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산행기,여행기,수필

(양산 6) 514 통도사 에필로그 2(성파스님)

(양산 6)  514

 

통도사 에필로그 2

 

성파스님

 

통도사에 와서 이곳에 현재 주석하고 계시는 대한불교 조계종 15대 종정 성파스님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84세의 연세에도 불구하고 참으로 부지런하게 사신다고 했다. 촌음(寸陰)을 아껴쓰라는 평소의 말씀대로 시간을 헛되이 쓰시는 일이 없다고 했다. 불경공부외에도 버려진 장독대 5천 여개를 모아 전통방식으로 된장, 간장을 만들고 옻칠 민화와 16만 도자 대장경도 손수 만들어 거처하시는 서운암 장경각에 모셔들 정도로 예술가적인 대단한 열정을 지닌 분이시라고 한다. 16만 도자 대장경은 10 여 년의 세월이 소요되었지만 성파스님은 그 시간이 즐거웠다고 했다. 일하면서 배우니 즐겁다고 했다. 최근에는 버려지는 종이 책을 무한대로 모으는 행사도 진행 하고있다고 하는데 벌써 40만권을 모았다고 한다. 참으로 기인 같은 선승이 아닐까 싶었다.

 

그의 생활신조 중의 하나로 아무리 나이를 먹고 경륜이 쌓여도 지식이 쌓인다는 생각을 버리고 항상 지금이 시작이라는 느낌으로 사신다고 했다. 참으로 현명한 생각이자 깨달은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닌가 했다. 과거에 연연하지 않고 지금 이 순간에 시작하는 삶을 사니 매순간이 희열이요 즐거움이 아닐까 싶었다. 일반인으로써는 감히 범접할 수 있는 경지는 아니지만 그런 경지가 어느 정도는 이해가 되었다. 이해를 할 수 있으니 나 또한 실천하면 되지 않을까 하는 우매한 생각이 불현 듯 들었다.

 

매일 시작하는 삶을 사시는 분은 생각이 달랐다. 성파스님은 사는 동안 삶에 대한 의욕이 넘쳐야 한다고 만나는 모든 사람들에게 강조하신다고 한다. 생명이 있는 한 그런 의욕을 가지고 살아야 인간으로 태어난 가치가 있다는 이야기로 들렸다. 삶에 대한 의욕이 무언가에 대한 탐욕으로 변질되어서는 안되지만 의욕과 탐욕은 설정부터가 다른 세계라는 것을 이해하고 넘어가야 하지 않나 싶다.

 

스님은 통도사 주지시절 우리나라 사찰 최초로 성보 박물관을 세웠다고 한다. 지금은 지명도 있는 사찰이라면 모두 성보 박물관을 가지고 있도록 길을 터 놓아 선견지명을 지닌 분으로 느껴졌다. 한국전통문화의 보고라고 할 수 있는 사찰 문화재를 잘 보존하는 것이 결국 우리문화를 아끼고 이해하는 첩경임을 이미 아셨던 것 같다. 과거에 매달리지 않고 매일 새로 시작하는 삶을 사는 사람에겐 회한도 없고 미련도 없다고 했다.

 

오직 새로운 세상에 대한 희망과 삶의 정도에 힘써 모든 사람들의 귀감이 됨으로써 본인이 의식하지 않는 사이에 사회가 밝아진다면 그 자체로 가치 있는 삶이 아닐까 싶다. 촌음을 아껴쓰고 살아 있는 동안 삶에 의욕을 가지고 살아가야 한다는 말씀이 오랫동안 귓가에 남았다. 최근 출간된 일하며 공부하며 공부하며 일하며라는 그의 대담집을 구해서 읽어봐야 겠다.

 

통도사는 볼 것 많은 대 가람이다. 건물도 하나 하나 살펴 볼 것이 많았고 탱화라 부르는 불교회화는 승려장인의 놀라운 재능과 정성이 투영된 예술품처럼 느껴졌다. 건축물 또한 다름 아니었다. 한 번 방문으로 통도사의 모든 것을 보고 이해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 아닐까 싶었다. 시간 날 때마다 와서 둘러보고 영감을 얻어 가는 것으로 만족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1,400여 년의 세월의 더께가 쌓인 대 가람 통도사는 깊이를 헤아릴 수 없는 심오한 세계였다. 창건이후 1,400여 년 동안 한 번도 화재나 전란 등의 피해 없이 한 번도 법등이 꺼지지 않아 기적같은 사찰이라고 하지 아닐 수 없다. 부처의 진신사리를 모셨기에 부처의 가피가 이곳에 주어진 듯했다. 수많은 사찰을 다녀 보았지만 보고 느끼는 격이 달랐다. 불보사찰의 대단함을 다시 한 번 느꼈다. 이런 대 가람이 잘 보전되고 있다는 자체가 놀라웠고 신비스러웠다. 통도사를 품고 있는 영축산 또한 알 수 없는 신묘함을 속으로 간직하고 때가 이르면 그 신비함을 만 천하에 드러내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장엄했고 웅숭깊었다.

 

(2023.8)

 

지식 없는 열정은 위험하다(잠언)