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11) 478
비로봉 정상의 황홀한 조망
비로봉 정상에 서자 비로소 하늘이 활짝 열렸다. 오르는 내내 하늘을 가렸던 숲이 비로소 정상에서 모든 것을 거두고 청명한 하늘을 보여주었다. 비로봉 정상석 주변은 이미 많은 사람들이 인증샷을 남기기 위해 길게 줄을 섰다. 설악산 대청봉 같은 긴 줄은 아니어서 다행이다 싶었다. 전후좌우 사방으로 막힘 없는 조망은 보는 내내 가슴을 시원하게 했다. 행복감이 가슴 저 밑바닥에서 올라왔다. 작은 행복도 큰 행복에 못지 않음을 깨달았다.
이런 맛 때문에 산을 오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작은 고통을 잠시 참아낼 때 주어지는 행복감은 실로 대단하다. 등산이 주는 성취감과 행복감은 노력에 비해 크다는 것은 아는 사람만 아는 사실이다. 대자연은 모든 것을 치유해 준다. 최근 여러 가지 일로 우울증에 빠진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우울증 치료는 내가 보기엔 등산만한 것이 없다. 산을 오르면 우선 생각이 없어진다. 내 몸 자체에 집중하게 되고 자연이 주는 다양한 환경과 소리에 귀기울이게 된다.
심장박동이 커지고 숨이 가빠지면 오직 본능에 충실해 질 수밖에 없다. 그런 과정을 몇 번 격고 나면 우울증은 언제 내 일이었는지 잊게 마련이지 아닐까 싶다. 매일 쌓이는 스트레스와 알게 모르게 생기는 긴장도 적절히 해소해주지 않으면 언제 한 번 크게 사고를 친다. 그 때를 대비해서라도 억지로라도 시간을 내어 운동도 하고 나만의 취미생활을 가져야 한다. 건강을 잃어버려 실패한 성공인이 되지않기 위해서라도 필요하다. 한 달에 최소 한 번 정도는 등산을 해주시길 강추드린다. 어차피 내려올 것을 왜 올라가냐고 하시면 할 말은 없지만 무조건 힘들더라도 천천히 시작해 보시라고 권해드리고 싶다.
비로봉 정상에서 바라보는 풍광은 언제 보아도 질리지 않는다. 20여 년전 백두대간 산행 시절이 떠올랐다. 상원사를 출발해 비로봉, 상왕봉을 거쳐 두로령과 동대산 구간을 걸었던 기억이 새롭다. 힘들었지만 조국의 등줄기를 걸어보는 경험이 좋았다. 대자연이 주는 긴장감이 우리를 새로운 사람으로 변화 시켜주었고 새로운 것을 보고 접하는 경험은 경이로움 그 자체였다. 내 조국 대한민국의 등줄기를 걸으며 대한민국의 자연을 제대로 만끽해 본 경험은 두고두고 기억속에 자리잡아 삶에 양념이 되고 어려운 순간을 이겨내게 하는 특효약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지난 추억이지만 어제인 듯 되살아나 아련하게 느껴졌다.
(20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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