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산 2) 509
불보종찰(佛寶宗刹) 통도사(通度寺)
성보 박물관을 지나자 사찰 핵심 공간 진입을 알리는 일주문이 나타났다. 영축산을 배경으로 일주문이 당당했다. 주련을 새긴 석조기둥이 일주문의 호휘 무사처럼 앞에서 방문객을 맞았다. 사찰의 핵심공간을 드러나지 않게 배치해 일주문과 천왕문을 통과해야 비로소 핵심공간으로 진입할 수 있었다. 무풍한솔길을 이용한다면 입구 주차장에서 개략 4,50분 정도 걸린다고 보면 될 듯싶다.
영축산 품 속 아늑한 곳에 자리한 천년 고찰 통도사는 석가모니의 진신사리를 모시고 있는 사찰로 우리나라 3보 사찰 중 불보종찰로 손꼽히며 2018년 6월 30일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었다. 당나라로 유학을 떠난 자장율사가 석가의 진신사리를 모시고 와서 신라 27대 선덕여왕 15년(646년)에 이 절을 지었다고 하며, 그 후 오늘에 이르기까지 1,400여 년 동안 법등이 한 번도 꺼지지 않았다고 한다.
창건이후 지금까지 한 번도 법등이 꺼지지 않았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자리한 터가 명당 중의 명당에 자리 잡은 것도 크게 한 몫을 하고 있는 듯싶었다. 영축산을 배경으로 통도사 앉은 자리가 전반적으로 무척 안온하게 느껴졌다. 부드러운 기운 때문인지 산 중 암자도 20개나 될 정도로 많았다. 4면이 각기 다른 특이한 형태의 대웅전은 내부에 불상을 모시지 않고 불단만 마련해 놓고 대신 대웅전 후면의 금강계단에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모시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통도사는 3개의 사찰이 합쳐진 사찰처럼 느껴지는 대 가람이다. 크게 하로전, 중로전, 상로전으로 구분한다고 한다. 3개로 구분된 공간을 차례로 개관해 본다. 일주문, 천왕문을 지나면 하로전 영역이다. 이곳의 대표적인 전각은 영산전, 극락보전, 약사전이고 그 중 영산전이 하로전의 중심전각이다. 3개의 건물 모두 비슷한 모양새지만 각각의 전각이 뿜어내는 아우라는 조금씩 달랐다. 3개의 건물 모두 절제미와 비례미가 모두 탁월했고 지붕 모습은 서로 상이해 비슷하면서도 달랐다.
하로전(下爐殿) 영역
영산전을 비롯 하로전에 있는 건축물 모두 아주 잘생겼고 잘 지은 건축물로 느껴졌다. 하로전 중심전각인 영산전은 3개의 건축물 중 유일하게 보물로 지정된 건축물이다. 전방 좌우로 극락전과 약사전이 있고 그 중앙 지점에 자리 잡은 3층 석탑이 의연했다. 3개의 전각에 포위되어 있는 모양새로 마당에 자리 잡은 삼층석탑이 어린아이 같은 귀여움이 느껴졌다. 3개의 큰 전각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아보였고 2층 기단위에 올린 삼층 석탑의 크기도 작아 앙증맞게 느껴졌다.
통일신라시대 석탑으로 연수도 오래되었고 보존상태도 좋아 보물로 지정된 듯했다. 석탑의 크기는 작았지만 3개의 커다란 건축물에 주눅 들지 않았다. 작은 고추가 맵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 탑은 원래 현 위치에서 동북쪽 약 1.5m 지점에 있었던 것을 최근에 현 위치로 이동하여 복원하였다고 한다. 3개의 전각만 있는 것과 석탑이 함께 마당에 자리 잡아 중심을 잡아 주고 있는 차이는 커보였다. 3개의 전각이 각자 개성을 마음껏 뽐내고 있다가 삼층석탑으로 인해 비로소 하나가 되어 조화를 이룬 모습이 되었다.
영산전(靈山殿)
영산전의 최초 창건 연대는 알 수 없다고 하며 현재의 건물은 숙종 30년(1704) 송곡대사(松谷大師)에 의하여 중건 된 것으로 추측된다고 한다. 현재 통도사 성보박물관에 보관하고 있는 <영산전천왕문양중창겸단확기 (靈山殿天王門兩重創兼丹擴記)>에 따르면, 1713년 봄 영산전과 천왕문이 화재로 소실되어 1714년 청인(淸印), 정안(正眼), 낭일(朗日), 치원(致源) 4분의 대선사가 중창하였다고 한다. 건물의 구조는 전면 5칸, 측면 3칸의 다포계 양식의 맞배지붕 양식이다.
내외 벽화는 매우 주목되는 작품으로 외벽 그림은 풍화(風化) 되어 많이 훼손되었으나 내벽의 그림은 그런대로 잘 보존된 상태여서 내부 벽화라도 잘 살펴보고 가시길 권유 드린다. 다보탑을 비롯하여 다양한 사물을 벽화로 남긴 것을 보면 영산전은 아주 특별한 전각 같은 느낌이 들었다. 영산전을 비롯해 3개의 전각을 포함 하로전에 있는 것들을 천천히 둘러보려면 반나절이상은 족히 걸릴 듯싶었다. 건물의 외부 벽면에 남아 있는 노승(老僧) 공양도(供養圖)의 경우는 많이 훼손되었으나 그림에서 느껴지는 기운이 남다르게 느껴졌다. 설명문에는 품격 높은 수작이라고 했다.
건물의 내부 천정은 우물천정으로 조성한 후 연화문(蓮花紋) 또는 보상화문(寶相華紋)으로 단청하였다. 대들보에 그린 황룡, 청룡의 그림이 매우 화려했다. 영산전의 본존불로는 석가모니불상을 봉안하였고, 그 옆으로 돌아가면 거대한 팔상도라고 하는 그림이 있는데 이는 석가여래의 일생을 여덟 가지 중요 사실들로 정리하여 그림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한다. 팔상도의 조성은 영조 51년(1775)으로 조성연대 뿐만 아니라 당시 불화(佛畵)의 화풍을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한 대형그림이라고 하는데 이 역시 보물로 지정되어 있다.
보아하니 영산전 하나만도 제대로 감상하려면 반나절은 잡아야 할 정도로 볼 것이 많았다. 문화 해설사나 통도사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내용을 방문하기 전에 조금이라도 읽어보고 온다면 아주 유익할 듯했다. 또한 탱화에 대한 기본지식이라도 좀 더 알고 왔으면 하는 아쉬움이 컸다. 탱화라고 부르는 벽화들이 예사롭지 않았다. 그 당시 최고의 승려장인이 그린 그림이기에 하나같이 정성을 드린 느낌이 들었고 화려했지만 사치스럽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비슷한 듯하면서도 그림들이 전부 달랐다.
(2023.8)
인문학 독서를 치열하게 하면 두뇌 속 시간은 아주 느리게 흐르기 시작한다(이지성, 생각하는 인문학)
'산행기,여행기,수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양산 4) 511 중로전(中爐殿) 영역 (0) | 2024.02.13 |
---|---|
(양산 3) 510 하로전(下爐殿) 영역 (1) | 2024.02.13 |
(양산 1) 508 통도사(通度寺) 프롤로그 (1) | 2024.02.05 |
(김천 8) 507 백수 정완영 (0) | 2024.01.23 |
(김천 7) 506 백수 문학관 (1) | 2024.01.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