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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여행기,수필

(강원 8) 475 상원사 동종

(강원 8) 475

 

상원사 동종

 

월정사 숲 길(선재길) 초입에 키 큰 전나무들이 열을 맞춰 일정한 간격으로 서있는 모습은 그 자체로도 황홀하다. 담양에 있는 메타세콰이어 길과 견주어도 결코 뒤지지 않는다. 두 개의 숲 길 모두 나름 개성을 가지고 있기에 우열을 논할 수 없고 각 자의 영역에서 최고를 자랑하고 있다고 보시면 될 듯싶다. 오늘은 비로봉 등정이 목적이라 월정사 숲 길을 먼 발치에서 바라보고 자나쳤다. 상원사 주차장에 차를 주차 후 곧바로 등산로 들머리에 섰다.

 

연두색 숲이 환한 모습으로 우리를 맞아 주었다. 늘 같은 모습으로 그 자리에서 있으면서 묵묵히 찾아 주기만을 기디리는 모습처럼 맞아주었다. 비로봉 가는 길에 있는 상원사에 들러 잠시 부처님을 알현을 했다. 오대산이 처음인 일행이 있어 그들을 배려했다. 부처님 오신 날이 얼마남지 않아 대웅전 앞마당은 색색의 연등꽃이 피었다. 국보로 지정되어 있는 상원사 동종은 늘 그러하듯이 의연했다. 평범하게 보이고 아담한 크기의 동종이 국보로 지정된 것은 여타의 동종과는 다른 남다름이 있기 때문이다. 상원사 동종은 신라 성덕왕 24(725)에 제작된 것으로 국내에 있는 종 가운데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다고 했다.

 

지금은 보존을 목적으로 유리벽으로 둘러쌓고 대신 모조품 동종이 옆에 자리잡고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상원사 동종이 울리면 오대산에 살고 있는 모든 산천초목과 동물들이 전율한다고 한다. 조금 과장된 표현일수도 있지만 그만큼 종소리가 심금을 울릴정도로 대단하다고 했다. 동종을 치는 순간 나오는 떨림과 울림의 신묘한 조화는 동종을 만든 장인의 정성과 하늘의 교감이 있어야만 가능한 일이지 않나 싶었다.

 

다시 말하면 하늘을 감동 시킬만한 혼신의 노력과 정성을 쏟아부었야만 가능한 일이었다. 그래서인지 상원사 동종을 볼 때마다 내 자신을 새롭게 되돌아보는 시간을 갖게된다. 상원사 동종을 만들기위해 쏟은 장인의 마음가짐과 정성으로 삶을 제대로 살고 있는지 스스로에게 묻게된다. 단 한 번 주어진 귀한 생을 허투르게 사용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보라고 죽비가 되어 내 어깨죽지를 세게 내려치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20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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