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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여행기,수필

(강원 10) 477 비로봉 가는 길

(강원 10) 477

 

비로봉 가는 길

 

한 번 믿음을 가슴에 품으면 죽음도 불사하는 백의민족의 선비정신이 불교에도 큰 영향을 준 모양이었다. 그렇지 않고는 양이 한정된 부처의 진신사리가 한 나라에 한 곳도 아닌 여러곳에 보내졌다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천주교, 기독교 또한 다름 아니다. 천주교, 기독교의 전래 과정 또한 수많은 박해 속에 이루어졌지만 신앙인들은 굳은 믿음을 앞세워 죽음을 불사했기에 오늘의 천주교, 기독교가 단단히 뿌리 내리고 있다는 것 또한 같은 맥락에서 이해하면 될 듯했다.

 

아담한 크기의 적멸보궁 앞마당이 연등으로 빼곡해 발디딜 틈이 없었다. 적멸보궁이 자리한 봉우리는 작은 봉우리에 불과했지만 조망은 막힘이 없었다. 연초록 산하가 녹색으로 조금씩 짙어가고 있는 모습이 황홀했다. 대자연을 대상으로 하늘만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닌가 싶었다. 자연을 대자연으로 부르는 이유는 산에 오면 알게 된다. 적멸보궁내 부처님 진신사리가 봉안되어 있는 둥그런 형태의 반합이 신비스런 빛을 내비추고 있었다. 오대산 비로봉이 그 너머로 살짝 드러났다.

 

부처님의 진신사리가 부처님 오신 날을 맞이하여 온누리에 대자대비의 자비심을 전파해주시길 간구드리고 비로봉을 향해 다시 신발끈을 고쳐 매고 힘차게 걸었다. 피톤치드 가득한 숲 길이 계속 되었다. 적멸보궁부터는 경사가 있는 본격적인 산길이다. 제법 가파른 길이 계속 되었다. 중간중간 만개한 옅은 분홍의 산철쭉이 싱그러웠다. 청정한 산속에서 자라서인지 꽃과 잎 모두 싱싱했다. 절정의 모습을 하고 피어있는 모습이 완벽한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었지만 자태는 수수했고 겸손함을 잃지 않았다.

 

비로봉 정상까지 1시간 30분 정도 오르막 길이 계속 되어 조금은 힘이 들었지마 중간중간 자주 쉬었기에 지치지는 않았다. 오르막 산 길은 체면불구하고 자주 쉬어주어야 한다. 체력을 자랑할 나이도 지났기에 허허롭고 여유롭게 걸어야 한다. 산에서는 과도한 욕심은 금물이다. 비로봉 직전 200m 구간이 가장 힘든 구간이었다. 정상을 코 앞에 둔 급한 성정이 발걸음을 빠르게 했다. 힘든 느낌은 발걸음과 정비례하는 것임을 알면서도 몸이 급하게 반응하며 빨리 정상에 서기를 강요했다. 급한 마음을 최대한 억누르고 마지막 구간은 최대한 천천히 올랐다. 심장이 심하게 고동치고 있음을 온 몸으로 느끼는 순간 비로봉 정상에 도착했다.

 

(202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