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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주 11) 459 소수서원(紹修書院) 강학(講學)공간 2

(영주 11) 459

 

소수서원(紹修書院) 강학(講學)공간 2

 

주자학(성리학) 창시자에 대한 존경과 사모의 표현이 남다른 점에 대해서는 그 당시는 성리학이 조선의 통치이념이었다는 사실을 인식한다면 이해할만 했다. 조선 시대에는 학문을 숭상하는 것은 최고의 선으로 여겼기에 모든 것의 우선이 될 수밖에 없지 않았을까 싶다. 경렴정 현판의 해서로 된 글씨는 퇴계선생이 썼다고 했다. 곧고 반듯한 글씨체에 힘이 넘쳤다. 퇴계 선생의 성정을 그대로 닮은 듯했다. 글씨체에서도 쓴 사람의 기운을 느낄 수 있다는 말이 사실인 듯했다.

 

강학공간의 건축물들을 하나씩 살펴보는 시간이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한 쪽은 수백 년 된 소나무 숲이 반대편은 시원한 계곡이 이웃하고 있어 밀집된 공간이 확장되어 시원함이 느껴졌고 건축물 하나하나가 잘 생긴 배우처럼 보였다. 각자의 기능에 충실하면서도 기품을 잃지 않은 한옥 건축물이라는 느낌이 들어 다시 한 번 한옥 건축물에 대한 격을 생각해 보게 했다. 잘 지은 한옥 건축물은 어딘지 모르게 귀티가 나고 기품이 느껴지는 것은 나만의 느낌은 아닐 것이다.

 

그냥 스쳐 지나가면 알 수 없는 우리문화에 대한 정체성이 서원 건축물에 고스란히 담겨있다는 사실을 조금은 알아 두셨으면 좋겠다. 건축물은 그 시대의 시대상을 담고 있어 문화적 역사적 가치가 크기에 무심히 넘길 수 없다. 강학공간의 건물배치 또한 학문의 순서와 단계를 고려하여 배치 한 점은 단연 돋보였다.

 

독서를 통해 학문의 즐거움을 누린다는 지락재를 시작으로 성현의 길을 따라 학문을 추구한다는 학구재, 날마다 새롭게 한다는 일신재, 깨어 있을 때 마음을 곧게 한다는 직방재, 직방재에 이르게 되면 학문을 크게 이루게 되어 비로소 세상의 이치를 밝힐 수 있게 된다는 의미를 지닌 명륜당이라고 쓰인 강학당에 이르도록 한 배치는 놀라움 그 자체였다. 건축물과 공간배치에 뜻과 의미를 부여해 유생들로 하여금 성인의 길로 이끌도록 노심초사한 선현들의 지혜와 노고가 다시 한 번 크게 느껴졌다.

 

강학공간 내에 있는 소수사료관 내 전시되어 있는 내용들도 유익했다. 소수서원 연혁과 역사 그리고 소수서원과 관련된 내용들이 다양했고 새로웠다. 소수(紹修)라는 단어는 이미 무너진 학문을 다시 이어 닦게 했다라는 글에서 따왔다는 내용을 보면서 옛 선조들의 작명 솜씨와 이름을 정하는 데 쏟는 남다른 정성이 느껴졌다. 평생 가는 이름이니 오죽 하겠냐 만은 작금의 세태와는 너무도 다른 느낌이 들었다. 빠름에 익숙한 요즈음과 뜻과 의미에 중심을 두었던 과거는 늘 대비되면서 발전하는 듯했다.

 

(2023.3)

 

삶의 보람이란 자기를 필요로 하는 이들에게 자기를 던질 때 주어지는 신의 선물입니다

(정호승, 내 인생에 용기가 되어준 한마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