞게 설치한 거대한 크기의 불상은 소조아미타여래좌상이라고 하는데 이 역시 국보로 지정되어 있다.

 

지붕은 팔작지붕으로 지붕의 경사는 이후에 지어진 건축물에 비하여 비교적 완만한 형태로 되어있다. 건축물 좌우 끝 처마부위를 중앙보다 높게 처리해 수평 부재의 끝부분이 아래로 처져 보이는 착시를 고려한 점(귀솟음)이나 기둥머리 부분이 넓어 보이는 착시 현상을 막기 위해 기둥을 배흘림으로 처리한 점 등은 지금의 건축기술로 보아도 매우 탁월했다. 그 외에도 다양한 기법이 적용되어 있는 무량수전은 전통건축을 하는 사람뿐만 아니라 현대 건축을 하는 사람들에게도 많은 것을 느끼게 하고 생각하게 해주는 건축물이다.

 

법고창신(法鼓昌新)의 발현은 옛 건축물이나 문화유산등을 제대로 이해하게 될 때 비로소 드러나는 것으로 보고 싶다. 옛 것을 본받아 새로운 것을 창조 할 수 있을 때 비로소 문화대국의 반열에 오를 수 있다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우리 문화재를 수시로 찾아 그 속에 담긴 정신과 예술적 감성을 내 것으로 만들 수만 있다면 문화대국은 그리 먼 일이 아닐듯 싶다. 그런 날이 하루빨리 오기를 마음 속으로 간구했다.

 

부석사는 신라 문무왕 16(서기 676)에 의상조사가 창건하였다고 한다. 화엄종의 종찰이며 국보 등 많은 문화재를 지니고 있는 우리나라 10대 사찰 중 하나로 건축을 전공한 사람들에게는 한국 전통 건축의 특성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사찰로 자리 매김 되어 있다. 신라시대에 창건한 이후 고려와 조선시대를 거치면서 지금까지 무려 1,400 여년을 이어져오고 있는 오랜 역사성과 부석사만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공간구조와 건물 배치 그리고 섬세한 디테일을 지닌 건축물 등은 부석사를 돋보이게 하고 있는 요소들이다.

 

무량수전을 감상하고 부석사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조사당으로 향했다. 조사당 가는 길에 있는 삼층 석탑이 의아했다. 석탑은 부처의 사리를 모시는 곳으로 보통은 대웅전 앞에 위치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무량수전 우측에 나 홀로 서있어 외롭게 느껴졌다. 삼층석탑 역시 부석사 창건당시에 조성되었다고 한다. 무량수전만큼 오래된 역사를 지니고 있고 훼손 상태도 그다지 나쁘지 않아 보물로 지정된 듯했다. 무량수전내 불상이 동쪽을 향해 있기에 그것에 맞춰 동쪽 방향에 배치 한 것으로 보였지만 확실한 이유는 알 수 없고 추측만 할 뿐이라고 한다.

 

(2023.4)

 

 

우리 모두는 불완전한 인간이다. 어떤 경우에도 어떤 인간에게도 전적으로 공감하고 전적으로 이해하고 포용할 수 있는 사람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걸 알아야 하고 그렇지 못한 나 자신도 비난하지 않아야 한다. 그러면서도 내가 왜 그런지 끊임없이 성찰해야 한다.

(정혜신, 정혜신의 사람공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