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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천 5) 504 비로전 천불상

(김천 5)  504

 

비로전 천불상

 

비로전 내의 천불상은 1656년 경잠스님께서 경주 옥돌로 16년 동안 손수 한 분 한 분 모습을 제각기 달리해 제작하였다고 한다. 16년 동안 일심으로 손수 제작한 정성과 공력이 대단하게 느껴졌다. 팔만대장경 또한 수많은 불자들이 16년에 걸쳐 제작 하였는데 천불상 또한 팔만대장경을 제작한 마음으로 만들지 않았나 싶었다. 그런 정성과 노력, 긴 시간을 이겨낸 엄청난 인내심은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큰 귀감으로 단단히 자리 매김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천불상 중 눈에 확 띄는 벌거벗은 동자의 모습을 한 동자상(童子像)이 있는데 법당에 들어가 첫눈에 이 동자상을 보면 옥동자를 낳는다는 전설이 전해지고 있다고 하니 참고 하셨으면 한다.

 

아쉬운 점은 이곳에서도 눈에 띄었다. 직지사 사찰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비로전의 창건 내용과 비로전 앞에 있는 설명문의 내용이 서로 상이했다. 사찰 홈페이지에는 고려태조 때 능여 조사가 창건 했다고 나와 있는데 설명문에는 고려 현종2(1661) 인계스님이 창건하였다고 나와 있어 잠시 혼란스러웠다. 사찰을 방문 시마다 매양 있는 일이어서 그러려니 했지만 직지사 같은 대가람이라면 통일 된 내용으로 정리되어 있어야 당연한 일이지 않을까 싶었다. 사찰 관계자분들께서 빠른 시일 내에 서로 다르게 명기된 역사적 사실들을 전반적으로 수정, 보완 해주셨으면 하는 바람을 전해 드리고 싶다. 우리 고유의 문화유산이 서로 다른 내용으로 명기되어 있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심히 부끄러운 일이 아닐까 싶다.

 

비로전은 규모도 크지만 창살의 문양이 단연 도드라져 눈에 확 띄는 건축물이다. 창살문양과 색채가 여타의 전각들과 차이가 났다. 단청을 새로 해서인지 무척 아름다웠다. 청색 지붕과 조화롭게 하기위해 청색계통의 색조를 주조 색으로 사용 하였는데 직지사 전각 중 가장 화려한 건축물로 여겨졌다. 비로자나불과 천불을 모신 전각이어서 가장 신경을 쓰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500년 이상 된 측백나무와 비로전 전면의 황악루로 인해 비로전 또한 직지사의 핵심 건축물로 여겨졌다. 직지사의 핵심공간은 크게 보면 대웅전과 비로전 그리고 수행공간인 천불선원 3개의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천불선원은 비로전에서 가까웠지만 일반인은 출입을 금하고 있어 들어 가보지 못해 못내 아쉬웠다. 계곡을 끼고 울창한 숲속에 자리 잡아 단연 수행공간으로 제격이라는 느낌을 들게 했다. 이곳에서 용맹 정진하여 깨달은 스님이 많이 나와 다시 한 번 직지사의 선풍을 크게 진작시키는 계기를 마련하였으면 하는 기원을 담아 마음속으로 간절히 간구했다. 깨달은 선각자가 많이 배출되어 이 풍진 세상에 한 줄기 시원한 바람을 사회 전반적으로 불어 넣어 주었으면 하는 소망도 담았다.

 

(2023.8)

 

 

익숙함은 경멸을 낳지 않는다. 마비를 낳는다(에릭 와이너,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