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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여행기,수필

(산청 3) 473 수선사 3

(산청 3) 473

 

수선사 3

 

차를 마시지 않아도 수선사 연못 정원만 천천히 둘러보고 가도 이곳에 온 보람은 있을 듯했다. 목책 데크 길을 천천히 걷다보니 사람의 마음을 차분하게 해주고 자신에게 집중하는 느낌을 들게 했다. 사람이 몰리지 않는 새벽이나 저녁 무렵에 이곳을 찾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더불어 비가 온 뒤에는 아주 운치가 있을 듯했다. 사찰의 핵심공간인 극락보전 전각이 있는 공간도 여느 사찰과는 아주 판이했다.

 

마당에 잔디를 깔아 핵심공간 전체가 정갈한 느낌과 동시에 마치 정원이 잘 가꾸어진 대 저택에 온 듯한 느낌이 들었다. 저절로 마음이 편안해지고 조용해지는 신비한 기분이 들었다. 정갈하고 고요한 마음으로 기도를 드리고 마음수행 하기에 최적화된 환경을 만들어 주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속세에서 품었던 거칠어진 성정이 차분해지며 숨어 있던 자아가 고개를 들고 오랜만에 기지개를 켜는 듯했다.

 

사찰 공간 곳곳에 심은 나무와 조형물들 또한 주지스님의 마음 씀씀이가 느껴졌다.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마음수행하는 자세로 모든 것을 만들고 조성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어느 것 하나 허투른 느낌이 들지 않았다. 작은 절 수선사가 최근 유명세를 치루고 있어 수행자에게는 마음 수행에 집중하기 힘든 환경을 조성하고 있지만 이곳을 찾는 분들에게 마음의 평화와 행복을 주고 있다는 점에서 주지 스님의 한 차원 높은 뜻이 헤아려졌다. 행복은 특별한 것이 아니고 느끼는 자의 것이라는 여경스님의 말씀 속에서 부처님의 가르침은 크고 거창한 것이 아님을 다시금 새겼다.

 

속세와 벗어나 오직 수행만을 추구하는 사찰도 필요하지만 일반 대중과 교류하며 그들에게 도움이 되는 공간을 제공하여 잠시나마 힐링의 시간을 통해 그들에게 행복감을 주는 것 또한 사찰의 훌륭한 기능이 아닌가 싶었다. 작은 사찰이지만 느끼고 얻은게 많은 수선사에서 다시금 마음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수선사에서 보낸 시간은 시간이 잠시 정지하다 느리게 흘러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나중에 시간을 내어 수선사 템플 스테이에도 참여하여 주지스님과 차담도 나누고 자리산 기슭 청정한 공간이 내오주는 맑은 공기도 마셔보고 하루정도는 내 마음자리도 편안히 바라보는 시간을 가져야 겠다. 여행을 통해 이런 공간을 만나는 행운에 가끔은 행복해진다. 내가 아는 친한 지인들 모두 이곳에 모셔와 둘러보게 하고 싶을 정도로 수선사는 아주 오랫동안 내 가슴속의 작지만 옹골찬 상징적인 사찰로 자리잡을 듯했다.

 

(2022.7)

 

미술관 같이 느껴지는 수선사 화장실 외관

화장실 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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