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주 10) 458
소수서원(紹修書院) 강학(講學)공간 1
소수서원 정문을 지나 나타나는 소나무 숲 군락이 대단했다. 수령 300여 년에서 천 년에 이르는 수백그루의 적송이 소수서원의 위상과 오랜 역사를 암묵적으로 이야기해주고 있는 듯했다. 여느 다른 서원과 달리 진입부가 남달랐다. 소수서원은 차지하고 있는 면적이 무척 큰 서원으로도 유명하다. 거의 27,000여 평에 이르는 면적은 오늘날의 대학 캠퍼스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을 듯했다. 서원 건축물들이 소나무 숲과 산으로 둘러싸여 있어 안온하면서도 서원 고유의 가능을 충실하게 해주고 있다는 인상을 주었다.
서원의 통상적인 구성인 강학공간과 제향 공간 그리고 휴식을 취하며 공부의 머리를 식혀주는 산책공간이 적절히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한마디로 최고급 시설의 고등교육기관으로 여겨졌다. 진입공간인 소나무 숲을 지나 나오는 강학공간에 있는 건축물들이 하나같이 예사롭지 않았다. 평지에 있는 건축물들이 각 자의 위치를 지키고 있으면서도 상호 조화롭게 배치되어 있다는 느낌을 들게 했다.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적당한 거리가 아주 절묘했다. 서로 간섭하지 않으면서도 적당히 조화를 이룬 건물 설계와 배치는 서원의 모범을 보는 느낌이 들었다.
건축물 또한 오랜 세월을 거치면서 보수와 개량의 길을 걸어왔어도 본래의 생김새는 잃지 않았다. 한 마디로 품격이 느껴졌다. 그중 공부하다가 잠시 쉬어가며 환담을 나누고 호연지기를 키우는 역할을 수행한 정자(경렴정)는 강학공간 진입 전 지도문 우측에 서원 내를 가로지르는 계곡(죽계천)을 조망하는 위치 좋은 곳에 자리 잡았다. 생김새도 잘 생겨서 누구나 배경으로 두고 사진을 찍고 싶어 했다. 경렴정 옆에 위치한 수백 년 된 은행나무와 정자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니 작품 사진이 되었다.
경렴정은 소수서원을 처음 세울 때 함께 지은 것으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1543년)된 정자중의 하나라고 한다. 정자에서 죽계 천을 바라보는 심사가 무척 황홀했다. 경렴정(景濂亭)이라는 이름이 특이했다. 주자학의 시조로 일컫는 북송의 철학자인 염계 주돈이를 추모한다는 뜻으로 염계의 첫 글자와 우러러 사모한다는 경모의 경을 따서 붙인 이름이라고 했다. 한마디로 주자학(성리학)을 창시한 시조를 늘 생각하고 사모하겠다는 의미가 담겼다고 보면 될 듯싶었다.
(2023.3)
욕심이 없는 자가 부자이고 다툼을 하지 않는 자가 제일 강하다(윤재근, 노자)
경렴정에서 바라본 취한대
경렴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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