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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여행기,수필

(양산 1) 508 통도사(通度寺) 프롤로그

(양산 1)  508

 

통도사(通度寺) 프롤로그

 

천년 고찰 통도사는 영축산의 품속에서 단연 도드라졌다. 부드럽지만 장엄한 영축산을 배경으로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모신 사찰답게 대가람의 면모를 자랑했다. 불보종찰(佛寶宗刹)로 유명한 통도사를 60이 넘어서야 찾았다. 근래 들어 가장 무더운 날씨를 보이고 있는 8월 여름철, 늘 마음속에 맴돌기만 했던 대가람 통도사를 만나 보기위해 작정하고 여름휴가를 내어 찾았다. 찌는 듯한 더위도 통도사를 찾아가는 여행자에겐 약간의 불편함 정도에 불과했다.

 

통도사 가는 길에 먼저 김천 직지사를 둘러보고 천년 고찰 직지사와 김천이라는 고장이 주는 새로운 느낌으로 몸과 정신을 새롭게 했다. 김천도 처음이고 양산도 이번이 첫 방문지여서 느끼는 정도는 무척 신선했다. 한동안 무뎌진 몸과 마음이 새로운 세포로 갈아입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여행이 주는 설렘과 새로운 것을 보고 만나는 즐거움이 더해 무더운 여름은 그냥 들러리(?)에 불과했다.

 

직지사 역시 천년 고찰이고 규모도 여느 사찰보다 무척 컸지만 통도사의 규모는 직지사를 능가했다. 규모가 크다는 것이 무조건 좋다고 볼 수는 없으나 천 년 이상을 한곳에서 이어오는 사찰치고 계속 규모를 확장하기 쉽지 않았을 터인데도 지금의 거대한 도량으로 존재하고 있다는 것은 상징하는 바가 크게 느껴졌다. 부처의 진신사리를 모시고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불자들에겐 엄청난 동기부여와 자부심이 되기에 거대한 규모의 사찰이 만들어 졌는지도 모르겠다.

 

통도사 주차장은 무척 넓었고 여러 곳으로 분산 배치되어 있었다.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많다는 방증으로 느껴졌다. 우리는 곧바로 사찰 핵심공간으로 쉽게 진입하기 위해 안쪽에 있는 주차장을 사용했지만 통도사를 제대로 보고 느끼려면 입구에 있는 주차장에 차를 주차 후 소나무 숲이 장관인 무풍한송길을 걸어야한다. 2,30분 정도 소요되는 소나무 숲길을 걷고 나서 일주문을 통과 후 핵심 공간으로 진입하는 것이 통도사를 제대로 보고 즐기는 방법임을 미리 알려 드린다.

 

부도탑과 성보 박물관(국내 최초 불교 전문 박물관)

 

무풍한솔길을 빠져나오면 제일먼저 만나는 것이 부도전이다. 많은 수의 부도 탑이 통도사의 긴 역사를 말해주고 있었다. 부도전 건너편은 역시 주차장이어서 이곳에 차를 주차 후 나오면 제일먼저 만나게 되는 곳 역시 부도전이다. 고즈넉한 곳에 있어야 할 부도전이 대로변에 나와 있는 모양새가 되었다. 돌아가신 분들의 사리를 모신 탑이 대명천지에 가장 밝은 곳에 자리를 잡았다. 덕분에 음침한 분위기는 사라지고 멋진 조각 작품 전시장처럼 통도사 입구를 장식하고 있었다.

 

부도전을 지나면 영축총림이라는 큰 글자로 쓰여 진 편액을 단 산문이 나오고 그 뒤로 이어지는 길 또한 걷기에 좋았다. 좌측으로 제법 넓은 계류가 함께 길을 따라 동행했다. 물이 말라있어 보기는 그랬지만 비라도 오는 날이면 풍성한 계류가 도연경을 연출 할 듯했다. 대 가람답게 길도 널찍했고 일주문 가기 전에 있는 성보 박물관도 으리으리했다. 성보 박물관은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오늘은 휴관이라는 팻말이 붙어 무척 아쉬웠다. 사찰에 오면 필히 보고가야 하는 곳이 성보박물관이다.

 

성보 박물관은 제법 규모가 있는 사찰이라면 의례히 있지만 보물이 많아서인지 일반인들에겐 개방을 잘하고 있지 않는 것이 흠이라면 흠이다. 물론 사려 깊은 사찰은 일반인들에게도 적극 개방하고 있으니 규모 있는 사찰을 방문 시는 꼭 들러보시길 권해 드린다. 오래두면 자꾸 빛이 바래지거나 훼손될 우려가 있는 것들은 대부분 성보 박물관에 모셔두기 때문에 볼만 한 것들이 많으니 참고 하셨으면 한다

 

통도사는 우리나라 사찰 중 유형 불교 문화재를 가장 많이 보유(43)하고 있다고 하며 1999415일에 개관한 성보 박물관은 국내 최초의 불교전문 박물관으로, 세계적으로도 가장 풍부한 불교 유물을 자랑하는 불교 회화 실을 개설·운영하고 있다. 불교회화의 극치를 자랑하는 탱화를 비롯해 많은 불교회화를 무료로 감상할 수 있다고 하니 필히 들러보시길 권해드린다. 성보 박물관 앞에 피어있는 배롱나무의 연분홍 꽃이 유난히 화사했다. 여름의 절정을 알리는 꽃답게 짙은 분홍색 꽃이 아리따운 여인의 입술을 연상케 했다. 대 가람 통도사의 상징화처럼 피어 있었다.

 

(2023.8)

 

 

인문고전은 개인과 가정은 물론 조직과 사회, 국가의 운명까지 결정할 수 있다는 말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이지성, 생각하는 인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