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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여행기,수필

(강원 9) 476 오대산 적멸보궁

(강원 9)  476

 

오대산 적멸보궁

 

상원사 앞 마당이 넓었다. 대자대비하신 부처님의 마음을 닮았다. 연초록 숲이 주변을 에워싸고 있어 아늑했다. 부처님 오신 날을 맞이하여 자비로운 마음이 온 세상을 환희 비추고 어렵고 힘들게 살고있는 뭇 중생들을 헤아려 주시길 간구했다. 미네랄이 풍부하고 풍미 좋은 상원사 약수 한 잔으로 목을 축이고 본격적인 산행 길로 들어섰다.

 

입구 초입부터 나타나는 짙은 숲이 비밀의 정원처럼 느껴졌다. 초입부터 경사길이 시작되었지만 날카롭지 않았다. 노약자들도 다니기 쉽게 길을 내었다. 중대사자암과 적멸보궁까지 내내 길이 좋았다. 밤에도 찾는 신도들을 배려해 석등도 세웠다. 부처의 가피가 오대산 전체를 수 놓은 듯한 기분이 들었다. 중대사자암 입구에 활짝 핀 철쭉이 화려했다. 연초록과 초록 숲을 배경으로 짙은 분홍색 화장을 하고 피어있는 철쭉이 도드라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주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냈다. 수수한 화려함으로 산 객들을 시선을 끌고 있었다.

 

중대사자암에서 잠시 휴식을 취했다. 계절의 여왕 5월을 즐기기 위해 이곳을 찾은 분들이 많았다. 젊은 사람들도 여럿보였다. SNS에 중독된 세대라고 했지만 모두가 다 그런 것은 아닌듯했다. 오대산의 좋은 기운을 많이 받아 가길 마음속으로 축원해 주었다. 중대사자암에서 부처님 진신사리를 모신 적멸보궁까지는 10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현무암 판석을 깔아 만든 계단이 사람의 마음을 차분하게 해주었다. 신도들이 보시해서 만든 계단이라고 했다.

 

적멸보궁 역시 오색찬란한 연등으로 앞 마당이 가득했다. 오대산 비로봉에서 내려온 기운이 이곳에 뭉쳐 연꽃 모양의 작은 봉우리를 만들었다. 조선시대 어사 박문수가 이곳을 찾아 조선 최고의 명당터라고 했다고 한다. 부처님 진신사리라면 이 정도의 명당 터에 자리 잡아야 한다는 암묵적 합의가 있어 이곳에 모신 듯했다. 세계무대를 지금은 호령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우리나라이지만 70년 전만해도 최빈국의 하나였음에도 우리나라 도처에 부처님 진신사리를 모신 사찰이 여럿 있다는 사실이 놀라울 따름이다.(태백산 정암사, 설악산 봉정암, 사자산 법흥사, 양산 통도사, 오대산 상원사를 일컬어 국내 5대 적멸보궁이라고 한다)

 

(202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